[미디어펜=김규태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한국에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비용 10억 달러(1조1300억원)을 내라고 통보했다"면서 "한국과의 끔찍한(horrible) 무역협정(한미FTA)은 재협상하거나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로이터 통신과 취임 100일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사드 비용을 내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한국 측에 통보했다"며 "그것(사드)은 10억달러 시스템이다. 매우 경이롭다. 미사일을 하늘에서 바로 격추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분명 북한과 심각한 충돌을 빚을 수 있다"며 "역대 대통령을 괴롭혀온 북한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성적이냐'는 질문에 "그는 아버지(김정일 국방위원장)가 죽었을 때 27세 나이로 정권을 물려받았다"면서 "그 나이에 집권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 대해 "그를 신뢰하지 않으며,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그가 이성적이냐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그가 이성적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언급했다.

우리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발언에 대해 28일 "사드 비용은 미국 측이 부담한다"는 기본입장을 재확인했다.

국방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 관련 보도 직후 "한미는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관련 규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은 미국 측이 부담한다'는 기본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 자료를 냈다.

주한미군 전력과 관련한 SOFA 규정에 따르면, 한국은 주한미군 무기체계의 부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미국 측은 전력 전개와 운영·유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사드 배치 논의가 시작됐던 작년 2월부터 지금까지 국방부는 "사드 배치 비용은 SOFA에 따를 것"이라고 계속 밝혀왔다.

   
▲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한국에 사드 비용 10억 달러를 내라고 통보했다./사진=(좌)록히드 마틴 '사드' 홍보브로셔, (우)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페이스북 공식페이지 제공

현재 사드는 지난 26일 경북 성주 사드부지에 트레일러 차량 형태로 반입된 뒤, 27일 성주골프장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지정 및 막사용 컨테이너 10여개 적재 등 성능테스트를 위한 배치 준비에 한창이다.

주한미군은 26일 0시를 기해 경북 성주골프장에 전격적으로 발사대 6기와 사격통제레이더, 요격미사일 48발, 발전기 및 냉각기 등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1개 포대' 장비를 반입해 배치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FTA에 대해 "그것(한미 FTA)은 힐러리가 만든, 받아들일 수 없고 끔찍한 협정"이라며 "재협상하거나 종료(terminate)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한미FTA 재개정 의사를 언급한 바 있다.

로스 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한국과의 FTA 재협상을 묻자 "한국과 FTA를 체결한 지 5년이 됐으므로 무엇인가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생각해보는데 합당한 시간이 도래했다"면서 "한국과 FTA를 개정하기 위한 논의를 재개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미FTA의 경우 한미 양국 중 한쪽이 다른 당사국에게 협정 종료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하면 180일 후 종료된다. 한미 양국간 협의가 필요한 재협상이 아니라 미 트럼프 행정부의 의사로 한미FTA 종료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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