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 "그만 흔들라" 불구 당내 단일화촉구 집단행동…창당이래 파열음
[미디어펜=한기호 기자]5·9 대통령 선거가 11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승민 후보 사퇴론이 당 안팎에서 거세진 바른정당에서 '탈당 1호'가 나왔다. 유승민 후보 본인은 "흔들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처지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탈당 논의의 중심에 섰던 이은재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좌파 집권 저지를 위한 보수대통합을 촉구하며 탈당과 함께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3자 단일화 성사 가능성에 회의를 느껴 당일 탈당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탈당 기자회견에서 홍 후보가 한국당 대선후보로 확정되는 순간부터 심적으로 지지해왔다는 속내마저 털어놓아 유 후보의 입지가 한층 흔들리는 모양새다.

한 차례 보수 분열을 초래했다가 뚜렷한 계기와 명분 없이 한국당에 복당하는 데 대해서는 "개혁적 보수를 만들겠다는 큰 뜻을 가지고 나왔지만 그게 뜻대로 잘 안됐다"며 "다시 제 잘못을 인정하고 보수의 가치를 살리겠다는 입장"이라고 몸을 낮췄다.

   
▲ 재선의 이은재 서울 강남병 국회의원이 2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정당 탈당과 자유한국당 입당을 선언했다. 아울러 홍준표 한국당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사진=미디어펜


이 의원은 탈당에 앞서 최근 일부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 홍 후보의 부인인 이순삼 여사와 동석한 데 이어, 이날 회견 직후에는 18대 국회 당시 홍 후보와의 인연을 강조하고 이순삼씨와 자신이 '절친'이라고 피력하기도 했다.

바른정당측에서는 이 의원의 탈당을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1호 탈당에 이은 '탈당 러시'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따뜻한 보수', '개혁적 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공식 창당한 지 3개월여만에 '복당파'가 발생함에 따라 당 존립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의 균열 발생은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탈당 과정에서 함께 친박계와의 당권 투쟁에 앞장섰지만 끝내 잔류를 선택한 나경원 의원이 유 후보의 노선에 '좌클릭' 우려를 제기하고,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추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운동 전면에 나서는 등 바른정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바른정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이나 선거연령 18세 하향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당론 확정을 최소화'한다며 입장을 확정하지 못했고, 구 야권의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경제민주화 입법과 증세에 협력적인 태도를 보였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중고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도입에도 폐기 목소리를 냈다가, 교육문화체육관광위 간사인 이 의원이 부분 도입에 적극 찬성하는 등 줄곧 현안 관련 스탠스가 통일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경선 과정에서는 유 후보가 '사교육 금지'를 주장한 남경필 경기지사를 "급진적"이라고 비판하는 일이 있었고, "감성적 안보를 배격한다"는 당의 슬로건과 달리 남경필 지사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우선순위를 둔 주장을 지속하는 등 이음을 계속해서 노출했다.

반(反)박근혜 기조와 안보 면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가치 지향', '단일 대오'를 보이지 못했다. 이는 애초 당 구성원들이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영입과 향후 한국당 흡수를 기대한 정치적 계산에 따라 모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3자 후보 단일화 요구에서도 바른정당은 파열음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유 후보는 지난 25일 심야 의원총회 끝에 나온 단일화 요구에 대해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 후보는 이날도 서울 서초구 아파트 경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당내 단일화 주장에 대해 "그런 행동은 정말 옳지 않다. 11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를 치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흔들기 그만하고 도와주기 싫으면 최소한 가만히 있으라고 경고한다"고 '철벽'을 쳤다.

하지만 당내 의원들은 사실상 홀로 완주를 고수하는 유 후보의 입장에 아랑곳 하지 않고 집단적으로 단일화 압박을 넣고 있다.

   
▲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사진=바른정당 제공


이 의원을 포함한 바른정당 의원 20며은 같은날 오전 성명서를 내 '좌파세력 집권 저지'를 대의 명분으로 제시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유승민·안철수·홍준표 후보는 즉각 단일화 논의에 착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3자 후보 단일화는 중도·보수 대통합을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마지막 길"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이 의원과 함께 김재경·김성태·김학용·박순자·이종구·장제원·홍문표 의원 등은 오찬 회동을 갖고 후보단일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유 후보가 단일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향후 추가 탈당자 발생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유 후보는 당내 집단 행동에 대해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계속해서 단일화 촉구에 유 후보가 불응하면 바른정당이 추가 탈당과 함께 사실상 와해 수순에 들어가 1차적으로 대선이 4자구도로 좁혀질 전망이다.

현 바른정당 구성원 중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이종구 의원 등과, 이은재 의원과 같이 홍 후보를 지지하는 복당파 등 양측으로 갈라져 정계 개편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선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이달 30일을 하루 앞둔 29일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