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양강 대결구도가 깨지면서 다시 ‘반 문재인 연대’의 필요성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대세’의 주인공인 문 후보와 또다시 양강구도로 경쟁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안 후보는 물론 대선 10여일을 앞두고 지지율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단일화에 강력한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지지율 5%대에 갇힌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으나 이미 탈당 의원이 나오는 등 반발이 심하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경우에도 ‘이번엔 단일화 없다’는 입장이지만 막바지 문 후보의 지지율을 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문 후보와 안 후보는 ‘통합정부’ 공약을 내걸었다. 통합정부 공약은 잠재적인 후보간 연대를 암시하거나 이를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확장성과 관련이 있다. 이와 관련해 두 후보가 말한 통합 범위가 앞으로 후보간 연대나 단일화가 이뤄질 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 후보는 27일 방송기자클럽 토론에서 연대 범위를 국민의당·정의당·바른정당까지 잡았다. 탄핵반대 세력인 자유한국당을 뺀 정당을 통합 범주에 넣은 것이다. 안 후보는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초당파적인 정부를 구성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즉 친박이 아니라면 한국당 인사도 포함되는 것이다.

여기에 안 후보는 최근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와 손잡고 ‘개혁공동정부’로 보다 적극적인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앞서 유 후보의 의사와 상관없이 바른정당 내부에서 3자 원샷 단일화 주장 목소리가 나온 만큼 가능성이 열려 있다.

안 후보, 홍 후보, 유 후보, 심 후보 가운데 스스로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만약 있을 단일화를 위해서라도 각 후보들이 자강하는 것이 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대선후보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단연 후보단일화이므로 막바지까지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봐야 한다. 이를 위해 후보 단일화로 양자구도가 펼쳐지거나 3자, 4자 대결로 갈 때 지지율 변동을 전망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한국갤럽이 25~27일 전국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8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지지율 40%를 기록하고 있는 문 후보를 제외하고 3자 단일화를 할 때 최근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안 후보와 홍 후보간 격돌이 예상된다. 

안 후보의 경우 30%대까지 올랐던 지지율이 24%대로 내려앉으면서 문 후보와 격차가 1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홍 후보와 격차는 12%포인트에 불과하다. 따라서 단일화 주자가 될 때 일부 호남 지지율이 추가로 빠져나갈 것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 25일 오후 고양시 일산동구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2017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왼쪽부터),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홍 후보는 지지율 12%로 이번 응답에서 늘어난 무응답 18%를 노려야 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대구·경북에서 안 후보를 지지하다가 홍 후보에게 돌아선 지지율을 더욱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도 있다. TK에서 홍 후보가 22%로 소폭 상승한 반면, 안 후보는 19%로 주저앉았다.

안 후보에게서 빠져나간 지지율은 고령층과 보수 성향 표심인 만큼 김종인 전 대표의 역할도 주목된다. 하지만 문 후보도 지지율이 50대로 확대해나가는 모습이 나와 지난주 30%에서 이번주 43%까지 오르고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홍 후보는 한국갤럽 조사에서 보수층 지지율이 지난주 20%에서 이번주 36%까지 솟구치는 뒷심을 발휘하며 안 후보에게 타격을 입혔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은 5자대결 혹은 4자대결로 굳어질 가능성도 높아져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가 범보수 표심이라는 점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 반등이 보수·중도 후보의 단일화를 재촉할 수도 있다. 홍 후보는 이미 “다음주부터는 좌파 문재인 후보와 양강구도로 간다”고 선언했다. 이은재 바른정당 의원이 28일 탈당하고 한국당에 입당했고, 탈당 도미노 현상이 나올 경우 유 후보가 단일화카드를 수용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

현재 홍 후보는 유 후보나 안 후보 모두와 단일화에 크게 욕심이 없어보인다. 홍 후보는 문 후보, 안 후보와 3자 구도로 펼쳐질 때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호남과 진보 지지율이 문 후보와 안 후보에게 나눠질 때 자신은 범보수 지지율을 고스란히 안고 가겠다는 전략이다.   

50대와 PK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려 안 후보와 역전으로 2위를 달성하는 ‘골든 크로스’를 노리고 있는 홍 후보의 관건은 역시 남은 기간 홍 후보만의 비전과 신뢰를 보여줄 수 있느냐이다. 보수의 귀소 본능에 호소하는 전략은 일단 성공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내부적으로 통합과 경제 외부적으로 외교안보를 중요한 관건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이번 5·9 대선의 총유권자는 4247만9710명으로 집계됐다. 2012년 대선 때보다 197만1868명 늘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60세 이상 유권자가 1036만2877명(24.4%)을 기록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뒤이어 40대 873만6420명(20.6%), 50대 847만7808명(19.9%), 30대 747만3957명(17.6%), 20대 676만6283명(15.9%)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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