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대 횡령·배임 의혹을 받고 있는 강덕수(64) 전 STX그룹 회장이 4일 장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강 전 회장은 이날 오전 9시20분께부터 다음날 0시15분까지 15시간 정도 검찰의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
 

   
▲ 3천억 원대 횡령·배임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강덕수 전 STX 회장이 4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강 전 회장은 조사를 마친 직후 '횡령·배임 혐의 인정했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조사를 받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정·관계 로비 리스트에 대해서는 인정했나'는 질문에는 "전혀 그런 적이 없다. 출장이 반 이상 되는 사람이 로비할 시간이 없다"고 부인하며 서둘러 차량에 탑승했다.

그러면서 '이희범(65) 전 STX에너지·중공업 회장은 로비 의혹과 관련이 없나'는 질문에도 "없다"고 짧게 답했다.

검찰은 조만간 강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소환해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이날 강 전 회장을 상대로 수천억원대의 분식회계 및 수백억원대의 횡령 의혹 등을 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회장은 STX중공업의 자금으로 재정난에 빠진 다른 계열사의 기업어음(CP)을 매입하거나 연대보증 등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회사에 2400억여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를 받고 있다.

강 전 회장은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는 과정에서 회사 자금 700억~8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와 함께 수년 동안 1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또 강 전 회장의 개인 비리 혐의와 관련해 횡령 금액 일부가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 전 회장이 강 전 회장의 횡령·배임 및 정·관계 로비 의혹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다음주 중으로 이 전 회장을 소환할 방침이다.

이 전 회장은 2003년부터 3년간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으며 이후 2009년까지 3년 동안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지냈다. 2009년 3월 STX에너지와 STX중공업 총괄 회장에 올라 지난해 5월 STX그룹을 떠났으며 2010년부터 지난 2월까지 4년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STX중공업으로부터 강 전 회장 등 전 경영진 5명에 대한 수사의뢰를 받고 지난 2월17일 강 전 회장의 자택과 ㈜STX, STX조선해양, 팬오션, STX중공업, STX건설, STX에너지 등을 압수수색했으며 회사 경영에 관여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경영본부장, 재무담당 고위 임원 등 전·현직 회사 임직원을 여러차례 불러 조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