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챔프전] GS칼텍스, 기업은행 물리치고 6년 만에 정상

 
55점 베띠, 챔프전 최다득점 경신하며 MVP 등극  
 
벼랑 끝까지 몰렸던 GS칼텍스가 IBK기업은행의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저지하고 6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우뚝 섰다.
 
   
▲ V리그 챔프전 뉴시스 자료사진
 
GS칼텍스는 4일 오후 5시 경기도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NH농협 2013~201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3-1(27-25 25-21 22-25 29-27)로 이겨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우승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2위(20승10패·승점 57)를 거둔 GS칼텍스는 3위 KGC인삼공사와의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와 감동의 역전 드라마를 썼다.
 
1차전을 세트스코어 3-2로 따내며 먼저 웃었던 GS칼텍스는 내리 2~3차전을 IBK기업은행에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4차전 승리로 승부를 마지막 5차전으로 돌린 뒤 적지에서 짜릿한 우승을 맛봤다.
 
2007~2008시즌 이후 챔프전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GS칼텍스는 6년 만에 챔프전 정상에 섰다. 이번 우승으로 지난해 챔프전에서 IBK기업은행에 1승3패로 무너졌던 아픔도 씻어냈다.
 
창단 3년 만에 2년 연속 통합우승을 노렸던 IBK기업은행은 다음을 기약했다. 정규리그 GS칼텍스와의 상대전적에서 5승1패로 절대 우위를 보였지만 GS칼텍스의 거센 도전을 꺾지 못했다.
 
지난 2011년 4월 지휘봉을 잡은 GS 칼텍스 이선구 감독은 부임 첫해 바닥까지 떨어졌던 팀을 재정비 3년 만에 정상에 올려놓았다.
 
베띠 역시 세 번째 도전 끝에 우승컵에 입맞춤하며 우승의 한을 풀었다. 2008~2009시즌 준우승을 안고 한국을 떠났다가 지난 2012~2013시즌 GS칼텍스로 돌아와 다시 한 번 고배를 마셨다.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투지가 빛을 발했다.
 
베띠는 기자단 투표 총 28표 중 25표를 획득해 MVP를 수상했다.
 
5차전까지 오는 동안 체력이 바닥을 쳤던 베띠는 이날 강타 대신 연타 위주로 상대를 공략, 55득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은 40.90%에 달했다. 지난 3차전에서 54점을 뽑으며 남녀 통틀어 챔프전 역대 최다득점을 한 베띠는 이날 마지막 경기에서 1점을 더 올렸다.
 
챔프전 내내 부침을 겪었던 이소영은 11점을 냈고, 4차전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던 배유나도 이동공격과 속공 등으로 11점을 보탰다.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를 한 번에 바꿀 수 있는 1세트답게 팽팽하게 진행됐다. 무조건적인 강타보다는 안전한 연타싸움이 벌어졌다. 
 
GS칼텍스가 베띠의 영리한 플레이를 앞세워 달아나면 IBK기업은행은 김희진이 빈 곳을 파고드는 오픈 공격으로 따라붙었다.
 
1세트 승부는 결국 듀스까지 가서야 매듭지어졌다. GS칼텍스는 이날 처음 터진 서브에이스 한 방으로 1세트를 챙겼다. 
 
베띠의 오픈공격으로 26-25로 서브권을 가져온 GS칼텍스는 상대 채선아를 노리는 배유나의 목적타 서브가 적중하며 먼저 웃었다.
 
분위기를 탄 GS칼텍스는 2세트 초반 계속해서 IBK기업은행을 위협했다. 
 
5-4에서 랠리를 거듭한 끝에 배유나가 오픈공격으로 점수를 낸 IBK기업은행은 김희진의 시간차 공격을 단신인 이소영이 블로킹으로 돌려세우며 자신감을 얻었다. 베띠의 강력한 후위 공격까지 코트를 가르며 순식간에 8-4까지 달아났다.
 
5차전까지 온 이상 체력이 떨어진 것은 IBK기업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잔 범실을 계속 내며 좀처럼 따라붙지 못했다. 오히려 벼랑 끝에 몰렸다가 살아난 GS칼텍스가 피로를 잊은 듯 펄펄 날았다.
 
줄곧 4점 차로 리드한 GS칼텍스는 IBK기업은행의 점수를 21점으로 묶고 2세트까지 접수했다.
 
시간이 흐르자 GS칼텍스의 체력에도 한계가 왔고, 서서히 범실을 냈다. IBK기업은행이 끈질긴 수비를 바탕으로 긴 랠리로 끌고가자 단단하던 조직력에 틈이 벌어졌다. 
 
IBK기업은행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3세트를 따내며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었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IBK기업은행은 4세트 초반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박정아가 2-3에서 연속해서 4점을 내며 6-3까지 역전했다. 
 
여기에 카리나가 시도한 서브가 GS칼텍스 코트에 떨어지며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앞서 블로킹 4개·서브에이스 2개·후위 공격 6개를 기록했던 카리나는 이 서브 한 방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였다. IBK기업은행은 베띠의 살아난 공격에 11-12까지 역전을 허용했다. 카리나가 백어택 공격을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왼 발목을 접질려 부상으로 실려나갔다.
 
GS칼텍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주도권을 잡아 나갔다. 다급해진 IBK기업은행은 정상 컨디션이 아닌 카리나를 후반부에 다시 투입시키는 초강수를 뒀다. 
 
마지막에 웃은 쪽은 GS칼텍스였다.
 
GS칼텍스는 듀스에 듀스를 펼친 끝에 6년 만에 우승을 확정했다. 주인공은 베띠였다. 베띠는 27-27에서 강한 후위 공격으로 상대 코트를 가른 뒤 마지막 찬스도 놓치지 않고 백어택을 성공시켰다.
 
IBK기업은행은 카리나-김희진-박정아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편대가 세트를 거듭할수록 힘을 발휘했지만 GS칼텍스를 넘어서지 못했다. 4세트 중반 카리나가 발목 부상을 당하는 변수를 통제하지 못했다.
 
카리나는 이날 블로킹 4개, 서브에이스 3개, 후위공격 9개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지만 팀 패배로 빛을 보지 못했다. 김희진과 박정아의 40득점 합작도 우승을 이끌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