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빠져야 하는 남자' KIA 브렛 필 "팀만 잘 된다면 OK"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맞대결이 열린 지난 4일 잠실구장.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브렛 필(30)이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는 올해부터 바뀐 외국인 선수 규정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팀당 외국인 선수 보유수를 3명으로 늘리면서 한 경기 출전 인원을 2명으로 제한했다. 
 
   
▲ 프로야구 뉴시스 자료사진
 
선발 투수 2명과 외국인 타자로 쿼터를 채운 다른 팀들에는 이 규정이 문제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쿼터 1장을 마무리 투수 하이로 어센시오로 채운 KIA에는 꽤나 골치 아픈 일이다. 
 
 선 감독은 공격력 대신 뒷문 강화를 선택했다. 선 감독은 데니스 홀튼이 선발 등판한 2경기에서 혹시나 모를 어센시오 출전에 대비해 필을 선발에서 뺐다. 
 
 필 입장에서는 조금 난감할 수도 있는 상황.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에는 한 경기 쉬어가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최근처럼 타격감이 좋은 시기에는 컨디션 유지에 애를 먹을 수도 있다. 
 
 이에 필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5일 두산전에 앞서 만난 필은 "홀튼이 잘 던지고 어센시오가 나와 팀이 잘 된다면 좋은 일이다.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감각 유지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한 경기에서 빠진다고 감각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힘이 충전될 수도 있다"면서 "경기에는 안 나가지만 더그아웃에서 상대 투수의 구종과 패턴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MLB) 경험을 갖춘 필은 시범경기에서 타율 0.121에 그치면서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막상 리그가 개막하자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KIA 타선의 중심으로 우뚝섰다. 필은 4경기에 나서 타율 0.412(17타수 7안타) 4타점을 기록 중이다. 안타 7개 가운데 홈런이 3개나 된다. 
 
 물론 전날처럼 결장해야 하는 날이 늘어날수록 기록 경쟁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필에게 개인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필은 "홀튼과 어센시오가 잘해서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내 기록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IA는 필의 합류로 한층 짜임새 있는 타선을 갖췄다. 여기에 부상 중인 김주형까지 합류하면 파괴력은 다른 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김주형이 복귀할 경우 필은 외야수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스프링캠프부터 외야 수비 연습을 해서 걱정 없다"고 자신감을 보인 필은 "어느 포지션이든 팀이 필요로 하면 뛰겠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을 떠나 타국에서 새 도전을 시작한 필은 한국 야구 문화에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필은 "미국은 관중이 조용한 편인데 한국 팬들은 소리도 많이 지르고 응원도 열광적이다. 분위기가 참 좋다. 새 야구장도 마음에 든다"며 미소를 지었다. 
 
 필은 홀튼이 쉬는 이날 두산전에 5번 타자 겸 1루수로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