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복원에 문재인 휘청, 홍준표 수직상승
홍준표·문재인 35% 내외 득표로 당락 엇갈릴 듯
   
▲ 조우석 주필
냉정하게 말해 5.9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의 당선 가능성이 60% 이상이다. 주적(主敵)을 주적이라고 말 못하는 고약한 국가관, 송민순 회고록 문제에서 아들 채용 의혹에 이르는 숱한 악재에도 그의 지지율은 현상적으로 요지부동이다. 오래 선거를 준비해온 저들의 역량, 민노총 핵심인 언론노조의 지원 등에 힘입은 선전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의 몇몇 조사만 봐도 그렇다. 뉴데일리 조사(4월30일)에서 안철수(21.5%)-홍준표(20.8%)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했다면, 문재인은 두 배 가까운 41.1%다. 2일 조선일보 조사(문 38.5%, 홍 16.8%, 안 15.7%)도 어슷비슷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그럼에도 오늘 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의 기적적 승리를 예측하려 하는데, 근거는 셋이다. 첫째 대통령 탄핵 전후 무너졌던 이념지형의 복원, 둘째 대세론에 기대온 문재인의 안이한 선거전의 패착, 셋째 무엇보다 홍준표라는 보수진영 대중정치인의 수직상승이 그것인데, 이들 세 가지 요인은 그동안 언론이 놓쳐온 큰 흐름이다.

꺾인 안철수에게 왜 전략적 투표?

D-5일, 홍준표의 대역전승을 예견하는 이들은 통계학 전문가 이영작 박사를 비롯해 적지 않다. 홍준표의 뜀박질이 지지율 3%로 시작했던 미국 트럼프의 극적인 당선, 2002년 노무현 돌풍과 꼭 닮았다는 경계심이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 등장했을 정도인데, 무엇보다 이념지형의 복원 조짐이 심상치 않다.

그걸 반영하는 게 대구경북(TK)민심이다. 매일신문과 TBC 2일 조사의 경우 문재인(21.5%)-안철수(19.2%)를 누르고 홍준표(33.8%)가 여유있는 1위로 떠올랐다. 한 달 전 정당 지지율을 기억해보시라. 당시 ‘운동권 정당’민주당이 과반에 육박하는 46%로 당당 1위였다. 보수 유권자의 46%가 안철수를 찍고, 18%가 문재인을 찍겠다는 식의 혼란스런 응답도 성큼 바뀌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 선거 5일을 앞두고 각 대선후보들의 표 결집양상이 흔들리고 있가. 사진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사진=각 후보 공식사이트

안철수 지지율 자체가 곤두박질치고, 홍준표에 일부 2위 자리를 내준 지금 이른바 전략적 투표론을 언급하는 환경 자체가 허물어졌다. 보수 유권자들이 최악(문재인)을 피하려고 차악(안철수)을 잡아야 하는 곤혹스런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나 것이다.

탄핵 전후의 혼란이 조금 정리되면서 홍준표 찍으면 홍준표가 된다는 확신을 품게 됐다는 뜻이다. 조중동은 이걸 보수층의 이념결집이라고 하지만, 체제변혁-민중혁명 위험성에 대한 본능적 경계라고 나는 해석한다. 어쨌거나 그게 홍준표의 기적적 당선을 예견하는 첫 번째 이유인데, 앞으로 5일 언론이 몰랐던 숨은 표가 대거 쏟아질 게 분명하다.

둘째 대세론에 기대온 문재인 본인의 소극적 선거전의 역작용도 심각한데, 일테면 TV토론에서 그는 “그만 하시죠”란 소리만 어설프게 반복했다. 대두되는 의혹과 현안마다 공세적인 논점 제시 없이 답안지를 읽으며 애매한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그게 화근이다.

"지지율이 높으니 확전 말라"는 캠프의 조언 때문에 유연한 대응을 못하다보니 그가 상황 파악이 덜된 바보란 인상만 풍겼다. 완전히 새로운 나라 만들기, 적폐청산이란 구호의 역풍도 크다. 공정함을 잃은 언론이 홍준표의 돼지 발정제 사건만 부각시키고, "월남 패망 때 희열을 느꼈다"는 문재인의 최악의 고백을 감추려 해도 사람들은 안다.

40% 전후의 지지율 자체가 거품이며, 10%를 뺀 30%가 정확하다는 일부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은 문재인-홍준표 2파전이고 각각 35% 내외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견한다. 내 예측은 이렇다. 문재인이 35% 박스권에 갇힌데 비해 홍준표의 확장성은 상대적으로 훨씬 더 크다. 그게 홍준표의 당선 가능성을 예견하는 또 다른 이유다.

"대란엔 大治가 필요" 홍준표 명언

셋째 무엇보다 홍준표라는 보수진영 대중정치인의 놀라운 선전이 선거 막판 결정적이다. 이념지형이 아무리 바뀌고 상대방이 패착을 거듭한다고 해도 정작 본인이 잘 해야 호성적을 거두는데, 지난 1개월 새 홍준표는 일취월장하는 중이다.

선거운동 초기의 그와 지금의 홍준표는 천양지차다. 당초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해 “춘향이인 줄 알고 뽑았더니 향단이였다. 탄핵 당해도 싸다”고 독설을 날렸다. 그거야말로 지지층을 모독한 정치적 자살골이었데, 그건 당시 한국당 내 패배주의를 반영한다. 제대로 조언해줄 스태프가 없었고 홍준표도 허둥댔다.

직후 1개월 그는 확 달라졌다. 태극기 민심을 포함해 이 땅의 보수세력이 목 말라했던 메시지를 그만큼 적확하게 내건 정치인은 일찍이 없다. "87년 대선 이후 등장한 역대 대선의 보수 후보 중 가장 강력한 우리 편의 등장"(연세대 류석춘 교수)이라는 평가도 자연스럽다.

종북좌익 척결, 전교조-민노총 제압에서 한반도 전술핵 도입, 동성애 반대에 이르는 공약은 군더더기가 없다. "기업가에겐 자유를, 개인에겐 기회를!"이란 구호도 그가 아니면 제시 못한다. 헌법 4조에 나오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확신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홍준표다움을 잘 보여준 대목은 존경하는 인물로 박정희를 꼽은 순간이었다.

이상이 홍준표의 기적적 당선 가능성을 예견하는 세 가지 이유인데, 다른 것 없다. 홍준표로선 자기 스타일로 가면 된다. 안보대란-정치대란의 지금, 대란(大亂)엔 대치(大治)가 필요하다는 그의 명언에 기대를 건다. 재확인하지만 이번 대선은 무늬만 대선일뿐 실제는 체제전쟁이다.

대한민국이 살아나느냐, 대한민국을 허물려는 세력에게 꼼짝없이 당하느냐의 큰 싸움이 맞다. 홍준표의 대역전 소식과 함께 이명박-박근혜에 이은 보수정권 제3기 개막이라는 뉴스를 듣고 싶은 심정은 너무도 당연하다. 누구 말대로 9회 말 투 아웃의 야구장 상황에서 기대했던 역전 홈런 한 방이 터질 걸 우린 기대한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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