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도입 비중 126%↑…저렴한 가격 대비 경제성 높아
SK인천석화-현대케미칼 석유화학 제품 "승부수"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올해 3월 이란산 원유 수입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이란산 원유 덕을 톡톡히 본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의 실적 향상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4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3월 한 달 동안 국내 정유사들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1853만배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26% 증가한 수치다. 올 1~3월 기준 전체 수입 원유에서 이란산 비중은 약 16.8%로 누적 수입량은 총4673만 배럴에 달한다.

   
▲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인천석유화학이 콘덴세이트를 원료로 파라자일렌(PX)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은 250만평 부지에 세워진 SK에너지 울산콤플렉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국내 정유사 4곳 가운데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두 회사만 이란산 원유를 도입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수입 비중이 93.0%로 압도적으로 많고,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부터 수입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합작사 및 모회사 이슈로 이란산 수입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정유사들이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량을 늘리는 이유는 원가 절감 때문이다. 지난 2015년 경제재제 완화로 이란산 원유 수출 물량이 풀려 기존 대비 저렴한 가격에 들여오게 되면서 수입량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란산 콘덴세이트 단가는 배럴당 54.36달러로, 카타르산(57.38달러) 단가와 비교해도 훨씬 저렴하다.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일반 원유보다 정제시 많은 양의 나프타(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등 원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어 업체들은 너도나도 수입 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 중에서도 올해 1분기 1조43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SK이노베이션이 이란산 원유도입 덕을 많이 봤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5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정유 부문 이익 수준이 케파 수준보다 높게 나왔다"며 "원유 구매 다변화와 더욱 싼 원유 구입을 통해 높은 수율을 기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인천석유화학이 콘덴세이트를 원료로 연산 파라자일렌(PX)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어 실적개선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지난해 1조6000억원을 투자한 PX 설비 가동이 본격화됨에 따라 SK인천석유화학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 성장한 130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합작한 현대케미칼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 콘덴세이트를 분해해 납사 등 석유화학 제품 생산으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영업이익이 35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가량 올랐다고 발표했다. 

증권업계는 현대케미칼이 올해 콘덴세이트 가격하락에 힘입어 영업이익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케미칼이 올 초부터 2개월 동안 600억여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경우 현대케미칼이 올 연말까지 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기대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수십년 전부터 이미 이란산 원유를 도입해 왔다“며 ”다른 정유사보다 저렴하고 많은 양의 원유를 도입해 경제성 확보는 물론, 석유화학 제품 생산 실적 향상에도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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