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기업 역할 무시 적폐세력 취급은 곤란
대기업 규제강화 보다는 동반성장 기틀 마련 중요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제19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기업들은 벙어리 냉가슴이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새로운 규제 신설과 경영 활동을 가로막을 수 있는 법안 개정 등을 거론하면서다.

   
▲ 산업부 조한진 기자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주요 기업 관계자들은 “어쩌겠어요.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가야죠”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반기업 정서가 더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경영 활동의 걸림돌이 늘어나지 않을까 역시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모두 복지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 장밋빛 정책을 쏟아내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약속하고 있다. 자율과 책임을 앞세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유력 후보 대부분은 기업관련 정책은 시장 자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규제의 벽을 더 높이겠다는 공약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다중대표소송와 집중투표 등 기존 기업 지배구조의 뿌리를 흔들 수 있는 법안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경제계와 기업들은 그동안 독소조항으로 꼽아온 상법개정안 등이 현실화 되면 경영환경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며 한숨을 짓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명목으로 상법이 개정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은 전망이다. 적지 않은 기업들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중견기업들까지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체력을 소모하면 기업은 미래 먹거리 준비가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은 쉽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포퓰리즘에서 접근할 경우 돌이키기 어려운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이유다. 대기업 견제 효과보다는 투기자본의 배만 불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많은 후보들이 중소기업과 벤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창업을 중심으로 새 판을 짜야 한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기업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R&D) 등에서 이들의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규제에 규제를 쌓아 대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면 기술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질 좋은 일자리 창출도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대선 후보들이 외치는 ‘더 좋은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다. 정부 주도의 복지와 고용은 모두 조 단위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정책들이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대기업을 빼고 수출을 얘기하기 어려운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대기업들도 대선후보들이 지적하는 지배구조개선과 경영 투명화 등을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규제 강화 보다는 시장의 감시기능 강화가 더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경제계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시장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우리 수출이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대내외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자국 보호주의를 앞세운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문제 삼고 있다. 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빌미로 우리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북핵 리스크도 현재 진행형이다.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은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 사라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새 대통령은 반년 가까이 이어진 국정공백을 치유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국민의 삶과 직결된 경제 정책에서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얼마 남지 않는 ‘골든타임’을 살리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3류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적폐세력’이라는 프레임으로는 위기를 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가 상호보완하며 동반성장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제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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