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드라마 KPOP 글로벌 용트림...찬밥 한류영화도 코리아우드 도약 계기로

   
▲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영화 <어벤저스 2>가 서울 전체를 몇 주째 종횡무진하고 있다. 마포대교 촬영을 시작으로 한 주 걸러 상암동 찍고 청담대교 통제하고 4월 6일 일요일에는 강남역 일대까지 통 크게 빌려 쓰고 있다. 이 영화 촬영의 ‘excuse me’는 서울 경기도 일원에서 몇 번 더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워낙 특별대우를 해주다 보니 여기저기 미디어에서 ‘PR효과 있나...’, ‘경제적 효과 의문..’ 같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 사기극 논란’ 표현까지 불거져 나왔다. 아마 이런 의심과 비판은 영화가 완성되어 개봉된 후에도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오해와 착시로부터 이 로케이션 쇼는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왕 손님맞이 하면서 마냥 불편해하지는 말고 뭔가 하나라도 배우고 뽑아내야 되지 않겠는가?
 

되갚아주는 사람이라는 뜻인 <어벤저스>는 2007년 공전의 히트작 <아이언맨> 때부터 준비된 작품이었다. 원대한 구상을 품은 이는 당시 만화 출판미디어 브랜드인 <마블, MARVEL> 대표 프로듀서인 케빈 페이지였다. 페이지는 마블 캐릭터로 이미 팬덤을 가진 더 인크레더블 헐크, 아이언맨, 토어, 캡틴 아메리카, 호키 (Hawkee)와 블랙 위도우를 한 데 섞는 종합 패키지 세트를 기획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 팬이 아니라고? 그럼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어떤가? 또 토어의 크리스 헴즈워스는 또?..” 라고 되물으며 영화 숙명인 하이 리스크를 극복할 포트폴리오 전략을 내세웠다.

이런 발상은 마블의 여러 주인공들을 기업의 자산으로 관리하고 활용한다는 캐릭터 에퀴티(character equity) 발명에 해당한다는 할리우드 현지 칭송을 얻기도 했다. 다양한 팬들을 고루 고루 한꺼번에 충족시켜줄 포트폴리오 진용을 짠 <어벤저스> 군단은 이처럼 철저한 마케팅 전략기획 속에서 2012년 얼굴을 내밀었다.
 

또한 <어벤저스> 제작진은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에도 공을 들였다. 최대 경쟁자는 마블과 함께 미국 영웅 캐릭터 역사를 양분하고 있는 DC 코믹 히어로 시리즈물. 워너 브라더스사가 거침없이 내달리게 한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이 버티고 있었다. 마블 구세주 프로듀서 케빈 페이지는 이 경쟁상황에서도 예리한 전법을 선보였다. 만약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캐릭터들을 섞는다면 이른바 정의를 찾는 영화(Justice League Movie)가 반복되기만 하고 시너지 효과와 참신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트맨과 슈퍼맨은 각각 개인종목에서는 최강이지만 2인3각 단체종목으로는 쉽게 넘어오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어벤저스>는 남들이 흉내 내거나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희소하고 창조적인 포맷으로 줄달음치기 시작했다. 

   
▲ 한국의 마포대교 청담동 등에서 촬영중인 '어벤저스2'는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영화의 트렌드와 마케팅전략, 기술흐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해 경제적 효과나 PR효과가 있는가라는 부정적 평가에만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비싼 학습기회의 장으로 활용하면 된다. 게임 드라마 KPOP등은 글로벌 무대로 용트림중이지만, 영화한류만은 찬바람이 쌩쌩 돌고 있어 돌파구가 시급한 실정이다.

일이 잘 되려다보니 마블을 인수한 디즈니가 흥행공식을 향한 온갖 노하우를 쏟아 부었다. 놀랍게도 스마트폰과 같은 범용 제품을 만든다는 아이디어까지 가세했다고 한다. 디즈니가 제일 잘 하는 가족 전체 감동과 세대를 초월하는 열광을 자아내는 노하우가 이어졌다. 관객 사각지대 없이 가장 많이 팔 수 있는 스마트폰과 같은 범용 제품을 만든다는 방침은 <어벤저스> 와이드 릴리스 와이드 유저 전략으로 나타났다. 2012년 1편 기준으로 출연 배우를 보면 토어의 헴즈워스가 나이가 28,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가 30, 여자인 스칼렛 조한슨, 광대한 흑인팬을 가진 사뮤엘 잭슨 (63세) 등으로 꽉찬 컬러풀 캐스팅(colorful casting)이 실현되었다. 모든 계층, 연령대 관객이 열광할 수 있는 영화로 구비되게끔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개봉 후 <어벤저스> 관객 구성도 50%가 25세 이하 (이상도 50%), 15%가 커플 데이트 무비, 25%는 패밀리 무비, 22%는 틴에이저 입맛으로 나와 과연 완벽한 포트폴리오 전략이 통했음을 입증했다.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대표 캐릭터로서 주장 역할을 해냈다. 곳곳에 심어 놓은 웃음과 가벼움을 터뜨려주며 관객 긴장을 이완시켜주는 고객관리 담당이다. 그의 명품 대사에는 셰익스피어까지 동원되었다.
 

또 하나 주목해야할 부분은 <어벤저스>가 중국과 브라질 같이 와이드 스크린에 꽂힌 시장을 겨냥한 맞춤 콘텐츠라는 사실이다. 3D 영상에다 초대형 스크린 아이맥스 영화관을 독식할 와이드 스크린 형태로 <어벤저스 2>, <어벤저스 3>를 만들겠다고 디즈니 CEO 밥 이게르가 밝힌 그대로다. 팽창하는 중국시장을 겨냥해 작은 TV로는 담을 수 없는 좀 더 웅장하고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미래 영화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할리우드 구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번 <어벤저스 2> 한국 촬영은 우리에게 어떤 생각할 거리를 남기고 있는가? 모두들 볼거리가 없네, 소문난 잔치네, 불편하네 하고 투덜거리는 사이 기똥찬 기술이전, 노하우 습득 기회는 사라져 버리고 있다. 탁 트인 서울 한강 찍어 중국 시장에 크게 어필하겠다는 <어벤저스 2> 전략을 보면서 우리도 챙길 건 챙겨놔야 한다.
 

오래 전 2001년 아시아를 석권한 <엽기적인 그녀> 이후 십 수 년 동안 변변한 수출 하나 없이 고전해온 한국 영화산업이어서 <어벤저스 2> 같은 용트림은 더욱 절실하다. 게임도 드라마도 K POP도 글로벌 무대에서 승천중인데 유독 영화한류만 감감 무소식이다. 내수는 2억명 관객에다 여러 1천만 작품들에 이르기까지 받쳐줬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갈수록 바닥을 기고 있다. 이럴 때 꼭 수직계열화다 대기업 독식이다 해서 내부 악재가 겹치곤 한다. 자칫하다간 드라마 풍 저예산 영화는 국산에서, 스케일 큰 대작은 할리우드에서 나눠 구하는 대리만족이 고착화될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는 할리우드 키즈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구경꾼하고 대리만족하면서 따라갈 순 없다. <어벤저스 2>와 같은 전형적인 상업영화에 서울 전체를 이렇게 많이 내준 것은 분명 지나친 (too much) 감도 없진 않다. 그럼에도 주어진 기회에 할리우드조차도 몸부림치고 있는 노력과 연구와 창조적 기획 발상을 학습해보고자 하는 시도는 나쁘지 않다. 대리만족 간접체험을 지나 손수 만든 명품콘텐츠로 세계경영 하는 코리아우드(KoreaWood)를 위해서. /심상민 성신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