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탓보다는 화합·포용의 정치 필요…보수의 반성과 새로운 길 모색해야
   
▲ 이신훈 새마음포럼 사무총장
19대 대선은 문재인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로 싱겁게 끝났다. 초반 3%대에서 시작한 홍준표 후보는 중반을 넘어서야 겨우 10%를 회복했고 선거를 불과 며칠 남겨두고 20%를 돌파하는 이변을 보여주며 보수 세력 결집으로 문 후보를 역전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낳기도 했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는 41.1%로 당선이 되었고 홍준표 후보는 24%에 불과했다. 이변은 없었고 국민들은 4.13총선 사태에서 최순실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르기까지 보수 정당을 크게 심판한 것이다.

보수 정당은 또 다시 무너졌다. 최순실 사건으로 인해 비박계는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뒤 탈당해 바른정당을 만들기도 하였다. 박근혜 정부와 자유한국당 당원들과 보수 세력 지지자들을 트리플로 연달아 배신을 한 것이다.

친박들의 행태에도 국민들은 비난을 아끼지 않았다. 4.13총선의 참패에 영향을 끼쳤으며 최순실 사건을 막지도 못했고,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추대하며 당원들과 보수 세력들의 민심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대통령 탄핵 사건에는 박 전 대통령의 책임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법리상으로는 돈 한푼 받지 않았지만 정치적으로 탄핵을 받았고 그 이면에는 친박 세력이었던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의 배신도 한 몫을 한 것이다. 자기 사람들을 관리하지 못했으며 정치적으로 실패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잘잘못을 따지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모두가 잘못했고 모두가 죄인이며 모두가 심판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과 구속 수감이라는 큰 심판을 받았고, 친박들은 당원권 정지되며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등의 심판을 받았다. 바른정당은 그들의 정치적 행위가 얼마나 무모했으며 어리석었는지를 만천하에 치부를 드러냈다.

홍준표 후보는 심판받고 무너진 정당을 홀로 이끌며 여기까지 왔다. 대선 후보를 낼 자격도 없다는 비판 속에서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2등을 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홍 후보는 선거 막판에 통합을 강조하며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을 받아들이고 친박계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해제하려 했지만 정원택 원내대표의 반대에 부딪혀 성사되지 못했고, 결국에는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이를 관철시켰다. 이 같은 결정에 찬반 의견이 많았지만 대선을 이끌고 있는 홍 후보를 지지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 정우택 원내대표는 바른정당 탈당파 복당과 친박 징계 해제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지금은 당권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보수정당과 보수 세력 모두의 잘못이고 모두의 책임이다. 반성과 화합, 용서와 포용을 바탕으로 낮은 곳에서 다시 시작해 무너진 보수정당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사진=미디어펜

이제 대선은 끝났고 자유한국당은 또 다시 참패를 맞으며 심판을 받았다. 이제는 민심이 왜 떠났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회복되지 않는 민심을 걱정하며 반성하고 낮은 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20~30대 유권자 중에 얻은 표는 9%도 안 된다. 젊은 층의 민심이 다 떠났다.

모두가 잘못했고 모두가 심판 받았다. 이제는 화합과 통합으로 나아가 싸우는 모습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용서하며 반성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이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당 내부의 사정은 또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바른정당 탈당파 복당과 친박 징계 해제에 대해 또다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선거에서는 후보가 그렇게 가겠다고 한다면 그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이것은 표로 나타날 것", "화합과 포용, 용서의 차원으로 말씀한 것이기 때문에 국민께서 많이 이해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발언했다.

사실상 홍준표 후보의 뜻에 동참한 것으로 풀이되나 대선에 패배하자마자 화합과 포용, 용서의 상징이었던 홍 후보의 결단을 부정하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매몰차게 버림받은 정당의 기득권을 위해 다툼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분 싸움으로 여러 번 심판을 받았고 대통령은 감옥에 갇혀있다. 이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남에게 손가락질을 한다면 국민들은 또 다시 자유한국당을 심판할 수밖에 없다.

홍준표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24%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무너진 당을 재건했다고 자찬하지만 냉정하게 살펴보면 보수정당으로서 마지노선에 와있다는 것을 실감해야 한다. 이 마지노선마저 무너지면 프랑스가 히틀러에게 점령당한 것처럼 보수정당은 대한민국에서 완전히 무너지고 말 것이다.

지금은 당권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보수정당과 보수 세력 모두의 잘못이고 모두의 책임이다. 반성과 화합, 용서와 포용을 바탕으로 낮은 곳에서 다시 시작해 무너진 보수정당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또한 당내에서도 친박이니 비박이니 하는 단어 자체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단어로 또 다시 계파를 조장하는 당내 의원들이 있다면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비롯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 국민당의 박지원 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정우택도 자유한국당의 선거 패배의 책임지는 모습으로 물러나야 하며 비대위도 해체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이 인정하는 새로운 지도부를 탄생시켜 개혁과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혁신으로 좌파 정부에 당당하고 힘 있는 야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함을 가슴속 깊이 명심해야 한다. /이신훈 새마음포럼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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