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대우조선이 지난달 초 수주한 초대형 유조선(VLCC)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을 산업은행으로부터 발급받았다.

11일 채권단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이 지난달 4일 그리스 선사로부터 2억5000만달러(2800억원)에 수주한 VLCC 3척에 대한 RG 발급이 지난 10일 이뤄졌다.

기존에 대우조선의 수주 선박에 대한 RG 발급은 속전속결로 이뤄져 왔으나 이번에는 대우조선이 경영위기를 겪으면서 은행들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선박 수주 이후 RG 발급까지 5주나 걸렸다.

RG는 조선소가 주문받은 배를 넘기지 못할 경우 발주처에서 이미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하는 것이다. RG 발급이 되지 않으면 최악에는 어렵사리 따낸 수주가 취소될 수 있다.

이번에 RG발급이 늦어지게 된 것은 은행권의 눈치보기도 있었지만 VLCC 3척의 수주가 지난달 17~18일 사채권자 집회를 2주 가량 앞두고 이뤄지는 바람에 새롭게 만들어진 ‘RG발급 룰’을 적용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기존의 룰대로 산업은행이 RG발급을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판단이 늦어진 점도 작용했다.

지난달 사채권자 집회 이후에는 모두의 고통분담이라는 전제 하에 RG에 대해서도 복보증(2차 보증)이라는 새로운 룰이 만들어졌다. 이는 대우조선의 RG 발급을 일단 산업은행이 책임지되, 사고가 났을 경우 시중은행이 복보증을 서 산은의 손해를 메워주는 방식이다.

결국 채무재조정 이전에 수주가 이뤄졌으므로 이 건에 대해 새로운 룰을 적용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보고, 복보증 없이 산업은행이 RG 발급을 하게 된 것이다.

한편 대우조선의 사채권자 집회에 대한 법원의 인가 결정에 개인투자자가 항고한 것과 관련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그러나 이 투자자가 대법원에 재항고할 것으로 알려져 대우조선의 채무재조정과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 지원은 계속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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