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16대 국회의원때 소주한잔도 했는데…덕담만 할수 없어"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임종석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11일 국회의장단과 여야 지도부를 잇따라 예방한 가운데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만나 "야당의 목소리는 더 크게 듣겠다"며 협치를 약속했다.

다만 정우택 권한대행은 면전에서 "NL(민족해방)과 PD(민중민주)계가 청와대에 포진된 게 아닌가 얘기가 나온다"고 논란 당사자인 임종석 비서실장을 직격, 견제구를 날렸다.

NL과 PD는 운동권 노선의 두 줄기를 가리키는 용어로 각각 친북·좌파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당은 전날(10일)에도 논평을 통해 "임 실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을 지냈으며, 주사파 출신으로 알려졌다"며 비서실장 인선에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이날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정 권한대행과 임 실장은 반갑게 악수를 나눈 뒤 마주 앉았다. 정 대행은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는 자리가 막중하고 국내외 정세가 가장 어려운 현실 속에서 직을 맡으셨기 때문에 임 실장 어깨에 무거운 중압감을 느끼지 않을까 한다"고 운을 뗐다. 

정 대행은 임 실장이 16대 국회의원을 지낼 때 친분을 언급, "소주도 한잔 하고 좋은 관계였는데 청와대 실장이 돼서 제 앞에 나타나니까 감개무량하다"면서도 "덕담만 드려야 되는데 덕담만 드릴 수 없는 게 걱정의 소리가 많이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상 임 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내정자 인선을 겨냥 당내에서 NL·PD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원내대표로서 상당히 우려의 시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내정자는 1993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과 임종석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11일 오후 국회 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정 대행은 또 "서훈 국정원 내정자께서 말씀하실 때 남북정상회담 필요성을 거론했는데 아직 그것은 제가 판단하기에 아직 정제되지 않은 아이템이다. 이 역시 정식 절차에 의해 자리에 앉기 전까지는 절제하고 조심스럽게 처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서도 "아직 국민적 시각에서 봤을 때 대통령께서 갖고 계신 안보관이 든든한 안보관보다는 불안한 안보관이라는 인식이 많다"며 "한미동맹의 강화, 사드 배치 앞으로 또 한미FTA 재협상 등 국제적 정세와 안보적, 외교적 측면에서 한반도 전체가 불안하기 때문에 이점을 감안해서 잘 이끌어달라"고 말했다.

임 실장은 이에 대해 "우리 한국당에서 우려 목소리를 전해주신 것을 잘 듣고 있다"며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자 NL계 출신 우상호 원내대표를 거론, "우상호 원내대표 만큼만 하겠다"고 응수했다.

임 실장은 "우 원내대표는 지난 1년 원내대표를 하면서 오히려 가장 대화가 잘 되고, 원만하고 합리적인 인상을 받아왔다고 생각한다"며 "우 원내대표가 하는 것처럼 합리적이고 소통하면서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차이 나는 부분은 더 귀 기울여 듣도록 하겠다"며 "어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외교안보 분야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하겠다. 잘 좀 지도해주시길 바란다"고 몸을 낮췄다. 

임 실장은 또 "오전에 이낙연 총리 내정자에 대해 좋은 평해주시고 발목을 안 잡겠다고 말씀해주셔서 많이 힘을 얻었다"며 "어려운 상황 시작되는 정부나 빨리 안정돼서 일할 수 있도록 협력해주시길 부탁 말씀드린다"고 요청했다.

정 대행은 "사실 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하실 때 과정을 보면 그만큼 또 우리가 야당으로서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라며 "그것만큼 우리가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발목잡기나 대선불복 행태로서가 아니라 정말 올바른 새로운 청문회 문화도 열 수 있다고 본다"고 긴장감을 이어갔다.

또한 "문 대통령께도 말했지만 강한 야당이 되겠다고 했다. 올바를 때는 국가와 국익을 위해 협력하고 옳지 않을 땐 저희가 목숨을 걸고 얘기할 수 있고 반대할 수 있는 야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