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에 예외는 없어…돈으로 평화를 살 수 없다는 엄중한 현실 직시해야
   
▲ 김효진 남북경제연구소 기획연구실장·박사
이제 다시 평화의 계절인가? 현재는 피할 수 없는 길이었다고 할 밖에. 그러나 고통은 남아 있는 자들의 몫. 심판은 회개와 회복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관문'이다. 종잡을 수 없었던 동북아 한반도 퍼즐, 앞으로 어떤 그림이 펼쳐질지 과거 DJ-MH 10년 세월은 분명하고 조용히 비춰준다.

개성공단? 확장 재개관. 사드? 철수시키거나 철수하게 만들거나. 북핵? 남한을 향하지 않을 핵이라면 굳이 폐기 운운 '용' 쓸 일 없다. 남북관계 개선? 드디어 평화협정으로 남과 북 대타협의 시대를 열자. 대북인권 운동? 저쪽 사정을 무시한 무례한 처사니 자제하라. 이제야 화해와 해빙의 데탕트가 임박했으니 평화여 기다리라, 우리가 간다.

미군이 철수하든, 한반도 바깥에 새로운 에치슨 라인이 설정되든, 우리민족끼리 장엄히 엮어낼 한반도 평화를 해칠 순 없다. 자주(自主)의 상징, 전작권도 환수할 테니 중국이 지지하고 남북한이 하나되는 독자적 평화 대동단결을 꿈꿔보자. 태평양 건너 무기나 파는 미국이 대수랴! 바야흐로 동북아에 새로운 평화의 기운이 서리는 장엄한 대서사가 열리는 판이다.

이럴진대 '비서실장' 인사가 무슨 대수랴! 서훈-우상호-임종석, 이들이 누군지 알 사람은 다 안다. 그들이 누구였는지 '옛적 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똑똑히 안다는 것이다. 그럴지라도 무조건 '이니(문재인의 애칭)님이 옳아'를 읊조리는 청춘과 여전히 386세대의 관념 틀에 갇힌 중년들에게 보수우파 떨거지 위인들의 일부 반대와 경고란 무의미기 짝이 없는 하찮디 하찮은 생트집일 뿐이다.

자! 이젠 그들이 마음껏 한반도 평화를 일구어 내도록 맡겨두어라. 사드를 철수시키든 평화협정을 체결하든 그것은 국정을 책임진 그들만의 결단사항! 소통의 이름으로 국민에게 통보될 청구서는 바꿀 수 없는 일일진대 이제와 새롭게 일 좀 해보겠다는 사람들 발목잡이 하는 건 볼썽사납다.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첫 전화통화를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일부 미국 언론들은 한국이 달빛정책을 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극우라고 평가받기도 할 만큼, 보수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이에 진보 성향의 문재인 대통령과 보수의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문제를 두고 마찰을 빚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사진=연합뉴스

앞으로 이 땅에 한반도 평화의 기운이 드리울 이 중차대한 찰나에 불경하지 않겠는가. 햇볕정책 버전2 '달빛정책'이 약속하는 한반도 평화가 곧 도래할 텐데 애먼 소금뿌리기는 거두어라. 햇볕정책의 화려한 귀환, 이제 과실을 누릴 일만 남았다. 4월 위기설 같은 건 이제 잊어라. 앞으로는 그럴 일 없다.

안보현실론자는 이제 현실을 잊으라. 암울한 현실의 어두운 내면을 걷어내고 새 정권이 약속한 평화를 기대하며 경고음을 울리려는 신경과민의 손을 거두어라. 김정은 정권이 그토록 고대하며 기대해 오던 분들이 요직을 차지하는 마당에 설마 가시적인 도발이야 하겠는가? 그것이 북한 정권이 더듬어 찾아내려는 깊숙한 지하에서 신음하는 북녘 동포들과는 무관한 평화일지라도 말이다.

돈으로 평화를 살 수 있다는 환상이 실제(reality)라는 착시가 빚는 평화를 마음껏 누려보아라. 김정은 정권의 통제를 피해 목숨 걸고 이 땅에 들어온 탈북자들, 여전히 그 땅에 남아 구원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애타는 염원은 잊고, 새 정권이 김정은 정권과의 화해 속에 연출할 평화를 누려보아라. 서훈-우상호-임종석 이 3인은 그럴 능력을 충분히 갖추었으니 맡겨보아라.

대중의 평화는 전문가들의 비관적 설계 속에 위태롭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몽매한 대중의 염원을 담은 촛불을 통해 광장에서 실현된다는 착각 속에 만개할 그 평화를 누려보아라. 신규 임용될 81만명의 공무원들은 두고두고 이 평화를 지키는 전위대가 되어 주시라. 여기서마저 낙오한 사람들은 다 자신의 잘못이니 더 이상 정권을 탓해선 안 된다

그럼에도 이건 아니라고, 그것은 거짓 평화라고, 진리를 향한 엄중한 투쟁을 포기한 평화는 다가올 심판의 전조일 뿐이라고, 저 북녘 땅 지하교회에서 피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인민들의 외침을 신(神)은 듣고 계실 거라는 희미한 음성에 귀가 열리는 사람들이라면 조용히 눈물로 엎드리라.

나라의 운명은 그 분 손에 있으니 그저 호소할 뿐이라. 운명의 잔을 마셔야만 한다면 누가 피할 수 있으랴. 어차피 한번 죽는 인생, 돈과 명예, 이생의 자랑에 생명을 걸어 무엇을 남길까. /김효진 남북경제연구소 기획연구실장·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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