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박형철, 정윤회문건ᆞ세월호참사 폐단 정조준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정부의 시작이 숨 가쁘다. 소위 ‘허니문’이라고 불리는 정권 초기 서로 힘을 빼고 소통하는 시기없이 곧바로 개혁 드라이브가 걸리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문 대통령의 1호 공약이 적폐청산인 만큼 외교·안보, 경제 못지않게 개혁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 첫 지시가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연장과 세월호특조위 재가동이다. 두가지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의 처음과 끝이 됐으면서도 완전히 매듭되지 못했다. 특검수사를 끝내고 검찰로 넘겨진 국정농단사건이나 연장 주장이 무산된 세월호특조위를 새 정부가 직접 챙긴 다음 종지부를 찍겠다는 것이다. 

엄청난 충격을 남긴 두 사건에서 남은 의혹을 말끔히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칫 ‘협치’로 정치를 진전시켜야 하고, ‘통합’으로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과거사 청산으로 국론이 분열됐던 경험을 되풀이할까 우려하는 것으로 그 시기를 기해 보수 대 진보, 좌파 대 우파 갈등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있다. 야당에서는 정권 초기부터 사정바람이 휘몰아치는 것 아닌지 경계하는 입장도 냈다.

국정농단 특검 연장이나 세월호특조위 재가동 문제는 문 대통령은 임명 첫날 조국 민정수석과 가진 오찬에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조 수석에게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검수사 기간이 연장되지 못한 채 검찰수사로 넘어간 부분도 국민들이 걱정한다”고 했고, 이에 대해 조 수석은 “되도록 해야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12일 조 수석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윤회 문건’ 사건을 재조사하기 위해 민정수석실을 조사하겠다”며 “추상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본다는 게 아니고 특정 사안이 있다. 그걸 조사하는 것은 제 권리이기 이전에 의무다”라고 밝혔다. 

조 수석의 인터뷰 내용으로 볼 때 검찰에서 정윤회 문건이 덮인 이후 박관천 경정이 구속되고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사퇴한 경위가 파헤쳐질 것으로 보인다. 즉 당시 민정수석실과 검찰 수사의 잘못된 점을 따져보겠다는 것으로 당시 우병우 전 민정비서관과 검찰의 ‘우병우 라인’이 일단 정조준됐다. 우 전 수석의 경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뒤 지난 1일 1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바 있다.

이와 함께 조 수석은 세월호 참사 조사특별위원회 조사 방해 의혹도 조사한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특조위원장이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가 방해받는다고 했으니 누가 어떻게 방해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7월27일 당시 이석태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장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특조위의 정상적 활동을 방해해 왔다”고 주장했던 사실을 말한 것이다. 당시 세월호 유족들은 박근혜 정부가 특조위 예산을 깎는 등 조사를 방해했고, 우병우 전 수석 등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해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 문 대통령은 12일 전날 청와대 직제 개편에 따라 신설된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에 박형철 전 부장검사 임명을 발표했다. 조국 민정수석 인사에 이어 수석의 업무를 보좌할 비서관까지 신속하게 인선하는 것으로 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이다./사진=연합뉴스


청와대가 다시 세월호 사건을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세월호 7시간’ 의혹이 나올 만큼 유가족의 한이 컸고 많은 국민들의 분노했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꾸려진 특조위 조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구나 대선 막바지에 SBS가 보도한 ‘차기 정권과 거래해 고의로 인양을 미룬 의혹’ 보도도 논란을 남겼다. 보도 직후 국민의당까지 포함해 다른 당 대선후보 측의 공격이 집중됐고, SBS의 즉각적인 사과에 “민주당의 언론 보복”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12일 전날 청와대 직제 개편에 따라 신설된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에 박형철 전 부장검사 임명을 발표했다. 민정수석 인사에 이어 조 수석 업무를 보좌할 비서관까지 신속하게 인선하는 것으로 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차 드러낸 것이다. 검찰에서 ‘면도날 수사’로 불렸던 박 비서관은 국정원 대선개입수사를 맡았다가 이후 좌천성 인사로 수사직에서 밀려나면서 검찰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노무현 정부의 민정수석실에서 개혁의 칼을 빼든 셈이다. 그 칼끝이 얼마나 예리할지는 벌써부터 예상을 할 수 있다. 진보성향의 소장파에 비 법조인인 50대 초반의 조국 수석에 49세의 검찰에서 수사검사로 정평이 났던 박형철 비서관이 콤비를 이뤘다.   

문 대통령은 첫 인사를 단행하며 국무총리에 이낙연 전남지사를 임명하는 등 큰 틀에서 통합 행보를 보이면서도 청와대 참모진은 50대 초반의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 수석 등 젊은 청와대를 지향했다. 야당의 협력을 이끌어내 국정 안정을 도모하면서도 정책과 개혁에 속도를 낼 것을 선언한 것이다.  

대선기간 중 문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통합과 적폐청산이 상충하는 개념’이라는 질문을 받자 “적폐청산과 통합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적폐청산으로 불공정하게 만들어온 구조와 관행을 씻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만들어지면 국민은 자연스럽게 통합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의 여망이다. 하지만 단숨에 모든 적폐를 도려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긴 호흡으로 공정사회의 토대를 만들고, 지나간 사건은 신속하게 환부만 도려내는 차별화된 정부를 기대하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할 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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