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통합공세속 국민-바른 구심력 감지…60석 캐스팅보터 노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제19대 대선에서 별다른 이합집산 없이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무난한 집권'을 허용한 야권에서 중소 정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둘러싼 정계개편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우선 집권여당의 지위를 확보한 민주당이 국민의당에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명분을 들어 통합 공세를 펴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대선에서 적지 않은 보수층 결집을 이룬 홍준표 전 대통령후보가 바른정당 의원들에게 러브콜을 보낸 상황이다.

이와 동시에 각각 민주당과 한국당을 패권세력이자 기득권 양당으로 규정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의 통합 논의도 물꼬를 트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의석수는 14일 현재 120석으로 과반수(151석)에 크게 못 미치는 소수여당이다. 쟁점법안을 국회선진화법(2012년 개정 국회법)상 안건을 신속 처리할 수 있는 하한선인 180석과는 더욱 멀다./자료사진=미디어펜

민주당 의석수는 120석으로 과반수(151석)에 크게 못 미치는 소수여당이다. 쟁점법안을 국회선진화법(2012년 개정 국회법)상 안건을 신속 처리할 수 있는 하한선인 180석과는 더욱 멀다. 문재인 정권 초기 입법 과제를 강하게 추진하기 위해 민주당은 정책노선에서 가장 유사한 정의당(6석)뿐만 아니라 당에서 갈라져 나온 국민의당(40석)의 협조를 필요로 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당이 대선 전부터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완강히 거부해온데다, 이달 16일 진행될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김관영·유성엽·김동철 의원 등 후보들도 반(反)패권과 양당 구도 청산을 기치로 세우고 있어 통합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각각 국민의당 의원들을 물밑 접촉해 설득하고 있으며, 국민의당 내 '바닥 민심'은 민주당 합류를 원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른정당은 대선 막바지에 총 13명의 국회의원이 탈당해 홍준표 전 후보 지지와 한국당 합류를 선언하면서 원심력이 커진 상황이다. 홍준표 전 후보가 당헌 제104조에 근거, 후보 직권조치로 일괄 복당을 승인하면서 한국당은 세 자릿수(107석) 의석을 회복하고 '강한 야당'을 표방하며 보수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궤멸 수준에 이르렀지만 24%의 대선 득표율로 2위를 기록한 만큼 보수세력의 재건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홍 전 후보는 지난 12일 미국 출국에 앞서 "바른정당에서 좀 더 많이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재차 공개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 다시 오면 (보수를) 재결집해서 나라가 친북좌파의 나라가 안 되도록 하겠다"고 밝혀두면서도 유승민 바른정당 전 후보를 겨냥한 듯 "패션좌파만 빼고"라고 선을 그어둬 가치 중심 주도권 싸움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아직 의석 20석으로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유지 중인 바른정당은 '진정한 개혁보수'를 지향한다며 한국당의 통합 제의와는 일단 거리를 두고 있다. 교섭단체가 곧바로 와해되는 탓에 의원 1명만 탈당을 결행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구심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언론과 정치권에서 흘러 나온 '문재인 정권 유승민 경제부총리설'이 현실화한다면 유 전 후보와 당의 지지율 등의 자강력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걸었다고 한다.

그러나 유 전 후보가 "생각 없다"고 일축하면서 입각설은 일단락되고, 12일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8월 말 이전 통합 전당대회 개최'까지 거론하며 통합을 적극 제안하자 주호영 원내대표가 직접 회동하고 진의를 확인하면서 양당 통합 논의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렸다.

중도 성격을 공유하는 양당이 대선 국면에서 표방한 경제·복지 정책이 대부분 유사하고, 합당 시 60석의 제3당으로서 확고한 캐스팅보트로 자리잡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게 제안 이유의 골자였다.  대북·안보관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자 주호영 원내대표 쪽에서 "쉽게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 16일 이후 출범할 양당 새 지도부에서 통합을 재논의하자는 입장으로 정리해 둔 상태다.

   
▲ (왼쪽부터) 주호영 바른정당·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2월19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야4당 원내대표 회동에 함께 참석한 모습./사진=연합뉴스


다만 유 전 후보가 13일 대구시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우리 자신을 헐값에 팔아버리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통합론에도 제동을 걸면서 당내 갈등이 점쳐진다. 그럼에도 그가 "바른정당이 깨지고 없어질 때까지 남아 있겠다"고 밝혀 당의 와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논의가 일단 불발되면서, 9월 정기국회 개회가 가까워질수록 각각 민주당과 한국당의 통합 제의에 흔들리는 의원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당이 홍 전 후보를 차기 당대표로 선택하고 친박계의 전면 2선 후퇴를 이행한다면 바른정당 의원들의 거부감이 줄고 추가 복당을 촉진할 변수가 될 수 있다.

홍 전 후보는 출국 후인 14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신(新)보수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범보수진영에 경종을 울리는 한편 유 전 후보 등을 겨냥 "세습으로 지역구 물려받고 정치권에 들어와 서민코스프레하는 패션좌파"로 규정하며 바른정당 내 원심력을 자극했다.

반면 향후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제도 개편 등 정당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의제가 부상하고, 캐스팅보트 역할에 역점을 두는 여론이 당내에서 주를 이룰 경우 두 군소정당이 결국 정체성 문제는 잠시 뒤로 하고 통합 논의의 고삐를 죌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두 군소정당 내 원심력이 강해진다면 20대 총선 이전의 민주당 대 한국당 대립구도로, 양측의 구심력이 더욱 강하게 작용한다면 60석 규모의 중도 제3당 확립으로 정계 개편이 전개될 전망이다.

전자의 상황은 180석을 확고히 점유하는 정당이 없어 여야 대립이 첨예해지고, 후자가 된다면 현안에 따라 제3당이 민주당과 협력해 한국당이 반대하는 입법을 '프리패스'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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