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정치 책임포기, 기초선거 전멸 당안팎 거센 비판...공천폐지론 선회해야

   
▲ 박종운 미디어펜 논설위원
안철수 새정치 민주연합 대표가 기초 지방자치 선거 공천을 하지 말자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과 회동을 제의하거나, 무작정 청와대를 방문하거나, 전국을 돌며 장외투쟁을 하겠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원내대표가 위헌 등의 이유로 공약불이행에 대해서 사과했음에도,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자신들도 입장을 선회하기보다는 국회 파트너인 새누리당의 입장을 조롱하였다. 게다가 법은 국회에서 만드는 것임에도, 아무런 가망도 없으면서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다.

기초선거 공천 관련 안철수 정치의 기본 문제

그러나 이러한 그의 요구와 행보는 두 가지 면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로, 민주주의에서는 정당정치가 정치소비자인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직접적으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닌 한에서는 일부 대표들이 정치적 의사결정에 일상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정치소비자인 유권자는 자신의 대표자들이 어떤 견해의 틀 속에 있는 사람들인지를 분명하게 알지 못하고서는 대의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라면 서로를 잘 알거나 소그룹이기 때문에 대표자가 잘못을 해도 이를 곧바로 시정할 수 있다. 그러나 기초 단위 지방자치 선거만 해도, 수만 명을 대표하는 것이기에 짧은 선거 기간의 꿈같은 몇몇 약속만을 보고서 대표자를 선택하다가는 실망을 하기 쉽다. 정당이라는 브랜드가 있다면, 정당이 추천한 후보의 잘못에 대해 정당에 연대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따라서 정치소비자인 유권자에게는 정당의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향후 그의 잘못에 대해 정당에 애프터 서비스 내지 시정을 요구하는데도 훨씬 도움이 된다.

둘째로, 정당의 법률적 의무와 헌법적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 정당은 특정한 의견 그룹으로서 국가와 민족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그리고 각종 법률과 정책들이 주민들의 이해와 요구와 조화되도록 하는 단체다. 따라서 정당은 기본적으로 선거에 참여하여야 한다. 정당법 제44조(등록의 취소) ①항 2호에는 ‘최근 4년간 임기만료에 의한 국회의원 선거 또는 임기만료에 의한 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나 시·도의회의원선거에 참여하지 아니한 때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물론 기초 지방자치의 경우에는 (1991년 최초 출발이 ‘위헌적이었던’ 무공천이었기 때문에) 이 조항의 적용대상으로는 되어 있지 않지만, 어쨌든 기본 정신은 정당이 선거에 참여하라는 것이다. 선거의 공정성이 현저히 의심되는 경우가 아닌 한 선거 참여는 정당의 의무다. 그러므로 기초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정당의 기본적인 존재의 이유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백보 양보해서 자신이 후보를 내지 않는다 하더라도, 타 정당에게 후보를 내지 말게 하거나 후보를 공천하지 못하게끔 법을 개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왜냐하면 헌법 제8조 ②항에는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되어 있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어 헌법재판소로터 해산 심판을 받거나 금치산 선고를 받은 것이 아닌 한, 정당의 선거참여를 막는 것은 잘못이다.

장외투쟁 외길 수순, 안철수 정치의 한계 보여주는 것

안철수 정치는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매개로 민주당과 합당을 했다. 따라서 안철수 정치는 기초선거 불공천을 자신의 상징으로 삼았다. 현실론을 들어 공천으로 다시 선회하자니 상징이 무너져버린다. 그래서 선회도 할 수 없게 되어있다.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기초선거 불공천을 명분으로 민주당과 합당했다. 현실론을 들어 이를 선회할 경우 자신의 상징이 무너저버린다. 안철수대표는 첫단추를 잘못꿰었기에 당내 안팎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단추를 잘못 꿰었기에 안철수 정치는 지금 안팎으로부터 거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도 시군구의 장 선거에서 전멸할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감이 표출되고 있다. 애시당초 정당 공천으로 당선되었지만, 정당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서, 불공천의 위험도 덜고, 당선자로서의 기득권도 연장하려고 하는 사심에서 이루어졌던 공천폐지론이었기에, 기초 지방자치의 기존 시군구의 장과 의회 의원들의 경우 당선가능성이 희박해지는 것을 더더욱 참을 수 없다. 따라서 제도의 덕, 나아가 안철수 이름의 덕을 보려고 했던 이들은 선거의 속성상 어쩔 수 없이 안철수 정치에 반기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벌써 몇몇 국회의원들이 불공천 방침을 바꾸라고 농성을 하고 있다. 그들은 전당원 투표라도 해서 공천을 하는 쪽으로 선회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를 얻을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안철수 대표 본인은 ‘약속’정치를 강조한 나머지 이러한 현실론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안철수 정치는 결국 ‘기초선거 불공천’을 고수한 채 동귀어진(同歸於盡- 다같이 죽는 것)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국회의원 등 지도부가 총 사퇴하고 새로운 임시 지도부가 구성되는 식으로 공천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여진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지방선거 전에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안철수 정치로부터 철수하여 새로운 선거용 당을 만드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하면 한 정당이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문패를 세 개나 연거퍼 갈아다는 정당 사상 초유의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게 된다.

그런가하면 당 바깥인 정의당에서도 안철수 정치를 비판하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4월 4일 “싸움을 해도 민생과 경제민주화를 두고 해야” 한다면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잘못된 특권을 내려놓는 정치개혁이 아니라 책임정치를 포기하는 반(反)정치”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잘못된 선택이라면 궁색하게 샛길을 찾지 말고 대로로 나서길 바란다”고 충고하였다. 맞는 말이다.

이렇게 사면초가 신세가 되어가는 것이 안철수 정치의 현 상황이다. 민생과 안보, 그리고 상식의 정치는 온데 간데 없이, 사면초가의 고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아무런 가망도 없이 그토록 비판해왔던 장외정치로 가는 것은 안철수 정치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기초선거 공천 문제, 안철수 정치로부터의 철수를 통해서

혹여 공천으로 인해 생기는 정당 내부의 문제가 있다면 이는 정당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 당협 위원장과 기초 단체장 의원 사이에서의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정당 내부의 문제다. 정당 내부에서 상향식 공천으로 당원들의 힘에 의해서 제어해 나가거나, 비리가 있다면 사법적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다. 정당 내부 문제의 해결을 위해 기초 지방자치 차원에서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인 정당정치를 없애자고 하는 것은 정치소비자인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가로 막는 것으로서 비정상이다.

이 외에도 국민으로부터 심판받기를 두려워해서 정당공천을 반대하는 것도 숨은 이유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어느 정당이건 심판을 받길 두려워하는 정당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실은 작년 1년 동안의 새 지도부의 장외투쟁 활동 결과 여론 지지율의 폭락 등으로 이미 심판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130여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제1야당이 2명의 국회의원 밖에 없는 야당과 통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통합 드라마는 이제 진부하고, 더 이상 효과도 없다.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는 꾸준한 민생 위주의 활동 속에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다. 이제라도 야당이 살 길은 통합 드라마나 기초선거공천폐지 운동에 목매지 말고, 과감히 안철수 정치를 버리는 것이다. 안철수가 당에서 철수하든지 아니면 모든 후보자와 대다수 당원들이 안철수로부터 철수하여 새로운 당을 만들든지 간에... 그런 뒤에 민생의 바다로 뛰어들어 국민의 신망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공천을 하여 당당히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산다.

하루라도 빨리 야당이 기초선거 공천 폐지론에서 선회하길 바란다. 그것이 안철수 자신의 철수를 통해서일지 아니면 안철수로부터의 철수를 통해서일지 간에...어쨌든 그렇게 해서 건강한 야당과 건강한 여당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려고 당당하게 경쟁하는 분위기가 다시 조성되어야, 한국 정치의 앞날도 건강해질 것이다. /박종운 미디어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