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용·김관영 "정책공조 먼저"…유승민계 "지향점 다른곳 기웃댈것 아냐"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대선 패배를 겪은 소수·중도파 정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논의가 양당 원내대표간 회동으로 물꼬를 튼 가운데 15일 각당 내부에서는 통합에 대해 상반된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당 측은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책 연대부터 시동을 걸자는 입장이고, 바른정당에서는 대북·안보관 문제를 들어 연대·통합이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월말 이전 통합전당대회'까지 거론하며 바른정당에 러브콜을 보냈던 주승용 국민의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무조건적인 통합을 제가 주장했던 건 아니다"며 "동병상련을 겪는 바른정당과 이런 때에 앞으로 개혁 입법의 정책연대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 "이 모든 문제는 내일(16일) 선출되는 원내대표와 새로운 비상대책위원장, 새 지도부가 적극 논의해서 앞으로 국정을 제대로 하고 개혁 입법을 추진하기 위해 연정과 협치가 제대로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말씀드렸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도 같은날 비슷한 언급을 해 주승용 권한대행의 입장 계승 여부가 주목된다. 김관영 원내수석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주 대행의 발언이 '지금 당장 통합을 하자'는 말로 읽히면서 당내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논란 진화를 시도한 뒤 "저는 3가지 단계를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첫째로 "대선 패배 이후 내부 반성과 교훈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둘째로는 "당 내부 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의 치열한 토론을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바른정당과의 연대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내부 의견을 취합하는 게 중요하다. 연대를 할지 말지 여부를 포함해, 연대를 하게 되면 어느 정도로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까지 공론화해서 내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양당이 걸어온 길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정책 공조를 통해 신뢰 회복을 하는 게 먼저"라면서 "원내교섭단체간 충분히 그동안의 각당이 표방한 정책을 갖고 공통되는 정책을 뽑아 정책공조를 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책공조를 해 보고 정말로 할 만한 대상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 원내수석은 "바른정당은 같은 야당이고 더불어민주당과는 여당과 야당의 관계"라고 상기하기도 했다. 주 권한대행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의원 빼가기' 문제를 거론하며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이 이처럼 연대·통합에 여전히 무게를 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하는 가운데, 바른정당 내에서 유승민 전 대선후보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혜훈 의원은 개인의견을 전제로 "우리와 가치와 지향점이 같지도 않은 곳을 기웃거릴 게 아니다"고 통합과 거리를 뒀다.

이혜훈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대선에서 바른정당에 표를 주신 국민의 뜻은 보수 개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의원은 '의견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많은가'라는 질문에 "저와 가까운 분들하고는 얘기해봤기 때문에 그분들은 이런 생각"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유승민 계 의원들 전반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피력한 셈이다.

그는 "저희가 지향하는 바는 경제는 개혁이고 안보는 보수"라며 "국민의당은 그동안 안보에 있어서 보수라는 확신을 갖기가 어려웠다. 가장 결정적이었던 사드 문제만 해도 지속적으로 당론은 사드 반대였다. 선거를 며칠 앞두고 당론을 바꾼, 어떻게 보면 상당히 보수라는 걸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아직 김대중(DJ) 정부에서 많은 역할들을 하셨던 대통령비서실장(박지원 전 대표), 대통령후보에 통일부 장관(정동영 의원), DJ·노무현 정부 대북정책을 총괄해오셨던 분들이 아직도 그 당에 같이 있다. 어떻게 보면 그 당의 상왕, 태상왕으로 계신데 그분들의 대북관이 저희하고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나아가 "저희는 가치가 중요하지 그런 정치적 유불리, 의석 한석에 매달리면 바른정당의 의미와 특성을 잃는다"고 소위 '자강론'에 쐐기를 박았다. 그는 "유승민 전 후보가 (당대표로) 전면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한 유 전 후보에게 출마를 적극 건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바른정당은 이날부터 이틀간 강원도 고성에서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찬회를 개최해 국민의당과의 연대·통합은 물론 자유한국당과의 관계 정립 등 향후 당의 진로를 두고 격론을 벌일 전망이다. 국민의당은 내일 선출될 새 원내사령탑의 의중에 따라 통합론 추진의 완급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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