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세 차례 협상 결렬…'대치국면' 장기화 전망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씨티은행 노조가 대규모 지점 통폐합 안을 놓고 최악의 갈등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 한국씨티은행 노조가 대규모 지점 통폐합 안을 놓고 최악의 갈등상황으로 치닫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노조는 사측과 끝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전 직원 파업까지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사측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노사간 대치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6일 씨티은행노조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사측과의 협상 테이블에 마주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이날부터 정시 출퇴근 및 각종 보고서 금지 등 쟁의행위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협상이 결렬되면 전 직원 파업까지 단계별로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노사간 갈등의 골을 드러낸 가장 큰 원인은 ‘차세대 소비자금융전략’을 두고서다. 씨티은행은 지난 3월 현재 126개 소비자금융 영업점을 7월말부터 순차적으로 줄여 25개까지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고객 대부분이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지점의 유지비 등을 절감해 디지털 서비스에 역량을 쏟겠다는 것이다. 다만 WM(자산관리)센터를 늘려 대면채널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구성원의 동의 없이 추진된 일방적인 ‘구조조정의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규모 점포 통폐합은 급격한 직무환경을 초래함으로써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퇴사는 불가피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101개 폐쇄 점포 중 1개만 추가로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예정대로 통폐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면서 “점포 통폐합은 급격한 직무환경 변화를 초래해 자연스럽게 대규모 인력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사측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지점의 통폐합 결정은 경영권과 결부된 문제라며 강경한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의 관계자는 "최근 비대면 채널 강화와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으로 인한 경쟁 심화 등으로 은행권이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따른 지점 축소와 인력감소는 인정하기 싫지만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다만 직원들의 근무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사안일수록 직원의 설득과 공감대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