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환매에 따른 주식 매도물량이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는 지난달 3월27일부터 지난 4일까지 7거래일째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 기간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무려 9520억원에 달한다.

주식형 펀드 환매가 봇물처럼 쏟아지자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7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자산운용사들은 지난 3월27일부터 '팔자'를 치중하며 지난 4일까지 총 7434억3574만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근접하면 추가 상승에 회의적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환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 상승에 제동을 걸고 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외국인의 강력한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의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업종 및 종목에서는 외국인과 기관 간의 매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지속되자 자산운용사들로서는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이달 2일 개장과 함께 올 들어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했지만, 이내 자산운용사들의 매물공세로 1990포인트 대로 밀려난 채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10월 중순 코스피가 2050선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을 때도 펀드 환매 물량은 수급상황을 크게 악화시켰다. 당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44거래일 연속 자금이 순유출되는 등 역대 최장 순유출 기록을 경신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코스피 2000선 이상에서의 주식형 펀드 환매 대기 물량은 대부분 소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최근 3년동안 주식형 펀드 환매로 코스피 2000포인트 이상에서의 환매 대기물량은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이 적립식 펀드가 출시된 2004년 이후 코스피 구간별 주식형 펀드 매물대를 분석한 결과 코스피 2000~2050포인트에서는 5조8000억원 가량 유출된 반면 코스피 2050~2100포인트에서는 6조원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코스피 구간을 나눠 펀드 자금 유출입을 살펴봐도 코스피 1960포인트 이하에서는 1조1000억원이 유입된 반면 코스피 1960포인트 이상에서는 1조원 가량 유출됐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 상승시 주식형 펀드 환매에 대한 우려는 높지만 향후 대규모 환매 물량 출회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연초 이후 유입된 펀드 자금도 대부분 환매된 만큼 환매 대기 물량은 그리 많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