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더랜드, '다윗' 기성용 앞세워 '죽음의 행군' 나선다

 
'다윗' 기성용(25)의 소속팀 선더랜드가 '죽음의 행군'에 나선다.
 
선더랜드는 8(한국시간) 오전 4시부터 영국 런던의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원정경기로 치러지는 리그 7위 토트넘(17510·승점 56)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3라운드 경기를 시작으로 12일에는 5위 에버튼(1895·승점 63)·17일에는 3위 맨체스터 시티(2245·승점 70)·20일에는 2위 첼시(2265· 승점 72)와 차례로 만난다.
 
   
▲ 기성용 뉴시스 자료사진
 
7일 현재 리그 1위는 리버풀(2355·승점 74)이다. 하지만 2위 첼시와의 승점 차이는 2점에 불과하고, 3위 맨시티와의 차이도 4점 밖에 안 된다. 첼시와 맨시티로서는 '약체' 선더랜드전이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선두권 경쟁에서 벗어나 있는 팀들도 마찬가지다.
 
토트넘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이 걸린 리그 5위나 캐피탈원컵에서 우승한 맨시티가 올 시즌 4위 안에 들어 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경우 주인이 없어지는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승계 받는 6위 자리를 챙기기 위해서, 에버튼은 5위를 넘어 챔스 진출권이 걸린 4위 안에 포함되기 위해서 역시 선더랜드를 무조건 이기려고 들 것이다.
 
선더랜드는 현재 EPL 최하위인 20(6717·승점 25)에 그치고 있다. 18~203개팀이 다음 시즌 챔피언십(2부리그)로 자동 강등되는 만큼 어서 빨리 17위로 올라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9위 카디프시티(6819·승점 26)·18위 풀럼(8322·승점 27)·17위 노리치 시티(8817·승점 32)를 모두 밀어내야 한다.
 
그나마 이들 3개팀이 이미 33경기를 치른 것과 달리 선더랜드는 올 시즌 캐피탈원 컵에 결승에 오르면서 이들 보다 3경기 적은 30경기만을 치렀다. , 최종 38경기를 다 치를 때까지 순위를 끌어올릴 여유가 좀 더 남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하필이면 앞으로 만날 상대들이 죄다 승점 3점에 눈이 먼 '강팀'들이다. 그만큼 선더랜드로서는 어렵고 힘든 경기를 피할 수 없다. 자칫 현재의 순위가 첼시전 이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은 오히려 기성용에게는 기회다. 강팀들의 '골리앗' 같은 세계적 스타플레이어들에 맞서는 다윗의 면모를 여실히 뽐내 명성을 드높일 수 있다.
 
마침 원소속팀인 EPL 15위 스완지시티(8916·승점33)의 게리 몽크(35) 감독은 7일 지역 언론 선더랜드에코와의 인터뷰에서 "기성용이 어떤 생각을 할 지 지켜봐야겠지만 그는 우리 팀에서 매우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다른 클럽들이 기성용에게 관심을 갖겠지만 기성용은 스완지 선수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선수로서 내 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뛰어난 선수다"고 강조했다.
 
이는 선더랜드가 강등권 탈출에 성공한 뒤 기성용의 완전 이적 추진에 나설 것을 견제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3일 국내 식품업체 오뚜기와 EPL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파트너십 체결 행사에 맨유의 '글로벌 대사' 자격으로 참석한 맨유의 수비수 출신인 퀸튼 포춘(37)"스완지시티 시절은 물론 선덜랜드에서 올 시즌 뛰는 기성용의 모습을 보면 중원부터 경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출중하다. 기성용이 공을 잡으면 기대가 된다"면서 '내가 구단주라면 기성용을 당장 영입하겠다"고 격찬했다.
 
물론, 구단의 선수 영입에는 전혀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그의 위치로 볼 때 파트너 기업의 나라 출신 선수에 대한 '덕담' 정도로 여길 만한 발언이지만, 올 시즌 기성용의 활약상이 뛰어났던 만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 듯하다.
 
, 기성용이 올 시즌 선더랜드의 남은 8경기, 특히 토트넘전에서 첼시전으로 이아지는 죽음의 행군 속에서 맹활약한다면 오는 6월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선전과 어우러져 선더랜드나 스완지시티를 능가하는 명문구단의 러브콜을 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기성용은 지난 327일 리버풀전(1-2 )에서 후반 15분 공격형 미드필더로 교체 출전해 후반 31분 코너킥 상황에서 자신의 올 시즌 4호골인 헤딩골을 성공해 팀의 영패를 막았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기성용에 대해 "언제나처럼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었다"면서 팀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점7점을 부여했다.
 
어쩌면 선더랜드의 거스 포옛(47) 감독이 현 시점에서 EPL 잔류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도 기성용을 믿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포옛 감독은 지난 1EPL 32라운드 웨스트햄전에서 1-2로 분패한 뒤 현지 언론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강등권에 놓인 팀들의 플레이를 보면 영혼이 없는 것 같거나 자포자기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난 우리 선수들은 결코 그런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예전 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성용은 이 경기에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79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전반 12분에는 리 캐터몰(26)에게 득점 찬스를 만들어줬지만 캐터몰이 실패했다. 기성용은 후반 23분에는 직접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날리기도 했다. 이날 기성용은 후반 34분 교체아웃돼 2경기 연속골도, 득점 포인트 획득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스카이스포츠는 그에게 평점 6점을 매기며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교체아웃은 의외였다"고 호평했다.
 
포옛 감독이 인터뷰에서 보인 "아직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다. 계속 이 모습을 유지한다면 EPL에 잔류할 수 있다. 끝까지 해보겠다"는 각오가 죽음의 행군에 나서는 기성용의 양발을 묵직하게 누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