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훈이형 놀아줘서 고마워"'댕큐'로 가득했던 이규혁의 은퇴식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설 이규혁(36)의 은퇴식은 '감사'로 가득 찼다.
 
이규혁을 보내는 이는 23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대들보가 돼준 고마움을 표했고 그는 훌륭하게 길러준 스승과 가족 등 수많은 이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이규혁은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현역 은퇴식을 열고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23년간의 세월에 마침표를 찍었다.
 
   
▲ 이규혁 뉴시스 자료사진
 
이에리사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이규혁은 (빙속 선구자로서)그동안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을 달려왔다""()규혁이가 앞으로 더 멋진 인생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사랑하고 축하한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은 "대한민국 빙속의 전설이 오늘 은퇴와 새출발을 한다""23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지칠 줄 모르는 도전정신을 보여줬다. 진정한 스포츠의 가치와 감동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한국 쇼트트랙의 영원한 여제' 전이경 빙상연맹 이사는 "내가 ()규혁이보다 훨씬 오래 선수생활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보다 두 배를 더했다""30년 동안 스케이트에만 집중한 규혁이가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엄지를 세웠다.
 
빙속 선후배들이 만들어준 '황금 스케이트'를 대표로 전달한 제갈성렬 전 춘천시청 감독은 "대표팀에 처음 들어왔을 때 이규혁은 천방지축에 앞뒤를 전혀 가늠 못할 선수였다""그런 선수가 전세계 도전의 아이콘이 됐다"고 후배의 마지막을 추억했다.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이규혁은 보내는 이보다 훨씬 더 감사한 마음이 컸다.
 
초등학교 때 스승부터 한 명씩 이름을 열거한 이규혁은 윤이중 전 국가대표 코치에게 "내가 국제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안 보이는 곳에서 울고 계셨다는 이야기를 외국 선수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추억하기도 했다.
 
이에리사 의원에게는 "동계종목이 하계종목보다 지원이 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에리사 의원이 선수촌장 하실 때 동계 선수들 밥도 많이 사주시고 응원해 주셨다. 그때 기가 살아서 지금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태릉선수촌에서 인연을 맺은 전 농구선수 서장훈에게는 "놀아줘서 고맙다"는 다소 색다른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는 "운동을 하다가 지치면 지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특히 ()장훈이형 나와 자주 놀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형도 지난해 은퇴하셨는데 수고가 많았고 감사하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색다른 감사인사를 받은 서장훈은 얼굴을 숙인 채 손사래를 쳐 장내는 다시 한 번 웃음바다가 됐다.
 
가족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가 좀 편찮으시다. 위험하실 수도 있다고 들었다""은퇴식 때 오시고 싶어하셨는데 못 오셔서 서운해 하셨다. 강한 분이니까 이겨내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어머니 그리고 동생 규현이,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정말 행복했다""앞으로는 가족안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빙속여제' 이상화는 "오빠가 은퇴 이야기를 자주 했지만 진짜로 은퇴한다는 것이 잘 안 믿어진다""진짜 떠난다는 것이 실감나면서 슬프다"고 밝혔다.
 
'여자 쇼트트랙의 대들보' 박승희는 "선수촌에 항상 짓궂게 장난하는 오빠가 없어서 심심할 것 같다""훌륭한 자기관리는 정말 본 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엄지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