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YS 때 이미 소급입법…처벌까지 끝나
다시 과거사에 매몰되는 대신 미래로 나갈 때
   
▲ 조우석 주필
광주5.18 문제 해결의 마지막 수순이 될 것인가, 또 다른 정치사회적 논란을 키우는 계기가 될까? 무엇보다 과연 언제까지 한국사회가 과거사 문제에 발목 잡힐 것인가? 어제 광주5.18 기념식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했던 기념사가 일으킨 파장의 일부다.

때문에 기념사 직후 정치권-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진상규명위 구성과, 이걸 위한 특별법 제정 얘기가 즉각 대두됐다. 그와 별도로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이른바 광주정신을 헌법전문(前文)에 넣겠다는 대선 공약을 재확인했다. 개헌을 포함한 정치권의 후속논의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인데, 여야 5당 사이의 엇갈리는 입장 때문에 난항이 예상된다.

역사 바로 세우기 시즌2인가?

이럴 때일수록 균형 잡힌 성찰이 중요한데, 세상이 알 듯 광주5.18을 둘러싸고 특별법(정식명칭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이미 한차례 만들어진 바 있다. 지금부터 20년도 훌쩍 지난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12월의 일이다. 당시에도 소급입법이라서 위헌 시비가 일었고, 김영삼 정부의 '역사 바로 세우기'에 따른 무리수 지적이 잇달았다.

그럼에도 강행됐다. 특별법에 따른 재판에서 대법원은 김대중을 내란음모 주범으로 본 옛 재판(1981년)을 뒤집고 전두환을 내란 수괴(우두머리)로 판결했다. 당시 광주 시위군중이 준(準)헌법기관이고, 계엄군은 내란집단이라는, 지금 들어도 충격적인 얘기를 판결문에 담는 '사법혁명'이 이뤄졌다.

그렇게 종료된 사안에 대해 다시 특별법을 제정하고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을 가린다고? 무엇보다 동일사안을 놓고 소급입법이 두 번씩이나 반복되는 게 정상이냐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과거사 논쟁에 대한 염증도 크다. 이런 판단은 노무현 정부 시절 무수한 과거사위원회 활동에 따른 소모적 행태를 우리가 모두 기억하기 때문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등 참석자들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노무현 시절 16개나 되던 과거사위

일테면 2005년 당시 특별법에 따라 활동하던 과거사위원회는 무려 16개에 달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사설(12월2일)에서 "과거사위원회가 북의 민간인도 보상하려 하는가?"라고 개탄했다. 예산낭비에 업무 중복 그리고 국고 퍼주기는 둘째 치고 이념논쟁의 재연과 함께 '과거사의 블랙홀' 자체가  문제였다.

결국 과거사위 활동은 이명박 정부 들어 힘겹게 마무리됐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광주5.18 문제가 불거진 상황인데, 과연 솔로몬의 해법은 없는가? 한국사를 저항사 일변도로 보는 접근, 현대사를 정의가 실패한 역사로 보는 고정관념이 역시 화근이다. 사실 광주5.18 문제는 이미 할 만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기념사에서 헬기 사격 등 5.18 발포의 책임자 규명을 하겠다고 말했지만, 그것도 크게 보아 이미 마무리가 된 사안이다. 5.18특별법에 따른 검칠 수사와 재판 결과 계엄군의 지휘계통에 따른 발포 명령은 없었다. 광주사태 첫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19일도 그랬고, 20~21일도 마찬가지였다. 진실은 무엇인가?

"대대장이나 지역대장의 통제 없이 (시위대) 장갑차 등의 돌진에 대응하여 자위 목적에서 발포할 것으로 판단됨." 그게 1995년 검찰 수사결과 발표다. 즉 당시 혼란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에 따른 대응이 전부였고, 그게 비극을 불렀을 뿐이다.

최근 화제였던 <전두환 회고록>의 증언대로 지금도 일부는 "정권욕에 사로잡힌 신군부가 저지른 학살극"이라고 믿겠지만, 그 또한 사실과 다르다. 쉽게 말해 사람들은 광주사태는 학살극이라고 알고 있고, 그래서 수천 명이 살육 당했을 것이라고 짐작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95년 검찰 "발포 명령 없었다"

민간 사망자는 165명이 전부다. 그게 무얼 말해주나? 수만 명이 모인 시위현장이 10여일 계속되는 상황에서 누구 말처럼 무차별 발포에 헬기 사격까지 이뤄졌다고 치자. 엄청난 사상자 발생은 상식인데, 진실은 그게 아니었다는 뜻이다. 사망자 중엔 총기 오발 등에 의한 사고도 수두룩하다. 총기사용을 최대한 억제했다는 군 당국의 주장에 외려 무게가 실린다.

그럼에도 어제 문 대통령의 기념사 낭독은 작심한 듯 격정적이었다. 변호사 시절 개인사까지 언급하며 광주와 현대사에 대한 부채감까지 토로했다. 대통령의 발언이고, 무게가 실려 있으니 무시할 순 없다. 솔로몬의 해법 찾기는 그래서 중요하다.

분명한 건 과거 회귀란 결코 답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말 걱정은 따로 있다. 제주4.3도 두통거리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제주 4.3을 항쟁이라고 규정했고, 국가적 추념행사로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공약(4월18일 제주 현지 유세)했다.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해 일어난 지역 폭동이 제주4.3인데, 대통령의 뜻대로 된다면 국가정체성을 해치게 된다.

더 놀랍게도 제주 현지에서는 광주5.18에 버금가는 보상도 기대한다고 들었다. 이건 아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나쁜 결정을 밀어붙이면 못할 것도 없다. 단 자유한국당은 어제 논평에서 굳이 진상규명을 하려면, 대선 기간에 논란이 됐던 유공자 선정의 문제, 북한특수군 개입 의혹까지 밝히자고 제안했다. 그 문제가 공론화된다면 다시 한 번 후속 글을 쓸 생각이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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