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증권사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완화에 대해 금융투자업계는 "투자 여력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일제히 환영했다.

그러나 NCR 비율이 높아진다고 당장 수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고 또 대형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개편이라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대형사 적극적 자기자본 영업 가능...자연스런 구조조정도 일어날 것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8일 NCR 산출 체계를 기존 '(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에서 '(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업무단위별 필요 유지 자기자본'의 비율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행 자기자본 기준 1조원 이상인 대형사의 평균 NCR이 476%에서 1140%로 크게 높아진다. NCR이 높을수록 증권사 등의 경영이 탄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증권업 애널리스트도 이번 NCR 산정 체계 개편으로 대형사와 중소형사간의 자연스런 주력 업종 분화와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환영했다/뉴시스

대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자본금이 넉넉한 증권사들의 경우 자본을 움직일 수 있는 여력, 자본 활용의 효율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투자 포지션이 커지게 된 것이니까 수익도 기대해 볼만 하다고 생각하며, 증권업계가 어려운 상황인데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대형증권사 관계자도 "기존 NCR 제도에서는 총위험액이 분모에 반영돼 있어 필요 이상으로 투자에 제약이 따랐다"며 "이번 개편안을 기점으로 대형사들이 적극적인 투자은행(IB), 자기자본투자(PI) 업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업 애널리스트도 이번 NCR 산정 체계 개편으로 대형사와 중소형사간의 자연스런 주력 업종 분화와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환영했다.

메리츠종금증권 박선호 연구원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증권업의 문제가 대형사나 소형사가 업무 구조가 똑같은 것이었다"며 "이번 NCR 개정으로 소형사들은 IB업에 진출하지 않고 자신만의 특화산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NCR 높아진다고 당장 수익나는 것 아냐..대형사만 유리한 것도 문제

전문가들은 그러나 NCR 완화로 투자 여력이 늘어났다고 해서 곧바로 수익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손미지 연구원은 "그동안 증권사에서 NCR 비율이 높다는 문제가 제기됐는데 비율이 낮아짐으로써 투자여력이 생겼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규제가 풀렸어도 마땅한 투자처가 있어야 하고 당장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 전문가들은 그러나 NCR 완화로 투자 여력이 늘어났다고 해서 곧바로 수익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또 이번 NCR 규제 완화가 대형사에게만 유리한 개편 방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뉴시스

또 이번 NCR 규제 완화가 대형사에게만 유리한 개편 방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개편 방안에 따라 중형 증권사(자기자본 3000억원 이상)의 평균 NCR비율은 459%에서 318%로, 소형사(3000억원 미만)는 614%에서 181%로 낮아진다.

자본시장연구원 장정모 연구위원은 "여태까지 업계에서는 NCR 비율을 400~500% 이상 지켜야 한다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있었다. 150~200% 정도로 유지할 경우 보수적 투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대형사 위주의 업계 개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엠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현재까지 NCR이 높은 비율로 유지된 것은 증권사들이 굉장히 보수적이었기 때문으로 IB 업무, 적극적인 인수합병, 파생상품 투자 등에 소극적이었다"며 "NCR이 완화됐다고 해도 증권사가 공격적으로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규제가 아니라 자율의 문제"라고 말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