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거점이었던 말레이시아 사라왁주(州)에서 북한인 근로자들이 30여 년 만에 전원 철수했다고 22일 알려졌다.

이날 현지 일간지 보르네오포스트에 따르면 마시르 쿠잣 말레이시아 내무부 차관은 전날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근로자 중 누구도 취업허가 갱신을 신청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보르네오섬 서북해안 일대에 걸쳐 있는 사라왁주는 1980년대부터 북한 근로자들을 탄광과 건설산업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사라왁주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 수는 경기침체 등으로 고용이 위축되는 와중에도 최근까지 수 백명선을 유지했다. 그러나 김정남 암살 사건 수사를 계기로 이들 대다수가 불법체류자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말레이시아 이민국은 지난 3월 이민법 위반 등 혐의로 사라왁주의 북한 근로자 44명을 체포해 송환했다.

다른 북한 근로자들은 이에 일제히 잠적했으나 상황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지난달 중순 전원 자수해 북한으로 돌아갔다.

대신 말레이시아 이민국은 자수한 불법체류 북한 근로자 300명에게 1인당 400링깃(약 10만원)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귀국용 편도 항공편을 제공했다.

마시르 차관은 "사라왁에는 이달까지 유효한 취업허가를 가진 북한인 근로자 35명이 남아 있었으나, 이들은 취업허가가 만료되자 곧장 출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떠나면서 사라왁에는 북한 근로자가 전혀 없게 됐다"면서 "북한인을 고용하지 말라는 지시가 없었는데도 고용주들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올해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아 숨지면서 한때 국교 단절이 거론될 정도로 심한 갈등을 빚었다.

북한은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들을 전원 억류해 '인질'로 삼는 강수를 뒀다. 말레이시아는 결국 김정남의 시신과 북한인 용의자들을 북한에 넘기고 3월 말 양국관계 정상화를 선언했으나 내부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반감과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다.'[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