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재영 기자]'대립군'은 남 대신 군역을 대신하며 먹고 사는 의병들을 뜻한다. 조선시대에서도 병역을 기피하고, 돈으로 해결하는 방법들이 있다는 것이 지금과 다를 바 없다는 건, 어느 시대에나 '부익부 빈익빈'이 관통하고 있는 문제란 걸 보여준다. 정윤철 감독은 1592년 임진왜란 속 광해와 대립군의 만남과 성장을 애민사상에서 비롯된 휴머니즘으로 녹여냈다. 

'대립군' 임진왜란 발발시, 명나라로 피란한 임금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이 참혹한 전쟁에 맞서 운명을 함께 나눈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정윤철 감독은 임진왜란 전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임진왜란이 일어나면서 싸워야하는, 또는 견뎌내야하는 대립군과, 어린 세자 광해의 갈등과 내면을 카메라에 가져갔다. '대립군'이란 제목은 표면적으로 토우와 그의 일행을 가리키지만, 중의적 의미로는 선조 대신 분조를 이끌어야했던 광해의 처지이기도 했던 것. 

정윤철 감독의 전작 '말아톤', 각색한 '좋지 아니한가', '내 심장을 쏴라' 등을 살펴보면, 사건 보다는 사람과 사이의 관계, 주인공의 성장에 포커스를 맞췄음을 알 수 있다. 극중 5살 지능의 20살 청년의 마라톤을 향한 꿈과 열정, 집념은 보는 이들에게 의미있는 질문을 던지면서 2005년 관객들의 눈물과 공감, 웃음을 선사했다. 

'대립군'에서도 완성된 우리가 알고 있는 광해가 아닌, 전쟁이 무섭기만한 소년 광해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나라를 잃기 직전의 백성이 얼마나 처참한 꼴을 당해야 하는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쓰러져간 백성들을 위해 굳건해지는 성장을 조명했다. 

영화의 과정은 지금 시국과 맞물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선조실록' 기록에 '광해군이 여러 고을에 격문을 돌려 주변의 군사들과 인재들을 불러 모으자 백성들이 함께 앞장서서 왜군과 싸웠다'고 쓰여있다. 정탁의 '피란행록'에는 광해의 풍찬노숙, 세자의 신분이었지만 길거리에서 비 맞으며 밤을 지새우는 모습과 그 과정에서 백성들과 함께 호흡하며 전쟁의 위기를 모습이 생생하게 쓰여있다.

백성 위에서 군림하는 왕이 아닌, 백성과 함께 발맞추는 왕이 되는 광해를 바라보면서 '진정한 지도자의 자질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장미대선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나라 대중이기에, '대립군'이 주는 메시지는 조금 더 특별하게 와닿는다. 오는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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