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1947년 5월 25일 창립한 현대건설은 '70년 대한민국 건설 역사'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많은 족적을 일궈냈다.

건설의 미명기(未明期)나 다름없던 광복 직후, 그리고 6‧25전쟁의 폐허 위에서 국토의 핏줄인 도로를 닦고, 끊어진 다리를 연결하고, 건물을 세웠다.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던 경제개발 시기엔 열사의 땅 중동으로 진출해 오일달러를 벌어들여 국가재정을 보탰고, 국토개발의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며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었다. 

현대건설은 전후 복구사업에 이어 1960년대에 토목 분야를 주축으로 전기·플랜트·건축 전 분야의 시공능력을 고루 확충하며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의 기틀을 놓았다. 

1961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나오기까지 사업적 기틀을 다졌다면, 그 이후에는 본격적인 성장가도로 내닫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확충하는 데 힘썼다.

당시 주력으로 삼고 있던 토목 분야를 주축으로 전기·플랜트·건축 전 분야의 시공능력을 고루 확충했으며, 국내 1위 종합건설업체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게 된다. 

춘천댐 건설을 통해 경부고속도로 공사와 함께 1960년대 2대 토목공사의 하나로 꼽히는 소양강 다목적댐을 건설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기술과 경험을 축적했다.

소양강 다목적댐은 규모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우리나라 댐 건설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온 공사로 토목, 기계설치, 건축 공사가 혼합된 종합적인 대형공사였다. 7년 만에 준공된 이 대형공사로 자신감을 얻은 현대건설은 이후 많은 댐 건설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 현대건설이 시공한 소양강 다목적댐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은 국가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주도하면서 국내 고속도로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현대건설이 수행한 태국 파타니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가 당시 우리나라 건설업계가 보유하고 있던 유일한 고속도로 건설 경험이었다. 

1960년대 후반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막바지에 가장 중점적으로 전개된 사업은 경부고속도로와 경인고속도로를 위시한 전국의 고속도로망을 구축하는 것.

당시는 1962년부터 시작된 두 차례의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성장의 성과로 속속 나타나면서 교통 수요 또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현대건설이 주도해 준공한 경부고속도로는 당시 포화상태에 있던 경부선 철도의 부담을 해소하는 동시에 수송능력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면서 국가 대동맥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어 상상을 초월한 아이디어와 불굴의 의지로 서산간척이라는 대역사를 완수함으로써 우리 국토를 확장시키는 역할도 하게 된다.

서산간척사업은 단 한 뼘이라도 더 국토를 넓혀야 한다는 일념에서 출발한 현대건설의 거대한 도전이었다. 

현대건설이 서산간척사업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중동 건설붐이 절정에 이른 1977년 무렵.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 중 한 곳인 우리나라에서 땅은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유산이고, 간척(干拓)은 땅을 만들어내는 사업이었던 것.

많은 비용이 소요되더라도 한번 개척한 땅은 그대로 남아 국토가 되고, 영원한 생산의 원천이 됐고, 결국 여의도의 30배, 남한면적의 1%에 달하는 국토가 새롭게 생겨났다.  

간척사업 막바지 단계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물살이 너무 빨라 방조제 물막이공사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정주영 회장은 일단 대형 유조선으로 물 흐름을 막아놓고 현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흙이나 버력으로 물을 막는 독특한 방법을 제안했다. 

검토 끝에 공사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정성 또한 충분한 것으로 판명되자 현대건설은 해체 후 고철로 사용하기 위해 울산에 정박시켜 놓고 있던 22만6000톤급의 유조선을 공사에 이용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당초 계획대로 유조선으로 물 흐름을 막은 후 13일 동안 흙과 버력을 쏟아부어 총 6.5km에 이르는 방조제를 완벽하게 축조하는데 성공한다.

'유조선 공법' 또는 '정주영 공법'으로 불리게 된 이 공법을 통해 현대건설은 280억원에 달하는 공사비를 절감하면서 공사기간도 무려 36개월이나 단축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된다.

이 같은 사실은 국내 언론뿐 아니라 외신에 소개될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으며, 영국 템스강 하류의 방조제 공사를 맡은 건설사로부터 자문 요청을 받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서산간척사업 외에도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의 가동과 함께 서해안개발, 신공항 건설, 고속철도 건설 등 대형 국책사업을 수행하면서 21세기 국가 대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일조하게 된다. 

가양·성산·양화·서강·마포·한강·한남·성수·잠실·마곡·암사대교 등이 모두 현대건설에 의해 만들어졌고, 이 같은 풍부한 시공경험과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장대교량 건설의 강자로 자리잡는 자양분이 됐다.

2016년 터키 보스포러스 제3대교를 완공했으며, 총연장 36km의 해상교량인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Jaber Causeway) 교량과 아프리카 진자 교량, 칠레 차카오(Chacao) 교량 공사를 현재 시공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원전 건설 기술력도 확보해 국내에서 가동 중인 25개원전 중 15개 원전의 시공에 참여했으며, 2009년에 대표시공사로 국내 원전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해 우리나라를 원전 수출국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