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아파트 분양시장의 '투기장화'를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청약조정대상지역(11· 3 부동산 대책)의 약효가 다 떨어지고 있다. 

특히, 청약조정대상지역의 1순위로 꼽힌 서울에서 대책 이후 분양 한파가 몰아치던 것과 달리 이달들어 다시 열기가 재점화 되는 분위기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SK건설의 '보라매 SK뷰'는 1순위 당해지역 청약에서 1만4589명이 청약통장을 꺼내 평균 2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진행된 특별공급에서는 평균 98%의 소진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울은 11·3 대책 이전까지만 해도 강남발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분양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3.3㎡당 4400만원대의 높은 분양가에도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경우 1순위 경쟁률이 100대 1에 육박했다. 

그러나 11·3 대책이 나오고 나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청약조정대상지역이 되면서 전매제한이 사실상 금지되는 등 투기세력이 발붙일 요인이 상당 부문 제거되면서 청약열기가 얼어붙은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대책이 나오고 난 이후 청약을 접수한 대우건설의 '연희 파크푸르지오'의 경우 1순위 미달(당해지역) 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는 등 침체된 분위기는 올해 초까지 이어졌다. 지난 3월 분양한 '꿈의숲 효성해링턴 플레이스'(서울 미아 9-1 재건축) 역시 1순위 청약 미달(당해지역)됐다. 

같은 시기 분양한 '백련산 SK뷰 아이파크'가 1순위 평균 5.6대 1의 경쟁률로 체면을 세웠지만 대책 이전 수십대 1의 경쟁률과 비교하면 저조한 성적이었다. 

   
▲ 11·3 대책의 여파로 올해 초 한파가 몰아치던 서울 분양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SK건설의 '보라매 SK뷰'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7.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분위기를 반등시켰다. 사진은 지난 19일 견본주택을 개관한 '보라매 SK뷰' 현장.

이런 상황에서 보라매 SK뷰의 두자릿수 경쟁률은 서울도 11·3 대책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는 신호라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대책 초기에는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면서 청약에 나서는 것을 꺼려해 청약경쟁률이 급감했다"며 "6개월여 흐른 시점에서 수요자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국불안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예비청약자들도 다시 움직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부동산 정책이 규제로 돌아서기 전에 '알짜배기' 물량을 확보하려는 실수요자들이 대거 청약에 나서면서 경쟁률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향후 2~3개월의 분양시장 성적표나 분위기에 따라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도 있다"며 "그렇다고 본다면 대책이 나오기 전인 5~6월 분양시장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청약경쟁이 예상보다 치열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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