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일어난 지 꼭 1년이 지났지만 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관련 재판은 이제 시작했고 ‘메피아’로 상징되는 근본 원인에 대한 구조적 해법은 갈 길이 먼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6개월 이상 수사해 온 검찰은,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던 14명 중 서울메트로 본사 임직원 6명과 구의역 역무원 2명, 은성PSD 임원 1명 모두 김씨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28일 이들 9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각 법인에 대해서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당시 사고 책임에 대해 검찰은 서울메트로가 사고방지설비를 방치하면서 현장점검 등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점, 김씨가 혼자 역무실에 들어와 마스터키를 가져갔음에도 서류 작성을 요구하지 않고 열차운행 조절조치도 하지 않은 구의역 부역장, 김씨 소속회사인 은성PSD가 2인1조 작업이 불가능한 인력 현실을 방치하고 김씨 혼자 작업하는 경우에도 관련 서류를 허위작성하도록 묵인한 것을 꼽고 있다.

이와 같이 사고 1년 만에 정확한 책임 규명을 밝히는 재판이 시작됐으나, 사고를 방지하는 구조적 해법은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접수된 전철 안전문 장애신고 건수는 모두 1만9000여 건에 달한다. 근로자들 거점인 안전문 관리소는 지난 1년 사이 2개에서 4개로 늘었지만 여전히 멀리 떨어진 역은 30분 이상 걸린다. 센서 교체 등 일부시설은 개선되었지만 노후 속도와 현장 실정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메트로 낙하산 인사들이 일을 하지 않고 하청 외주업체 직원들만 혹사당했다는 ‘메피아’ 노동환경도 마찬가지다.

스크린도어 근로자들의 신분이 직접 고용되어 서울메트로 직영 직원으로 바뀌었으나, 4개 조가 교대근무하는 정규직과 달리 무기계약직인 스크린도어 근로자는 3개 조 2교대 하루 15시간 근무로 빠듯하게 돌아가고 있다.

급여는 평균 33% 인상됐으나 직영화 이후 과중한 업무 탓에 이들 중 8명이 그만둔 것으로도 확인됐다. 총 정원은 206명이나 190명대에서 운영되고 있다.

2인근무제 확립 등 안전수칙은 이전보다 엄격히 준수되고 있지만 전반적인 근무환경은 아직 개선해야 할 것이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작년 5월 사고현장으로 달려가 ‘돈보다 생명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던 국회는 지난 1년간 제2의 ‘구의역 사고’를 막기 위한 법안을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국민안전 관련 직종에 파견이나 외주용역 노동자를 고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전철 스크린도어 유지보수를 외주업체에 맡기지 못하게 한 7개 법안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 2016년 5월31일 한국청년연대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스크린도어 작업 중 숨진 김모 씨 사고와 관련, 항의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씨는 28일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작업중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졌다./사진=연합뉴스

현장에서의 기술적 한계도 사고 재발 방지의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품수급 때문에 일부 센서만 교체되었고 스크린도어 재시공 공사가 업체참여 미비로 지연되고 있다. 사고 이후 스크린도어 보수 및 교체에 규격·품질 기준을 엄격히 적용했더니 업체들이 이를 만족하지 못하거나 비용이 증가해서 신청업체가 줄고 거듭된 유찰에 공사 또한 지연됐다.

선로가 아닌 승강장에서 점검 가능한 레이저센서로의 교체도 핵심부품의 국산화가 미비해 수입부품을 들여와 사용하는 것으로 중간에 방침을 바꿔 지난 4월까지 12개 역 스크린도어 센서만 교체한 상태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의 교체계획 또한 오는 6월 완료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5일 서울시의회 민생실천위원회와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가 주관해 열린 ‘구의역 참사 1주기 추모 토론회’에서는 사고 방지를 위한 서울시 안전대책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참석한 패널들은 “서울시에 제출했던 안전대책 권고안 58건 중 시가 실제로 이행을 완료한 권고는 인소싱(insourcing)과 일부 직접고용 등 6건, 추진 중인 권고는 5건, 미이행한 것은 47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날 토론회에서 ‘재원 마련’이 가장 주요한 구조적 해법으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업무상 재해 등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선 정비인력 충원 등 인건비 마련이 급선무인데, 중앙정부 지원 없이 서울메트로의 뿌리 깊은 적자구조에 허덕이는 서울시 자체 재원만으로는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비 지원이 어렵다면 65세 이상 승객 무임혜택을 없애고 전철운임을 올리는 등 요금조정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총액인건비를 제한하는 행정자치부의 지방공기업 평가기준에서 전철 관련 공기업의 경우 예외로 두자고 청원하자는 의견 또한 제시됐다.

안전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부문을 외부업체에 전담시키는 ‘위험의 외주화’는 책임과 역할을 분산시켜 유사사고가 재차 일어날 수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해 각계각층의 지혜와 노력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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