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 수수료 면제 검토 필요성 대두
외교부 여행경보제도 상황 예의주시
[미디어펜=최주영 기자]외교부가 계엄령이 선포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 '60일 한시적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면서 필리핀 지역에 대한 여행공포감이 조성돼 국내 항공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여행경보제도 등급 등 외교부의 방침에 따른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했던 항공사들이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 취소수수료 면제 등 선제적 조치에 나설지 주목된다.

   
▲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주요 항공사들은 필리핀 계엄령과 관련한 국제선 여객 수요 감소에 대비해 취소 수수료 면제 및 날짜 변경 서비스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륙중인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대한항공 제공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주요 항공사들은 필리핀 계엄령과 관련한 국제선 여객 수요 감소에 대비해 취소 수수료 면제 및 날짜 변경 서비스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계엄령 발생 이후 필리핀 관련 노선 항공권의 취소 문의가 접수되고 있지만 아직 큰 변동은 없다”며 “내부적으로 변경 수수료 면제 등을 검토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관광업계에 따르면 현재 필리핀 예약 현황이 대규모 취소 사태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계엄령이 선포된 지난 23일 이후 약 30~4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행사는 “지난 25일 하루 동안에만 200여건의 여행상품 취소가 이뤄지는 등 손실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계엄령이 선포된 필리핀 남부 소도시 마라위에서 정부군과 IS 추종 반군 간 교전이 계속되면서 사망자는 19명에서 최소 85명으로 늘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계엄령이 내려진 특수상황을 고려해 항공사들이 취소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항공사들도 나름의 사정은 있다. 복수의 항공업계 관계자는 외교부가 해당 지역에 여행경보단계 중 3단계인 '철수권고' 발령이 있어야만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주지만 필리핀 대표 휴양지 경우 '여행 유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설명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된 경우가 아니어서 현재까지는 변동 없이 취소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고, 제주항공 관계자도 취소수수료 부과와 관련 “아직 변동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 항공업계가 테러 참사, 재난 사고 등과 관련해 여행자들의 안전을 위해 이례적으로 항공권 취소에 따른 수수료 면제 등 조치에 나선 사례를 비춰볼 때 이번에도 자발적인 조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업계에서는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5년 11월13일 파리 테러 참사 당시 해당 지역에 ‘여행유의’가 발령됐음에도 불구, 한시적으로 날짜 변경 수수료를 면제한 바 있다. 

또 양사는 2014년 태국 쿠데타 사태 발생때도 수수료 없이 한시적으로 취소하거나 일정을 변경할 수 있도록 내부 방침을 변경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항공여행업계는 공포심 확산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의 방침에 따른다며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했다” 며 “중국 사드 보복 등 여파로 필리핀 수요가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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