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감소·내수 부진 총소득 감소로 이어져…다양한 대책과 대안 시급
   
▲ 정회림 에코프로비엠 기획조정실 과장·공인회계사
한국이 OECD 국가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귀가 닳도록 들리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인구문제의 현주소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가 올해부터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 즉 퇴직자 수가 취업자 수보다 많다는 의미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겠다. 생산가능인구는 15~64세에 해당하는 인구를 의미한다. 현재 64세인 1953년생의 국내 거주자는 약 54만명이다. 그리고 베이비부머 세대인 1955~1963년생(54~62세)의 국내 거주자는 약 80만명이다. 1955년생이 65세가 되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베이비부머 세대가 생산가능인구로부터 이탈하기 시작한다.

반면 현재 15세인 2002년 국내 거주자는 약 52만명이며, 2003년 이후 연간 출생자 수는 40만명대이다. 즉 2020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에 해당하는 연령층의 순감소가 매년 약 30~4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하더라도 생산가능인구가 감소 추세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산가능인구에서 고령인구가 된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게 되고,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생산가능인구의 총 소득도 감소하게 될 것이다.

   
▲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산가능인구에서 고령인구가 된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게 되고,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생산가능인구의 총 소득도 감소하게 될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경제는 수출 주도의 경제이므로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통계를 보면 1980년 이후 상품수출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한 적이 5번 있었는데, 1998년(IMF 사태), 2001년(닷컴버블), 2009년(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15년과 2016년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2015년에는 전년대비 감소폭이 10%를 넘었다. 1998년 이후 단 한번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지만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원재료를 수입하여 가공 후 판매하는 가공무역 형태이므로, 수출이 감소하면서 수입만 증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즉 한국경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경상수지 흑자만을 볼 것이 아니라 수출 총액을 보아야 한다. 수출 총액의 감소는 한국 경제의 주요 동력이 차츰 상실되어감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전체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은 20% 미만이다. 즉 수출로 인한 효과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근로자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또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대기업들의 수익 증가가 근로자들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를 축소시킨다.

내수 부진으로 인해 대기업들의 수익이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의 수익 감소는 청년층의 고용 감소로 이어지며, 청년들의 소득 감소와 취업난으로 인해 출산연령기가 상승하고 신생아 수가 감소하며 내수는 더욱 더 감소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와 같은 악순환은 생산가능인구가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이전인 현재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정부가 올해에도 24조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그것의 정책적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출산 장려 정책으로 인해 신생아들이 생산가능인구인 15세 또는 핵심경제활동인구가 되는 25세가 되어야 비로소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도가 늦춰질 것이다. 즉 15~25년이 소요되는 초장기 프로젝트에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고 있으며 지난해 합계출산율 1.17명에서 보듯 그 효과마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정부, 정치가, 학계 등 전문가들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어떤 대책이든 그 효과는 장기에 걸쳐서 진행될 것이다.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비전문가들은 최소한 현재 인구가 얼마나 감소하고 있는지에 대한 '팩트 체크'를 선행하고, 각종 경제 데이타에 숨겨진 행간의 의미를 분석하는 눈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정회림 에코프로비엠 기획조정실 과장·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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