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소통 강조속 재계 적폐대상 융단폭격, 민노총 철밥통 기득권 개혁도 병행돼야
"경총은 반성부터 하라."

사용자입장을 대변해온 경총이 문재인정부의 대표적인 ‘적폐집단’으로 몰렸다. 김영배 경총부회장이 지난주 포럼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획일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를 되레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든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대기업근로자로 신분상승을 시켜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경총은 김부회장의 소신 발언 직후 문재인정부로부터 융단폭격을 당했다. 문대통령과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이 김부회장의 발언 직후 그의 발언을 반박하는 기자회견과 성명서가 발표됐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추미애 민주당대표도 문대통령을 엄호했다.

문대통령은 지난 26일 박수현 대변인 성명을 통해 경총은 양극화를 초래한 당사자라면서 반성과 성찰부터 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광온 대변인도 김부회장 때리기에 가세했다. 새정부의 정책을 오독하는 것이라는 강경발언이 쏟아졌다. 기업입장의 아주 편협한 발상이며, 문제를 보는 재계의 입장이 너무 안이하다고 맹폭했다. 

기세등등한 새 대통령과 실세참모로부터 된서리를 당한 경총은 입닫기와 자숙 모드로 전환했다. 경총은 김부회장의 발언이 자칫 중대한 설화(舌禍)사건을 일으킬 것을 우려, 긴급 사과성명을 발표하는 것도 검토했다. 경총은 일단 문재인정부의 일자리정책을 존중한다고 했다.

   
▲ 문재인대통령이 경총 김영배 부회장의 비정규직 발언에 대해 이례적으로 재계가 반성과 성찰부터 먼저 하라고 비판했다. 재계의견을 초장부터 비판하면 정부와 재계간 건강한 소통은 불가능해진다. /청와대 제공

김영배 설화사건은 씁쓸하다. 촛불시위로 정권을 잡은 문재인정부가 재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실감케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권에게 재계는 정경유착과 경제력집중, 불공정경쟁, 편법 상속, 협력업체및 노동자 착취등의 적폐집단으로 간주되는 것 같다. 재계를 손봐야 하는 개혁대상이라는 점을 천명하는 듯하다.

과거 노무현정권 초기 재벌정책을 비판했던 김석중 상무 등 전경련 임원들이 청와대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김상무는 곧바로 반성문을 쓰고, 청와대에 고개숙여 사과했다. 그는 전경련을 떠나야 했다. 김영배 부회장 파문은 노무현정권 시즌 2에 해당한다. 좌파정권이 재계를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정권이 재계의 재갈을 물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일자리창출, 비정규직 해소, 노동개혁 문제에서 재계는 중요한 당사자다. 기업들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견인차다. 문재인정권이 공공부문에서 81만개를 창출한다고 해봤자 한계가 있다.

국민세금으로 만들어내는 공공일자리는 다음세대들에게 100조원가량의 부담을 지운다.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급여와  각종 활동비, 4대보험, 퇴직금, 연금 등을 합산하면 천문학적이다. 정부의 비대화와를 초래한다. 국민들의 혈세가 추가로 투입된다.   

양질의 일자리는 재계가 만든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뽑는 일자리는 청년들이 가장 선호한다. 30대그룹이 계열사와 협력업체 등을 통해 생계를 책임지는 국민은 1000만명 가량된다. 대한민국 국민의 5분의 1가량 된다. 한국의 중산층과 상류층을 떠받치고 있다.

경총은 대한민국 일자리를 책임지는 기업들의 노사문제를 다룬다. 사용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임의단체다. 노사정대타협과 노사협상, 최저임금심의등에서 당사자로 참여한다.

경총의 상임 부회장이 일자리문제, 비정규직 해법에 대해 재계의 입장과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하등 문제될 게 없다. 문재인정부와 재계, 노조 시민단체가 바람직한 비정규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 다른 노사 현안인 주당 근로시간의 52시간으로의 단축, 최저임금 1만원으로의 인상 등도 경총이 참여가 필수불가결하다.    

문대통령과 박광온대변인의 경총 길들이기는 지나친 감이 있다. 문대통령은 청와대수석비서관들과의 회의에서 허심탄회한 토론을 강조했다. 문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이견을 말하는 것도 허용한다고 했다.

개방과 소통을 강조한 문재인정부가 재계에 대해선 초장부터 재갈물리는 것은 정부와 재계의 갈등을 부채질할 것이다. 향후 재계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하는 비정규직 해법과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등에서 재계의 의견을 묵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정부와 재계간 소통과 협력은 실종되고, 정부주도의 일방통행이 기승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 김진표 국정자문기획위원장이 재벌들은 우리사회의 기득권이라면서 비정규직 해법등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선 재벌들의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대통령의 경총비판을 엄호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재계의 재갈물리기가 본격화하면 비정규직대책과 근로시간단축, 최저임금인상 등에서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이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는 재계의 입을 닫으려고만 하지 말아야 한다. 재계와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재계가 감내할 수 있는 최적의 일자리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문제는 비정규직 문제는 재벌들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정규직의 95%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경총 회원사들도 90%이상이 중소기업들이다. 경총 부회장이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표명했다고 해서 곧바로 대통령이 나서서 반박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새정부의 재벌때리기는 별 효과가 없다. 일시적인 여론몰이용에 불과하다. 대기업들(종업원 300인이상)의 비정규직 비율은 15%미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새정부가 군사작전식으로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한다.   

문재인정부가 진정으로 주력해야 할 일자리문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부터 풀어야 한다. 일본처럼 불합리한 대우차별을 해소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유럽처럼 파트타임제 등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도 힘써야 한다.

일자리문제는 노동계의 반성과 양보도 필수적이다. 대기업만 윽박지른다고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현대차의 경우 외환위기 직후 노조가 신분보장과 정리해고 방지, 임금보장을 위해 생산량 변동에 따라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 있도록 회사측과 합의했다. 대기업노조도 철밥통 기득권사수를 위해 비정규직을 부채질했다.

문재인정부의 경총 맹폭으로 당분간 재계가 침묵으로 일관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과 대한상의등도 혹시 유탄을 맞을까 입단속에 들어갔다. 재계를 적폐집단으로 간주하는 한 일자리문제에 대한 해법마련은 요원해진다.

문재인정부는 재계의 입을 닫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노동계와 소통하듯이 재계와도 팔을 걷어부치고 대화를 해야 한다. 비정규직해소와 근로시간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은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서 지속가능한 비정규직 대책을 도출해야 한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