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인사에 이어 30일 4개부처 장관 후보자로 현직 국회의원들을 대거 내정하면서 원내공백과 삼권분립 위배, 이중보수 지적 등 '겸직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정자치부·문화체육관광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각각 더불어민주당 김부겸·도종환·김현미·김영춘 의원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어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고위공직 내정자들의 위장전입을 위시한 '5대비리' 문제가 잇따라 불거진 점을 감안하면,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속행과 통과가능성을 염두에 둔 문 대통령의 피치 못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국회법제29조에 따르면 현행법상 의원의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장관) 겸직은 적법하며 기존 의정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다만 국회법 제29조가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한 헌법제43조 취지에 역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의원의 장관 겸직은 헌법정신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법적으로 '장관 겸직 의원'에 대한 의정활동 제한이 없고 국회 상임위 사임 규정도 없는 점을 악용해 사실상의 사전선거운동이나 자기부처에 유리한 본회의 표결 참가가 가능하다는 점을 일각에서 우려하기도 한다.

더욱이 겸직할 경우 의원수당 보다 더 높고 1억을 웃도는 장관보수를 받게 된다. 의원수당을 제외하고 연4000여만원에 달하는 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는 계속 지급된다. 의원 겸직 장관이 국회 의사활동을 하지 않아도 연 2억5000여만원의 보좌진 9명 급여 또한 지급된다. 장관 겸직의 경제적 메리트가 큰 셈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의원의 장관 겸직은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대통령제는 원칙적으로 3권분립이고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구조인데, 관례적으로 인정해왔다고 해서 이를 용인하면 장관이 지역구 활동을 할 수도 있는 법"이라며 "다만 대통령 입장에서 인사청문회라는 높은 허들을 넘기 위해선 의원 출신 후보자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 이를 선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 대통령제 모델이 되어온 미국은 상하원 연방의원의 겸직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 또한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금지하고 있다. 역시 대통령제인 멕시코의 경우 의원임기 중 국회 사전동의 없이는 의원의 연방 유급직 겸직이 불가하며, 겸직할 경우 의원 대표권한이 정지된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는 장관 겸직이 가능하나 겸직시 청문회나 의회토론, 법안 발의 등 의원의 기본 권한이 제한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정권은 의원 겸직 장관을 기용했다. 노무현 정부는 이해찬·한명숙·김진표·김근태·유시민·김화중·정동채·정세균·천정배·김영진 등 10명을, 이명박 정부는 이재오·고홍길·주호영·임태희·전재희·진수희·최경환·이달곤·유정복·정병국·김금래 등 11명을 기용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완구·최경환·황우여·유일호·유기준·김희정·진영·유정복 등 의원 8명을 내각으로 삼았다.

   
▲ 의원 겸직 장관은 국회의원 수당 보다 더 높고 1억을 웃도는 장관보수를 받게 된다./사진=연합뉴스

겸직 논란에 대한 정치권의 의견은 분분하다. 

작년 8월1일 국무위원 겸직 국회의원들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권분립 원칙에도 국무위원들이 국회에서 제약 없이 활동하고 있다"며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자 개정안을 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겸직했던 정병국 의원은 이에 대해 "국회의원 출신 장관은 관료나 교수 출신 보다 소신껏 일하고 상임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유리하다. 특히 관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부처 장악에 능하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 또한 의원 겸직금지와 관련해 국회법을 개정할 당시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 허용 문제는 논란이 없었다"며 "국회의원 출신이 장관이 될 국회와 소통을 강화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주호영 바른정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대해 "김진표 위원장을 비롯해 많은 현역의원들이 위원으로 참여했다"며 "삼권분립 체제하에서 입법부인 국회의원이 대통령 직속 위원으로 가는게 맞는 것인가"라며 삼권분립 위반 등 겸직의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이번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는 김진표 위원장을 필두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김병기·김정우·김태년·박광온·박범계·유은혜·윤후덕·이개호·한정애·홍익표 의원 등 12명이 들어갔다. 이는 민주당 의원(120명)의 10분의 1에 달한다. 다만 무보수 겸직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는 더 이상의 논란이 빚어지지 않았다.

지난 정부들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의원 겸직 장관의 거듭된 등용을 보면, 법을 만드는 입법부 중 일부가 행정권을 쥐면서 의원 자신들의 권한을 내려놓지 않고 과보호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산적한 국정 현안의 수행을 위해서라도 의원 겸직 장관 후보자들은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지키며 입법권을 침해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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