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전 추가로 반입된 사드 발사대 4기에 대해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민정수석실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결과 “의도적 누락”이 확인되면서 큰 파장이 예고됐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1일 언론 브리핑을 갖고 “조사해본 결과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과 관련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제출된 국방부 보고서에서 관련 내용의 문구가 의도적으로 누락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 초안에는 ‘6기 사드 발사대 캠프 보관’이 명기됐으나 이후 실제로 청와대에 제출된 보고서에는 이런 문구가 삭제됐다는 것으로 윤 수석은 “진상조사 과정에서 국방부 관계자도 이를 인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 측은 "정 실장이 보고서 누락 의심 이후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함께한 오찬에서도 4기 발사대 추가 반입에 대해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어 대대적인 추가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에 대한 청와대 보고 누락 경위와 과정은 물론 이를 지시한 인물과 앞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의 결정 과정까지 세밀하게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보고 누락 경위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청와대는 국방부 인적쇄신 및 개혁정책을 대대적으로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청와대 발표대로라면 새정부 들어 국방부는 사드 추가반입에 대한 청와대 보고를 고의로 누락시켰다. 보고서 초안에 ‘6’이라는 숫자가 씌어졌다가 나중에 문서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로 임명된 국가안보실장이 한민구 장관에게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결국 정의용 안보실장의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이 30일 직접 한민구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로 반입된 사실을 확인한 뒤 청와대 발표가 나온 것이어서 쇄신의 칼날이 매서울 전망이다.

청와대가 밝힌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에 대해 최초 인지 시점은 26일 정의용 안보실장이 국방부 정책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과정이었다. 보고 과정에서 뭔가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었고, 이상철 안보실 1차장은 보고에 참석했던 관계자 한명을 자신의 사무실로 따로 불러 세세한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이 시작됐다.

   
▲ 30일 오후 사드가 들어선 경북 성주군 성주골프장 인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사드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발사계획) 발사대 2기 외에 추가로 4기의 발사대가 비공개로 국내에 추가 반입된 사실을 보고받고 반입 경위 등을 진상 조사하라고 관계자에게 지시했다./사진=연합뉴스


이 과정에서 이 1차장은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이 1차장은 27일 이같은 내용을 안보실장에게 보고했고, 정 실장은 28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오찬을 하면서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로 들여왔는지'를 물었으나 한 장관은 ‘그런 게 있었냐’고 반문했다는 것이다. 이에 정 실장은 29일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30일 한 장관에게 전화해 최종 확인했다. 

윤 수석은 이날 “문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의 운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드 배치 사실을 국민이 모른 채 진행됐고, 새 정부가 들어서 한미정상회담 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인데도 국방부가 이 같은 사실을 의도적으로 보고 하지 않는 것에 ‘충격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논란으로 당초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부정적이던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이 굳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대선기간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새정부에서 국회 동의 절차를 밟아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다’로 내세운 채 ‘전략적 모호성’으로 일관했왔고, 이런 입장을 견지하는 기간이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청와대가 이전 정부에서 사드 배치 결정이 나온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대응 전략을 모색하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해졌다. 박근혜 정부는 꽤 오랫동안 사드 배치 여부를 종잡을 수 없는 '3 No' 원칙을 고수해오다가 대통령 탄핵 국면에 접어들면서 사드 전개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실제 주한미군은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나흘 앞둔 지난 3월6일 밤 사드 발사대 2기를 포함한 장비 일부를 오산 공군기지로 실어왔다. 이후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대선을 불과 2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지난달 26일 한밤중에 기습작전을 하듯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를 배치했다. 

이렇다보니 당시 대선 전 '사드 대못 박기’, 사드를 대선 쟁점으로 만들어버린 ‘선거 개입’이란 비판도 쏟아졌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최근 미국특사와 중국특사를 통해 미중 양국의 사드 입장이 전혀 바뀌지 않은 채 우리 정부에 거는 기대감만 높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오는 6월 말에 있을 한미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내놓을 ‘사드 전략’이 특히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 대선기간 사드의 국회 재논의 주장을 펼칠 때 미국 정부는 '사드 철회' 의심을 했고, 중국 정부는 '사드 증대' 의심을 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만큼 그 모호성에 종지부를 찍는 외교정책이 구사되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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