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시장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부동산 정책을 펼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초반부터 암초에 부딪쳤다. 재건축·재재발 사업에 따른 대규모 이주 수요가 나오면서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전세시장이 다시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서울에서만 5만가구 안팎의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가 발생하고, 이 중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2만가구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가 일시에 집중된 것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영향이 크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조합원 1인당 평균 개발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그 초과분에 대해 최고 50%의 부담금을 내는 제도이다. 

집값이 급등하던 지난 2006년 도입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난 2013년부터 올해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이 유예되고 있다.

올해말까지 조합원의 지분권리 청산절차인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하면 부담금 폭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장들이 일정을 서두르면서 이주 물량이 몰린 것.

대표적인 곳이 오는 7월 이주가 시작되는 강동 둔촌주공아파트(5930가구)다. 강동구는 하남미사강변도시 입주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셋값이 약세를 보였지만 둔촌주공 이주를 앞두고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의 경우 전셋값이 지난 3월 4억원대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5억원을 넘어섰다. 

고덕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연초와 달리 현재는 전세매물이 귀해졌다"며 "전세매물을 구하지 못해 인근의 하남 미사, 위례신도시 등으로 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활기를 보이면서 대규모 이주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서울의 전세대란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관련사진=연합뉴스 제공.

강남구에서도 대규모 이주를 앞두고 있다. 강남구는 개포 주공 4단지와 1단지의 이주가 임박했다. 4단지(2000여가구)는 7~8월께부터, 1단지(5000여가구)는 연말께 이주가 예정돼 있다.

강남구 G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주 수요가 상당하다보니 아파트는 물론 연립·다가구주택을 가리지 않고 전셋집을 찾는 전화가 상당하다"며 "강남 접근성이 좋아진 다산신도시나 하남 미사 등으로 옮겨가려는 사람들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재건축 보다는 재개발이 많은 강북지역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대부분의 사업장이 사업승인~관리처분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본격적으로 이주에 들어갈 경우 물량이 강남권보다 오히려 더 많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강북의 경우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넘쳐나 이주 수요 발생시 강북권에서만 이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강북구의 전세시장은 강남4구보다 더욱 불안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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