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소 출범 토론회…민주주의-공화정 구현·중도합당론 제기돼
"보수노선 신경쓸 필요 없어" "보수 이념전선 회복해야" 이견 표출도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바른정당이 1일 산하 정책연구원인 '바른정책연구소'를 발족시키고 '개혁보수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국민토론회를 개최했다. 당의 이념 정체성과 향후 정치지형에서의 존속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이 두루 개진됐다.

바른정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여의도 당사에서 토론회를 열고 전문가·국민 패널들에게 '개혁보수'를 표방한 바른정당의 정치적 진로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전문가 패널로 참여한 윤평중 한신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기조 발제에서 우선 대선 패배와 관련 "문재인 정부 출범, 정권교체라는 건 필연적인 역사의 수순이었다"며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비롯해 다른 정당들은 잘 싸웠다. 국민들의 역사의 대의는 살리면서 다당제를 구조적으로 가능케 하는,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불가능하게 하는 협치라는 표어를 줬다"고 평가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순항하고 있다"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부가 하도 밑바닥을 치고 지하로까지 추락했기 때문"이라며 "경제와 안보라는, 아직 제대로 된 도전에 직면하지 못했다"고 전적인 호평은 유보했다.

윤평중 교수는 현재 자유한국당이 중심이 된 보수진영의 진로에 대해서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 이후 오랜동안 유지된 '냉전반공주의'"와 "사회경제적 영역에서의 '천민자본주의'" 행태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한국당 후보가 (지지율) 5%에서 시작해 (24% 득표로) 상당히 많이 올라갔는데 여기 계신 분들은상당히 실망한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구 친박계를 겨냥해서는 "그들이 가진 세계관과 정치하는 모습은 감히 말하건대 '반동적'"이라면서 한국당 자체의 존속이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 바른정당이 1일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산하 정책연구원인 '바른정책연구소'를 발족시킴과 동시에 '개혁보수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국민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미디어펜


그는 "바른정당의 독립은 냉전반공주의와 천민자본주의 행태의 자기 성찰의 일환"이라며 "보수세력은 이 두가지를 근본적으로 넘어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를 줄인 민주주의적 이론을 실천하고 온전히 구현시키면 된다"면서도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것 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공화주의의 새로운 가치에 눈뜨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근현대에 재구성된 공화정이라는 건, 민주주의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결국 공화주의란 건 민주주의에 내재된 중우정치적 경향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라고 덧붙였다. 공화주의의 가치로는 다수결 논리보다 헌법과 법률을 존중하는 '법치주의', 그리고 '헌법정신에 입각한 애국심'을 제시했다.

함께 발제자로 나선 양승함 연세대 교수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로 시작해 대선 국면에서 한국당 친박계와 홍준표 전 후보로 지지세가 몰린 '태극기 집회'를 "파시스트", "히틀러" 등으로 표현하며 바른정당의 한국당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양승함 교수는 "바른정당은 이념적 정책적 당위성이나 규범적 정당성을 지니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현실적으로 국민에게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신생정당으로서 기존 양당체제에 도전해 온 국민의당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라며 "가장 이상적으로는 자강론에 입각해 독립적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려하는 것일 것"이라며 3가지 진로를 제시했다.

양 교수는 "국민의당과의 연합 또는 합당을 추진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라며 "이들(국민의당)은 정책적으로 경제진보, 안보보수를 내세우는데 단지 국민의당이 호남 지지를 우려해 대북관계에서의 진보성향을 나타내는 데서 차이가 있다"면서 "합당의 경우 몇명의 의원들이 빠져나갈 수 있지만 정치적 명분만 뚜렷하다면 몇명의 다른 정당 의원들이 합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는 '한국당과의 재결합'을 거론하면서 "전략적 이합집산이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고 바른정당 창당 명분과 전혀 다른 결과"라고 거부감을 드러냈다. 셋째로는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을 제시하면서도 "이념적, 정책적 차이가 큰 관계이기 때문에 이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합종연횡의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

이후 토론에서 홍진표 시대정신 상임이사는 "반공화주의적인 좌우대립에서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려는 정치세력은 공동체의 적"이라며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을 바른정당의 노선으로 주문했다.

김성회 '반딧불이' 중앙회장은 "바른정당은 개혁보수를 내걸고 옛 새누리당과 영남 지역구도를 깨면서 나왔음에도 '보수적자론', '영남대표론'을 갖고 영남지역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림으로써 지역주의 극복에 실패했다"고 유승민 전 후보의 대선 전략을 지적했다.

아울러 "보수노선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다. 언제부터 정통보수의 길을 걸어왓다고 정체성을 두고 전전긍긍하나"라며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보수적자론을 갖고 싸운 것도 우스꽝스럽지않을 수 없다"고 거듭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개혁이 살아남는 길은 오직 하나"라며 "그 첫번째 단추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영호남 지역주의 동굴에서 탈출하고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합당 또는 정책·선거연대라도 이뤄내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일명 '민주 우파'로서의 자기 정립도 요구했다.

반면 이준석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바른정당이 대선 국면에서 "보수적 가치가 수반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예컨대 공공일자리를 크게 늘리겠다는 민주당의 정부확대론에 대항하는 작은정부론을 효율적으로 설파하지 못했다"며 "보수가 자신감을 갖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이념적 전선들은 당이 주체적으로 회복해나가야 한다"고 보수당으로서의 '선명성 확보'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준석 위원장은 또 "다가오는 개헌정국에 대한 명확한 전략이 필요하다"며 "바른정당이 주요 개헌요소들을 선점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대표적인 예로 현재 검찰개혁 등을 위해 헌법조항의 삼권분립의 원칙 등에 대한 수정을 브랜드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바른정당은 전문가 패널에 이어 20대 대학생, 30대 워킹맘, 40대 자영업자, 50대 교육전문가, 60대 회사원 등 국민 패널로부터 당의 노선과 진로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