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찬회서 자유민주주의 특강…'태극기집회'발 풀뿌리 보수운동 강조
朴정부 경제민주화 철저히 선긋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지지 표명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자유한국당이 1일부터 '당 진로 모색' 차원에서 충청북도 단양에서 진행 중인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찬회에서는 자유주의 사상가이자 소설가인 복거일씨가 '자유민주주의'의 개념과, 당의 이념 정체성 확립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이날 연찬회 특별강연자로 나선 복거일 작가는 자유민주주의를 우리나라 사회의 '정설'로 규정하고, "대한민국에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우월적 지위이고, 다른 이념과 체제는 '이설'의 범주에 있기 때문에 차등을 받는다"며 "우리는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가를 늘 인식하고 잘 다듬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민주주의의 개념에 대해서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합친 것이며, 자유주의는 사회를 자유롭게 만드려는 이념이다. 사회의 '내용'에 대한 것"이라며 "민주주의는 '자유주의 사회를 운영하는 데 모든 사람들이 참여한다'는 이야기고 주로 '절차'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든 국민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구성 원리"라며 "어떤 사회든 시장자유와 민주주의를 택하면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고 복지를 누린다"고 강조했다. 

   
▲ 자유주의 사상가이자 소설가인 복거일씨가 1일 오후 충청북도 단양 대명리조트에서 진행 중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찬회에 참석, 특별강연자로 나서 자유민주주의의 개념과 정당의 이념 정체성 확립의 중요성에 대해 설파했다./사진=자유한국당 제공


또한 정치적인 보수(保守)세력을 "(정설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아끼고, 높이고, 지키고, 후손들에게 물려주려는 태도를 지닌 분들"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보수주의'를 이념으로 삼은 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이념으로 삼았기 때문에 '보수'와 '보수주의'를 구분해야 한다"며 "보수는 헌법에 나오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뜻한다"고 역설했다.

복 작가는 "보수와 대립되는 '진보'라고 불리는 세력이 있는데, 진보라는 말은 우리나라 좌파에 어울리는 개념은 아니다"며 "보수라는 건 그냥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진보라는 개념도 포함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발언의 배경에 대해서는 "시장경제는 시장에서 생산자들이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고, (생산자들이)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진보인 것"이라며 "시장경제야말로 계속해서 성장, 변화, 진보하는 체제"라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가 6·25 전쟁 뒤에 폐허였지만 잘 살게 된 것은 시장경제 덕분"이라며 "그걸 막으려고 할 수록 '명령경제'에 가까이 가는 것"이라면서, 일례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겨냥 "공무원을 늘리는 것도 우리의 재산권 침해 아닌가. 기업도 세금을 걷어가는 게 가장 큰 부담이다. 제대로 자유시장경제로 하면 다 풀린다"고 강조했다.

'진보에 대비해 보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선거에서 불리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선거 패배는) 어감과 선전이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지킬 소중한 것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깨닫도록 하지 못한 데에 있다"며 "보수가 지킬 것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이념이라고 그분들을 깨우치면 안 되겠나. 지킬 것이 있으니 지킨다는 기치를 내걸지 않는 게 확실한 패배"라고 반박했다.

복 작가는 "우리 사회는 지금 어중간하다. 시장경제를 반쯤 하고 있다. 여기에서 사회주의로 돌아가느냐, (시장경제로) 더 진보시키느냐의 갈림길에 있다"며 "시장경제는 다른 게 없다. 재산권을 확보해 준다. 내가 번 건 내 돈이고, 정부 세금을 최소화한다는 것만 지키면 되는 것"이라고 '작은정부론'을 설파했다.

그는 이같은 관점에서 전임 박근혜 정부가 제18대 대선 시절 채택, 일부 이행한 '경제민주화'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복 작가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19세기 영국의 공산주의자들이 '아직 공산주의가 도래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가 어떤 모습을 할까' 했을 때 그것을 경제민주화라고 부른 것"이라며 "태생이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는 많은 좌파이념과 정치성향이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장경제체제에 어긋나는 공약을 걸고 그걸 수행하다보니 문제가 비일비재했다"며 경제정책의 혼란이 탄핵 여론을 초래한 근본 원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우리는 늘 소수고, 앞으로 당분간은 시장경제를 옹호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향후 "이념적 지향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늘 선거에서 불리할 뿐더러 집권하더라도 늘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시도했다가 좌절된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보급,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건 제작을 사회의 좌경화를 바로잡으려 했던 사례로 들었다.

복 작가는 다만 역사교과서 파문에 관해 "용감하게 채택한 학교들이 좌파로부터 견딜 수 없는 공격을 받을 때 정부가 보소하지 못했다"며 "안 하느니만 못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바로잡아야 할 주된 대상은 '기업은 이윤을 남겨서는 안 되고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담긴 시중의 경제교과서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블랙리스트 논란에 대해서는 "제가 문학계에 있는데 99%가 민중주의 내지는 사회주의적인 사람들"이라며 "적어도 언론의 자유, 예술의 자유는 좋다. 그걸 (직접) 통제하는 건 반대하지만 적어도 정부 돈으로 대한민국을 폄하하고 부정하고 약화시키는 작품에 돈(세금)이 흘러들어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소신을 내세웠다.

   
▲ 자유주의 사상가이자 소설가인 복거일씨는 지난 2006년부터 문화미래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그는 "현실적으로 이념적 지형을 바로잡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이 풀뿌리 운동"이라며 "그래야만 시들어가는 대한민국 보수, 그 보수를 지키려는 한국당의 생기를 지킨다"고 주장했다. 

풀뿌리 보수 운동의 일환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일어난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를 지목한 뒤 "그 열정을 되살려야 선거전략이 나오고 공약이 나온다. 그냥 지나가도록 방류하는건 너무 아까운 일"이라며 "그 순수하고 기회만 있으면 분출할 수밖에 없는 힘찬 에너지를 한국당이 땅 위로 끌어올려 물레방아를 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복 작가의 연찬회 특강 직후에는 허용범 서울 동대문갑 당협위원장, 민경욱(초선·인천 연수을) 의원, 박명재(재선·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 의원, 이노근 서울 노원갑 당협위원장 등이 강연 내용과 3년 전 간암 말기를 진단받은 복 작가의 건강에 관해 물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