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사면초가 '삼성'
경영시계 '불투명' 미래 먹거리 '빨간불'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오늘날 글로벌 삼성을 만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선언'이 올해로 24년째를 맞았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준비 작업에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그룹을 이끌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백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 2013년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경영 20주년 만찬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의 신경영 선언은 1993년 6월 7일 이 회장이 삼성의 계열사 사장단을 비롯한 주요 임원 등 200여명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불러 모아 새로운 삼성의 비전을 제시한 일이다. 

당시 국내 전자업계 1위였던 삼성은 그러나 세계 시장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회장은 타성에 젖어 자기 변화에 무심했던 삼성 임직원에게 상식을 깨는 주문으로 '신경영' 시대를 활짝 열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이 회장의 유명한 발언도 이때 나왔다.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기점으로 삼성은 세계 일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선포 이후 약 20년 동안 삼성의 매출과 수출 규모는 각각 13배, 15배 가량 늘었다. 

글로벌 삼성을 만든 핵심 동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인 만큼 삼성은 매년 6월 7일을 기념일로 챙겨 왔다.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전인 2013년만 해도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학술포럼, 유명 가수의 축하 공연 등 대대적 기념행사를 치렀다. 이 회장이 병상에 누운 2014년부터는 대규모 행사를 열지 않았다. 사내 방송을 통해 기념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등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더욱 차분한 기념일이 될 전망이다. 

이 회장의 투병 생활이 계속되는 상황인 데다 그룹 전반을 이끌어 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마저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 구속 수감됐기 때문이다. 

총수 구속이라는 사상 최악의 위기에 삼성은 지난 2월 28일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했다. 계열사들은 각자도생하며 이 부회장의 경영 공백 최소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해 기념일에는 그룹 차원의 메시지 전달 조차 없을 전망이다. 해당 일을 담당하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탓이다. 

   
▲ 삼성 서초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총수 부재에 따른 부작용은 이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는 지주사 전환을 잠정 보류하기로 발표하는가 하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대규모 인수 합병(M&A)도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가족이 된 미국 전장 기업 하만과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 비브랩스 등은 이 부회장의 주도아래 M&A 작업이 추진됐다. 하만과 비브랩스의 핵심 기술은 삼성의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설비 투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은 지난해 27조원이라는 역대 최고 금액을 설비 투자에 쏟아 부었지만, 올해는 계획 조차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총수가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지 못하면서 계열사들은 안전 경영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일단 삼성은 지난 2월 17일 구속으로 멈춘 이 부회장의 '뉴삼성' 경영 시계 정상화를 위해 재판에서의 무죄 입증에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 부회장의 1심 재판 선고는 8월 말께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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