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대립군','미이라' 포스터)
[미디어펜=정재영 기자]6일 영화 '미이라'가 개봉하면서 '대립군'이 억울한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국영화 시장에서 이같은 현상이 씁쓸하다는 영화팬들의 반응 역시 이어지고 있다.

극장들이 '원더우먼'과 '미이라'에 극장을 몰아주면서 '대립군'을 볼 수 있는 상영관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립군'은 90억 대작으로 손익분기점이 300만 명이 넘는 작품으로 '인기 외화 몰아주기' 식의 자본 논리에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대립군'은 1592년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명나라로 피란한 임금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여진구)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치르던 대립군이 참혹한 전쟁에 맞서 운명을 함께 나눈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외적으로 본다면 '대립군'은 참혹한 스크린 전쟁에 맞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러나  '원더우먼'과 '미이라'가 6월 극장가 스크린 수를 점령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극장가는 메시지가 뛰어난 영화보다 흥미 위주의 영화에 손을 들어준 모양새로 보인다. 이를 두고 한 영화팬은 "광해가 슬퍼할 노릇"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대립군'의 정윤철 감독은 5일 자신의 SNS에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분통한 심경을 표했다. 정윤철 감독은 이날 "대립군을 더 이상 영화관에서 볼 수 없게 됐다"는 내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정말 가슴이 찢어지고 창자가 끊어지는 듯 하다"고 토로하며 "아무리 호불호가 갈리고 예매율이 낮지만 개봉 1주도 채 안되었는데… 영화를 좋게 본 분들의 입소문은 커녕, 개봉했으니 이제 막 보려고 하는 이들조차 영화를 만나기 힘들어졌다. 1등인 '미이라'에 극장을 왕창 몰아주며 '대립군'과 '노무현입니다'가 직격타를 맞았다. 독과점 문제를 늘 지적해왔기에 제 영화가 혹시나 극장을 너무 많이 차지할까봐 내심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6일만에 퐁당퐁당 교차상영이라니"라고 한탄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정녕 지옥이다. 대통령이 아무리 바뀌어도 재벌들이 안 바뀌면, 돈이 최우선이면 아무 소용없다. 승자독식, 1등만 살아남는 사회는 정글이지 사람사는 곳이 아니다. 90억짜리 영화가 이렇게 당하는데 작은 독립영화들은 얼마나 우습고 하찮은 파리목숨이겠나. 조선시대 비정규직이었던 대립군들을 어렵게 불러냈건만 현 시대에서도 그들은 차별과 멸시 속에 씁쓸히 빛의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애도해달라. 이름없는 그들의 영혼이 잠시라도 발붙일 때는 아직 오지 않은 듯 하다"고 얘기했다.

또 "모쪼록 영화를 보실 분들은 발품을 팔아 아침과 밤에 어렵게 보더라도 이번주에 보시기 바란다. 다음 주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거의 사라질테니. 이 원한과 불의, 자본의 폭력을 절대 잊지 않겠다. 감독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라고 글을 마무리 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대립군'은 같은 날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원더우먼'과 6일 개봉하는 '미이라' 등 외화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5일까지 '대립군'의 첫 주 누적관객수는 66만7954명. 100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한국영화시장에서 어떤 선택이 문화 발전을 위해 현명한 방향인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수년간 블록버스터 외화들은 대부분 독과점 논란에 휩싸여왔고, 눈물 흘리는 건 한국영화들이었던 이유에서다. '대립군'과 두 외화의 상충된 상황 속 영환팬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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