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복지·추경·성장론 등 文과 '이음'…당일 보고서채택은 불발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7일 동시다발 인사청문회를 치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유일하게 비리 연루에 의한 '사퇴 요구'에까지 직면하지 않았다.

위장전입·세금 탈루·병역 면탈·부동산 투기·논문표절 등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5대 비리 연루자 고위공직 원천 배제'에 뚜렷하게 걸리는 것 없이,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수장으로서 가져야 할 경제 철학·정책관에 대한 검증이 주를 이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요직을 맡던 중 지금의 여당이 중심이 돼 요구해온 '보편적 복지' 재원 확대를 정치권발 포퓰리즘으로 규정, 부정적 견해를 내비친 점이 우선 도마 위에 올랐다.

7일 국회 기획재정위 인사청문회에서 박준영 국민의당 의원은 김동연 후보자가 2012년 기재부 2차관 시절 군인 봉급 인상에 관해 "사병 월급을 인상한다면 국가는 적잖은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취지로 비판한 전례를 들어 문재인 정부의 '사병월급 최저임금 50%수준 인상' 공약과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차관 시절 "0~2세 영유아 시설보육과 가정양육 중 선택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결과적으로 시설보육 양육비를 약 80만원으로, 가정양육 비용을 약 20만원으로 책정해 '큰 철학 없이 예산 다루는 입장에서만 처리했다'는 비판을 내놨다.

김 후보자는 소신을 바꾸는 대신 "사병 봉급은 그런 얘기를 한 기억이 잘 안 난다"거나, "2012년 보육에 관해서는 예산실장과 기재부 2차관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맡은 일을 했던 것 같다"고 대응했다.

   
▲ 7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사진=미디어펜


보수야당에서는 김 후보자에게 "철학과 가치가 현 정부와 맞느냐"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2차관 시절 누리과정 전액 국고지원 예산 편성 과정에서 "재벌가 손자까지도 정부가 보육수당을 대 주는 건 복지 과잉"이라고 비판한 점, "(경기 개선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많아지니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집권 직후 누리과정 예산 전액 중앙재정으로 편성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입장을 물었고 김 후보자는 "여러 가지 재정 여건과 국회에서 (중앙재정 일부 지원) 합의 정신에 따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내놓았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추경'과 '소득주도성장'의 당위성을 설파하면서도 그 한계점을 인정하거나 궁극적으로 민간주도 일자리 창출을 중시하는 언급을 남겼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추가경정예산으로 공무원을 늘리면 민간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보느냐'고 질의했을 때 "추경이 민간일자리가 만들어질 때까지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병국 의원이 일자리 추경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물었을 때는 "(공무원) 1만2000명 플러스 알파"라고 답하는 데 그쳤지만, "일자리는 궁극적으로 민간에서 생겨야 한다"고 밝혀뒀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김 후보자의 (청문회) 모두 발언에는 (문 대통령의 역점 공약인) 소득주도성장이란 말도 없고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말도 없다"며 "굳이 모두 발언에 빼고 '혁신성장'을 강조한 건 후보자의 소신이냐"고 질의했다.

김 후보자는 "소득주도성장은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하겠다는 것이 골자"라면서  "수요 측면에서 소득이나 임금을 높여 내수를 진작하는 것"이라는 취지를 밝혔으나, "혁신성장 등 공급적 측면도 필요하다"고 한계점을 시사했다. 공급 측면 경제 대책의 일환으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선후보의 대선 슬로건 중 하나인 '기업 기 살리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적폐청산' 대상에 올린 4대강 정비 사업과 감세 정책에 대한 책임론에도 직면한 가운데, 당청과는 적잖은 온도차를 드러냈다.

기재위 국민의당 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4대강 사업 추진 당시 김 후보자는 청와대 경제비서관, 기재부 예산실장 등을 지냈다"며 "4대강 관련 이자 비용이 1년에 3000억원씩 들어가고 앞으로도 1년에 3000억원, 4조원 이상의 돈이 이자에만 쓰이는데 김 후보자는 당시 어떤 반대의견이나 조정의견을 냈느냐"고 질의했다.

김 후보자는 "당시 청와대에는 4대강 비서관이 따로 있었다"면서도 "제가 당시 일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반대로 심재철 한국당 의원이 '현 정부가 4대강 사업 전체를 적폐로 몰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는 "한 마디로 적폐라고 하긴 그렇다"며 "녹조 등 환경문제 등이 혼재돼 있는 것으로 보지만, 일부 긍정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 출석, 기재위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메모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 후보자는 이밖에 조세 정책만을 통한 소득재분배 기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해 문재인 정부와 거듭 이음을 노출했다. 종교인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의 발언과도 엇박자를 냈다.

그는 청문회에서 부유층의 편법, 세습, 탈세 등이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자 "조세가 소득 재분배 기능을 하도록 여러 노력을 많이 하는데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조세나 경제정책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보상체계와 관계가 있는 복합적인 문제"로서 "장관을 맡게 되면 태스크포스(TF) 구성 검토를 포함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과열 방지 대책에 대해서는 "부동산 투기는 용납할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면서도 "종부세 강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종교인 과세 시행 시기에 대해서는 "세정당국은 (예정대로) 내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며 "종교인 이야기와 다양한 이해관계 등 고려할 것이 많아 종합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개인 도덕성을 둘러싼 공세도 있었지만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다는 평이 나온다. 심재철 의원은 후보자의 모친과 연루된 금융실명제법 위반, 판교 아파트 투기·자금출처 의혹, 차용증의 이상점 등을 짚었으나 김 후보자가 '형제 4명이 어머니를 공동으로 모셔왔다'는 취지로 일일이 해명하면서 더 이상 추궁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들의 이중국적 문제도 불거졌으나 특별한 위법 사항이 없다거나 아들이 군 복무중이라고 해명해 논란을 진화했다.

한편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은 청문회 실시 당일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한국당 측이 난색을 표해 기재위 간사 간 합의가 불발되면서 일단 기약 없이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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