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는 양극화만 심화...차별만드는 시장 혹사땐 경제망해

   
▲ 좌승희 미디어펜회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지금 한국은 경제민주화의 열병을 심히 앓고 있다. 전 세계 또한 자본주의 사회가 경제 불평등이라는 모순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자본주의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지난 50여 년 동안 전 세계 자본주의 국가는 사회주의진영과의 대결 속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없앤다고 수정자본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해왔다. 그런데도 이제 경제적 불평등은 양극화라는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오히려 심화되었다. 
 

경제정의 기치하에 대기업은 규제, 중기는 획일적 지원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개발연대에는 세계가 인정하는 초고속 압축성장과 동반성장의 모범경제였다. 그런데 5공 정부시절 부터 경제정의라는 이름하에 기업생태계의 균형을 위한다고 대기업규제와 획일적 중소기업육성정책을 채택하고, 산업균형을 위해 무차별적 농업지원을 확대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규제와 획일적 지방육성정책를 도입하였으며, 이런 평등주의 포퓰리즘정책들이 결국은 1987년 헌법 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조항으로 이어졌다.

이후 대기업규제 속에 중소기업육성정책은 더 강화되었고, 수도권규제 속에 지역균형발전정책은 더 강화되어 심지어 새로운 행정수도가 등장하였고, 경영민주화 이념 하에 강성 기득권노조가 등장하고, 교육평준화이념이 뿌리 내리고, 최근에는 무차별 보편복지가 인기 있는 정책으로 등장하였다. 그 동안 경제민주화이념에 부합하는 평등주의 정책들이 봇물을 이룬 셈이다.

   
▲ 경제민주화와 경제평등주의 열풍이 불면서 시장의 차별화, 차등화기능을 부정하는 반대기업적, 반수도권적 규제가 심화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양극화만 심화시키고 있다. 시장을 평등이란 이름하에 혹사시키면 경제가 활력을 잃고, 모두가 일안하기 경쟁, 사보타지를 벌이게 될 것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이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는 기업과 사람들이 더욱 우대를 받는 경제적 차별화 장치만이 적하현상(트리클다운)을 촉발시키고, 성장과 일자리창출도 가져온다. 삼성전자가 11일 스마트폰 S5의 글로벌 출시를 기념해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행사를 갖고 있다.

80년대후 경제민주화로 동반성장 약화, 경제어려움만 더해

그런데 공교롭게도 경제민주화의 추진과 더불어 80년대 후반이후 경제성장과 일자리증가의 장기적 추세 하락이 이어지고 동반성장의 메커니즘도 깨지면서, 양극화가 진행되기 시작하였다. 오늘에 이르러 해외여건의 어려움과 겹쳐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그 도를 더 해가고 있다. 세계경제도 그렇고, 한국경제도 그렇고 자본주의 경제의 적하(트리클 다운)효과가 너무 미흡하다고, 이를 더 강화하기 위해, 있는 자로부터 없는 자로 부의 이전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강화시켰더니 오히려 적하효과는 사라지고 양극화만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닌가?
 

시장은 항상 열심히 노력하여 남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경제주체를 우대함으로써 모두를 발전의 길로 나서게 동기부여하는 경제적 차별화장치이다. 우리 모두는 항상 스스로 돕는 경제주체들을 우대하려고 노력하며, 각자 또한 스스로 돕는 자가 되려고 애를 쓴다. 그래서 시장은 스스로 돕는 자에게 경제적 힘을 더 모아준다. 재벌 청산을 외치는 의식화된 사람들도 중소기업제품보다는 재벌회사 재품을 더 열심히 구매하고, 자기자식이 재벌회사에 취직하기 바란다.

시장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우대하는 경제적 차별화 장치

경제적 불평등은 우리 모두의 공동작품인 셈이다. 그러나 시장은 바로 이를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경제발전을 이끈다. 그래서 경제적 차이와 차등, 경제력 집중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내며, 이것 없이는 경제발전도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만일 정치가 나서서 이제부터 우리는 열심히 하나 안하나 모두 꼭 같이 대접해야 하며, 오히려 열심히 노력하여 성과를 내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더 우대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경제민주화를 외치면 어떻게 될까? 답은 간단하다. 경제사회 전체가 모두 열심히 일안하기 경쟁에 나설 것이 뻔하고, 결국 온 사회는 사보타지에 직면하게 될 것이 아니겠는가? 공부 열심히 하지 않는 학생이 더 대접받는데 어느 학생이 열심히 공부 하겠는가?

평등사회 내걸고 시장 혹사시켜 경제적 어려움 직면해

이제 시장의 차별화와 동기부여기능은 작동을 멈출 것이며 이런 경제가 발전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차별을 만들어내는 시장에게 억지로 평등을 만들어 내라 혹사하면 모두 망하는 경제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류는 지난 50여년 동안 평등한 사회를 내걸고, 우리 또한 지난 20여년 넘게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시장을 혹사시킨 결과 오늘날의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99대 1이니 80대 20이니 하는 현상을 양극화라 하는데 어찌 이를 양극화라 하겠는가? 모두 망하는 하향평준화라 해야 옳지 않겠는가? 경제평등의 이념 하에 경제민주화를 적극 추진한 결과 평등이나 민주와는 더 거리가 먼 경제의 하향평준화만 심해지고 있는 셈이 아닌가.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또 그 낡은 경제민주화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이제 경제를 그만 혹사시킬 때도 되지 않았는가? /좌승희 미디어펜회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