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보건복지부 개입을 인정한 법원의 8일 판결에 따라 향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이에 대한 특검과 변호인 측 공방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죄 선고를 받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혐의는 박 전 대통령·이재용 부회장 사건과 직접 관련있지 않으나, 이날 재판부가 "국민연금의 재산상 이익 상실에 따라 이 부회장 등이 이에 상당하는 이익을 얻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 재판에서 이를 인용하면서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은 문 전 장관이 2015년 6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으로부터 '삼성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잘 챙겨보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으나, 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이에 대해 한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문 전 장관이 왜 삼성 합병에 개입했는지 판단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청와대의 삼성합병 관여도와 삼성그룹 청탁 여부는 밝혀지거나 인정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관리공단에 개입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라도 이에 대한 청와대 및 삼성그룹 간의 연결고리 입증이 부재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 부회장 재판에서 특검이 유죄를 받아내기는 힘겨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는 이날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해 기금운용 독립성을 침해하고 삼성합병에 개입해 연기금에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했다"고 보았으나 "합병 비율별 차이만큼 손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다만 재판부는 홍 전 본부장에 대해 "피고인의 임무위배행위로 인해 국민연금공단은 장래 기대되는 재산상 이익을 상실했다"며 "이재용 등 삼성그룹 대주주는 이에 상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것이 된다"고 적시했다.

이 부회장 측은 그간 재판에서 삼성그룹 합병 절차에 위법성이 없다고 강조해왔다. 보건복지부 개입과 주주가치 훼손을 사실로 인정한 1심판례에 대해서도 그룹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밝힐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사법부는 각급 법원 판사들이 독립해서 사안을 개별 판단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어, 이번 삼성합병 판결이 이 부회장 재판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전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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