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박삼구 회장 수정안 수용 불가
정치권 "산은 매각 불공정행위 시정해야"
[미디어펜=최주영 기자]'금호' 상표권을 쥐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금호타이어 채권단의 줄다리기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 13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전날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요청해 온 상표권 조건을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발표를 앞두고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금호타이어 중앙연구소 /사진=금호타이어 제공


채권단은 박 회장을 상대로 매각을 방해했다며 우선매수청구권 박탈 및 경영권회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고, 박 회장측은 공식 반응을 삼가면서도 더 이상 물러서면 안된다는 의지를 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금호타이어 관련 “중국에 매각은 안 된다”며 재입찰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오는 9월까지 매각 성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호그룹 채권단 압박 고조에 ‘난색’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전날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요청해 온 상표권 조건을 기존안 수용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고심하고 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산업은행으로부터 공식 문서를 받으면 답변할 것”이라며 “채권단의 요청대로 상표권 20년 보장과 독점 사용을 수용했음에도 채권단이 기존 입장만 번복하고 있다”며 채권단의 압박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앞서 지난 9일 금호산업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더블스타에게 "20년 사용을 보장하되 0.5% 요율로 허용할 것"이라고 역제안했지만 더블스타가 이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바로 맞받았다. 

박 회장이 상표권 사용에 대한 공을 채권단에게 넘기자 채권단이 이를 다시 박 회장에게 넘긴 셈이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최근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박탈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박 회장 측을 압박하고 있다. 

채권단은 16일까지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매각 방해 행위'로 간주하고 경영권 박탈과 1조3000억 원 규모의 채권 만기 연장을 거부하는 등 초강수를 뒀다. 

채권단은 박 회장과 협상을 통해 상표권 문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채권단 내부에선 다양한 압박카드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채권단 내부에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인 금호홀딩스의 지분 40%를 담보로 잡고 있는 만큼, 이를 박 회장에 대한 압박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금호타이어의 차입금 만기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법정관리는 회사가 신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각을 앞둔 현 상황에선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다만 채권단은 금호산업과의 상표권 사용요율 조정, 또 대출금리 인하와 여신 확대 등 더블스타에 제시할 수 있는 보상안 등에 집중적으로 논의를 통해 협상 여지를 남겨둘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오는 16일까지 박 회장 측에 상표권 기존 사용조건을 수용할지 여부를 회신해 달라고 못받은 상태다.

박삼구 히든카드는...'고심 또 고심'

업계는 금호타이어의 상표권 협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금호타이어 매각 실패가 유력하다고 보고, 박 회장이 어떠한 카드를 꺼내들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금호그룹은 “금호타이어 상표권 조건을 기존안으로 허용할지에 대한 여부 발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금호그룹은 산은이 금호산업이 소유한 상표권 권리를 사전 논의도 없이 더블스타에 약속해준데 대한 반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년 간 노력해 인지도를 쌓아온 금호 브랜드를 매출 0.2%의 헐값에 내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더블스타가 주장한 대로 금호타이어 상표권 보장 연한을 20년 독점 사용할 수 있도록 금호측에서 먼저 제시한 것도 더블스타와 채권단 측 주장에 대해 적극 협조한 처사라는 입장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입맛에 따라 언제든 상표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독소조항으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양자간 상표권 사용 요율에 대한 입장차가 커 추가 협상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박 회장 측으로서는 더블스타와 채권단의 매각 협상이 지연되어야 앞서 포기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다시금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박 회장이 금호 상표권과 관련 할 수 있는 대응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일단 사용료율이나 사용기간 조건을 조정한 재수정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자금줄을 쥐고 있기 때문에 채권 만기 연장을 불허할 경우 자금난이 심화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양측의 밀고 당기는 협상이 지루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채권단이 압박 수위를 현재보다 높이게 되면 박 회장 측도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실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만, 앞서 컨소시엄 구성 여부를 둘러싸고 법적 대응을 검토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컨소시엄 불허 등 우선매수권을 훼손한 부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을 꾸준하게 강조하고 있는 금호그룹이 채권단과의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소송전 확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매각 반대·재입찰" 정치권 결단 촉구

한편 금호타이어 매각을 둘러싸고 채권단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호타이어 전국 1500개 대리점주들은 전날 서울과 광주에서 매각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상하이차의 쌍용차 인수 사례에서 보듯 더블스타는 핵심 기술만 빼가고 주요 자산을 정리해 회사 부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 지난달 25일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시위 모습 /사진=금호타이어 노동조합 제공


호남을 기반으로 한 일부 정치권도 매각 반대에 가세했다. 김유정 국민의당 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관련 상임위를 열어 매각과정의 불공정행위 등을 시정하고 금호타이어의 해외기업 매각 방지에 앞장설 것"이라며 산은을 압박했다.

김 대변인은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요구하면서, 상표권 사용을 불허할 경우 경영권을 박탈하고 채권 만기 연장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당시 발언과 완전히 상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기간인 지난 3월19일 “금호 타이어 매각은 단순히 금액만 갖고 판단할 일이 아니며 국내공장의 고용유지가 매각 조건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채권단은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매각을 판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채권단은 오는 16일까지 회신할 것을 금호 측에 공식 요청함에 따라 금호그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앞서 박 회장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방안이 좌절되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더블스타와의 매각 절차를 오는 9월 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금호 상표권 허용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우선매수권 박탈 가능성까지 제기함에 따라 박 회장 측에서도 다양한 법적 검토 작업을 동시에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삼구 회장은 산업은행의 요구에 재차 수정안을 고수하며 정면대결을 벌이는 것 또한 시간을 끌 수 있는 전략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최주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