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 1월 발표한 ‘국내 증권사 리서치 관행 개선 방안’에 따라 오는 9월 부터는 증권사들이 심의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이 바뀐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목표주가와 실제주가 간의 괴리를 명시하는 등 ‘묻지마 매수’ 관행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엇갈린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투자협회는 조사분석(리서치) 업무에 관한 규정 변경 사항을 각 증권사들에게 공지했다. 이는 지난 1월 금감원이 발표한 ‘국내 증권사 리서치 관행 개선 방안’에 따른 것으로, 이번에 바뀐 규정은 오는 9월 1일부터 적용된다. 

   
▲ 사진=연합뉴스


금투협의 변경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목표주가-실제주가 간 괴리율 공시, 애널리스트 보수 산정기준 마련, 충실한 내부 검수, 심의위원회 운영, 정보 취득과정 기록·보관 등이다.

우선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목표주가-실제주가 간 괴리율 공시’ 부분이다. 현재도 증권사들은 최근 2년간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와 실제주가의 변동 추이를 그래프로 삽입하고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수’ 사인 일변도의 증권사 리포트 관행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바뀐 규정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시점(통상 6개월~1년)까지의 평균주가로 실제주가를 계산해 명기해야 한다. 대상 시점 내 최고가 대비 괴리율도 표시해야 한다. 애널리스트들의 ‘매수’ 사인이 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랜 관행에 메스를 들이댄 이번 조치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전반적인 여론을 종합하면 ‘원칙적 찬성, 실질적 의문’으로 정리할 수 있다. 교과서적으로 봤을 때 당국과 협회가 하는 말이 당연히 맞지만, 실무를 처리하는 입장에서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하소연이 함께 나온다.

‘마법의 성’ ‘편지’ 등의 히트곡을 낸 국내 최고의 작곡가이자 펀드매니저인 한 가수 김광진 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업계의 사정을 잘 알려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 사진=가수 김광진 씨 페이스북 캡쳐


그는 이 글에서 “내가 잘 아는 자동차 애널은 수년전 매우 고평가 되어 있는 기업의 매도리포트를 썼다가 기업으로부터 방문거부를 당한 것은 물론 성난 투자자들로부터 온갖 협박과 위협을 당해 스트레스로 입이 돌아가는 병을 얻기도 했다”면서 “매도리포트 이론적으로는 쓰는 게 맞지만 쉽지 않아요. ‘당신 등에 칼 안 들어갈 것 같아?’ 이런 소리도 듣는 게 현실입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과 협회의 이번 조치에 따라 증권업계는 불가피하게 자정작용을 시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매도리포트 문제의 경우 차라리 이렇게 반 강제로 떠밀려서 하는 것처럼 시작하는 게 우리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면서도 “심의위원회를 구성한다거나 보고서 발간 절차가 복잡해지는 부분에서는 증권사별로 대응할 수 있는 여유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감원은 9월 이후 변경된 규정이 업계에 잘 이행되고 있는지 실태 점검에 나설 계획을 함께 밝혔다. 금감원 측 관계자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을 경우 관련 규제의 법규화가 중장기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며 이번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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