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좌파정부 시절보다 더 위험한 상황 초래
한국사회는 왜 10년 전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지상파 방송의 행태를 까맣게 잊고 있는가? 당시 해방구로 돌변한 방송은 뉴스-제작-드라마 전 부문에 걸쳐 좌편향 프로를 쏟아냈다. '기울어진 운동장' 대한민국의 이념지형도 그 영향 때문인데, 지금 위험천만한 방송을 재연하려는 움직임이 표면화되고 있다. 우선 KBS, MBC 사장 찍어내기로 방송가와 정치권이 시끄럽다. 걱정이다. 전 정부 때 합법적으로 임명된 공영방송CEO를 끌어내린 뒤 좌파정부 시절의 나팔수 노릇을 재현하자는 것인가? 그게 국가정체성을 해치는 선동방송으로 치달을 경우 이 나라는 어찌 되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여야 5당 원내대표와 방송개혁을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합의했는데, 지금은 집권여당의 일방독주다. 연속칼럼 '방송개혁인가, 방송장악인가'를 상·하 두 차례로 나눠 내보낸다. [편집자 주]

[연속칼럼]-방송개혁인가, 방송장악인가 <하·끝>

   
▲ 조우석 주필
터놓고 말하자. 한국 좌익세력이 국제사회 보편적 기준에 부합한다면 우린 걱정이 없다. 5.9대선에서 저들이 승리했다 해도 깨끗이 승복한 뒤 재집권을 준비하면 그뿐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국 좌익은 변종이다. 그것도 썩 고약한데, 자폐적 성격의 민중민족주의로 똘똘 뭉친데다가 결정적으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종북 성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저들의 그런 성향을 재확인할 수 있는 영역이 김대중-노무현 시절 10년 간 쏟아낸 지상파 콘텐츠다. 안방에서 접하는 일상의 영역이라서 외려 저들의 음험한 실체가 덜 알려졌을 뿐, 당시 KBS-MBC 두 지상파는 해방구였다. 공영방송이 아니라 선전선동의 핵심진지로 기능했다.

권력의 비호 아래 뉴스-제작-드라마 전 영역에서 국가정체성을 해치는 프로그램을 마구 쏟아냈는데, 지난 번 밝힌 단행본 <좌파정권 10년 방송은 이런 짓들을 했다>(최도영-김강원 공저, 이하 <좌파정권 10년>)를 보면 두 번 놀란다. 저들이 벌였던 일이 얼마나 무시무시했던가에 우선 기겁하고, 새 정부의 방송장악 이후 펼쳐질 디스토피아에 또 오싹해진다.

DJ 시절 '해방구 방송' 신호탄이 KBS의 경우 10부작 현대사 다큐 '20세기 한국사-해방'(1999년)이었다. '독재'‘전쟁’‘빈곤’등 10개의 테마를 철두철미 민중사관에 입각해 훑어내렸는데, 그건 지상파로 재구성한 운동권적 인식이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 확대판이기도 했다.

뉴스-제작-드라마 전 영역 '좌향좌' 

   
▲ 좌파정권 10년 방송은 이런 짓들을 했다. /최도영·김강원 공저
DJ의 절대적 신임 아래 방송계 황제로 입성한 KBS 사장 박권상이 호남 출신 인맥을 쥐락펴락하며 그런 프로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KBS가 총론을 제시하자 MBC는 각론에 들어갔는데, 그게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이다. 당초 12부작으로 기획돼 분단, 김일성 항일투쟁, 반민특위, 제주4.3등을 조명했는데, 직후에 정규 프로로 자리 잡았다.

이후 노무현 시절까지 이어지면서 장장 7년 계속된 이 프로는 "100% 좌편향 프로그램"이자, 'PD수첩'과 함께 좌파방송의 대표주자라고 <좌파정권 10년>은 규정하고 있다. 당시 MBC가 얼마나 공영방송의 궤도를 이탈했던가는 2002년 연평해전 보도에서 재확인된다. 

남북충돌이 북한 도발 때문이 아니고, 우리 어선의 월선 조업 탓이라고 주장하는 뉴스를 '뉴스데스크'에서 9일간 무려 87꼭지 보도했다. 그 건으로 조선일보와 소송까지 벌이다가 끝내 패소했다. 김대중에 대한 충성경쟁도 목불인견이었다. DJ는 노벨상 수상의 전단계로 1997년 미국에서 자유메달을 받았는데, 수상식을 두 지상파는 각각 1시간씩 생중계했다.

그게 단발성인데 비해 지금껏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대표적 사례가 2000년 8월 당시 문화부 장관 박지원이 KBS-MBC 등 언론사 사장단 46명을 인솔해 평양을 찾은 일이다. 반 김정일, 반 북한 보도에 족쇄를 채워 대한민국 국민의 영혼을 마비시키는 작업을 이때 시작했음을 기억해두라. 

김정일 이름 뒤에 국방위원장 직함을 꼬박꼬박 붙여주고, "미북관계"를 "북미관계"로 표기하는 등 동맹관계보다 적대국 북한을 앞세우는 집단적 정신착란이 그때 시작됐다. 그럼에도 DJ의 지상파 장악은 그렇게 표시가 덜 났는데, 그가 노회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노무현의 방송장악은 노골적이고, 거의 폭주에 가까웠다.

아니 노무현 정부 탄생 자체가 권력-지상파 합작이다. 대통령 취임 직후 그가 KBS 개국기념 리셉션을 찾아 "방송이 없었으면 내가 어찌 대통령이 됐겠는가?"라고 털어놓은 게 상징적이다. 대선 기간 이회창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그토록 쏟아낸 지상파는 사실상 노무현 선거캠프였다.

   
▲ 문재인 정부 출범 후 KBS, MBC 사장 찍어내기로 방송가와 정치권이 시끄럽다. 새로운 권방(權放)유착의 폭주기관차를 막지 못한다면 또다른 국가 재앙이 우려된다. /사진=연합뉴스

'권력감시-자본감시'란 낮은 차원의 직업윤리 

정확하게 말해 노 정부와 방송은 한 몸이다. 이른바 진보정당 선전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하는 언론노조가 장악한 두 지상파가 거대한 선전선동의 굿판을 펼친 것이다. 그 정점의 하나가 2004년 3월 탄핵 당한 노무현 지키기에 그야말로 올인했던 편성이다. SBS까지 방송3사가 종일 탄핵 규탄 생방송에 매달렸으니 이건 재난 보도에 못지않았다.

"나라가 이런데, 다른 프로 만들어 뭘 하느냐?"며 촛불집회 중계에 매달리던 당시 피디-기자들은 노무현과 이념-이익을 함께 하는 동업자였다. 그들은 설 배운 지식과 차원 낮은 직업의식으로 권력감시-자본감시를 외쳤지만, 운동권 이념에 사로잡힌 로봇이란 걸 자신들만 몰랐다.

그 결과 예나 제나 지상파는 해방구인데, 문제는 시청자다. 그곳에서 쏟아낸 콘텐츠에 마비된 시청자는 언제라도 광장에 쏟아져 나올 준비가 된 폭민(暴民)으로 변질됐다. 그게 2008년 광우병 소동을 낳고 2017년 박근혜 탄핵에 성공했다. 문재인 정부까지 탄생시킨 지금 왕년의 선동방송 정성기로 되돌아가자고 난리법석인 것도 당연한 수순일까?

상황이 이러니 노무현 시절 지상파의 콘텐츠는 굳이 따져볼 필요도 없을 지경이다. 그 악명 높은 김현희 가짜설은 MBC만이 아니고 KBS스페셜(2004년 5월) 2부작으로도 나갔다. 정말 국가기간방송 KBS의 타락인데, 그건 현충일에 버젓이 마오쩌둥을 그린 다큐를 내보낸 데서도 확인된다.

그게 2006년인데, 대한민국을 지키다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대신 6.25때 적국 지도자의 일대기를 내보내다니 좌파정권 시절 그때 우리 모두는 미쳐서 국가정체성을 내팽개쳤다. 정권이 심은 KBS 사장 정연주, MBC사장 최문순은 두 지상파의 좌향좌를 밀어 붙였다. 정연주의 경우 이념 성향이 강한 '미디어 포커스', '다큐멘터리 인물현대사' 등을 신설-보강했다.

KBS 사장 정연주의 '우리민족끼리'

그의 야심작 '인물현대사'의 경우 광복 특집으로  2005년 '좌우를 넘어 민족을 하나로'란 부제 아래 여운형-조소앙-김규식 등을 내보냈으니 좌파 특유의 우리민족끼리 성향이 가히 가늠된다. 그 전엔 윤이상-리영희-조봉암 등을 다뤘고, MC가 노사모 대표 문성근이었은니 정말 저네들 세상이었다.

그 절정은 따로 있는데, 그게 TV드라마 '서울 1945'다. "좌익사상을 안방에 심어주기 위해 작심하고 기획한 드라마"(<좌파정부 10년) 185쪽)인데, 여간첩 김수임의 사랑을 그야말로 아름답게 포장하고, 건국 대통령 이승만은 저열한 사람으로 그렸다. "KBS가 평양방송 서울지국인가?" 개탄을 낳게 한 이 드라마는 끝내 검찰에 고발당했다.

어떠신지? 좌파 10년 해방구 방송의 무시무시한 실체가 이러하다. 저들은 해방전후사에 관한 한국인의 정통사관을 들어내고 수정주의 사관으로 온통 바꿔놓았다. 아니 그건 지식정보 패러다임의 문제가 아니다. 전파의 주인인 국민을 우롱하고, 친북-반미 사상 주입을 통해 국가정체성에 도전한 명백한 반역행위였다. 

때문에 그건  보수-진보 대립 구도와도 무관하다. 지난주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방송 장악 이후 "문모닝식 아첨 뉴스가 걱정된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런 차원을 떠났다. 새로운 권방(權放)유착의 폭주기관차를 막지 못한다면 지옥의 문이 열리고, 그게 국가재앙을 낳을 것임을 새삼 경고해둔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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