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15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재판에서 '법적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K스포츠재단의 89억원 추가지원 요청을 거절했다'는 SK그룹 임원의 증언이 나왔다.

이형희(55) SK브로드밴드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 증인신문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후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K재단 협조를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당시 2월16일 독대 후 며칠이 지나 안 수석에게서 'K재단 관련 자료를 보낼 테니 잘 검토해 협조해주면 좋겠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안 전 수석에게서 '대통령 관심 사항'이라는 말을 들어 신중히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고민 끝에 이메일을 보내 'K재단 사업에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SK가 직접 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면서 "안 전 수석에게 K재단 사업내용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 15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재판에서 '법적 리스크를 우려해 K재단의 89억 추가지원 요청을 거절했다'는 SK그룹 임원의 증언이 나왔다./사진=연합뉴스


당시 그렇게 조치한 이유에 대해 이 대표는 "K재단 실무자가 부풀려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겼고 진의에 대한 확인 없이 진행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했다"며 "법률적 문제가 심각한 사안을 실무자가 부풀린 거라면 윗분이 정확한 내용을 알아야 할 것 같았고 그런 내용을 알면 하지 말라고 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당시 K재단 요청이 SK현안 해결에 대한 대가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검찰이 법적 리스크를 감안해 신중히 한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 모든 외부 부탁은 법률적 리스크를 세게 따지고 있다. 엄격한 기준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표는 "당시 89억원이 '뇌물이다 아니다'라는 생각이 없었다"며 "나중에 외환관리법이나 배임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어 리스크를 없애 나가는 과정이었고 완전히 거부한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일종의 예의바른 접근법으로 여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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