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측, CJ헬로비전 합병·면세점 재승인 등 현안 거론…"돈봉투 2개 건네 거절"
[미디어펜=최주영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대한 SK그룹 사건에 대한 심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SK임원이 청와대가 주요 대기업에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을 대가로 접근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 청와대 측이 먼저 SK 현안을 거론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 김영태 SK그룹 부회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영태 SK그룹 고문은 16일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을 요청했을 때 “왜 우리한테만 와서 요구하는 거냐”는 물음에 박영춘 CR팀장이 ‘롯데와 부영에도 찾아갔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당시 SK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합병, 워커힐 면세점 재승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의 석방이 시급한 현안이었고 롯데는 경영권 분쟁, 부영은 세무조사를 겪고 있었던 상황에서 청와대가 이 같은 기업을 골라 추가 지원을 논의한 것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김 고문은 처음에는 "그 이야기를 듣고 '회사별로 현안이 있는 델 찾아가서 그러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과 최 회장이 지난해 2월 독대 과정에서 CJ헬로비전 합병과 면세점 사업 등 그룹 주요 현안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김 고문에 따르면 당시 배석한 안종범 수석이 박 전 대통령에게 "SK 현안으로는 CJ 헬로비전 합병 건이 진행중입니다"라고 언급했고, 최 회장은 "가부간에 빨리 진행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SK가 청와대 요구를 거절한 탓에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실패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또 청와대 측이 먼저 SK 현안들을 거론해 왔다고 설명했다. 안 전 수석이 "면세점 건은 개선 방안을 마련해 가고 있다"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이 "어찌 돼 가고 있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김 고문은 이날 또 청와대에서 고용 및 투자의 필요성을 의미하는 듯한 은어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수감 중이던 최 회장을 만나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숙제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왕회장'은 박 전 대통령, '귀국'은 사면, '숙제'는 사면의 대가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고문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2015년 8월 정부의 공식 사면 대상자 발표가 있기 전인 그달 10일 여러 기자를 통해 최 회장이 사면심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K재단 측에서 '끼워 넣기' 하려던 더블루K나 비덱스포츠는 "믿을 수 없었다"며 "만약 더블루K나 비덱스포츠가 사업을 해야 한다면 K재단에서 용역을 주면 되는 거지 저희가 직접 줘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증언했다.

K재단과 지원 규모나 방식을 두고 협상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그는 부하 임원에게 "이렇게 무리하면 정권 바뀌면 '청문회 감'이다. 안종범 수석한테서 받아온 것이니 안 수석에게 가서 이야기 좀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검찰이 "K재단과의 협의가 최종 중단돼 그룹이 현안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평가하느냐"고 묻자 "좀 섭섭한 감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연결된 걸 보면 안 된 게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다른 구설수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는 SK대관업무를 맡았던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가 증인으로 나와 청와대로부터 지원사항이라 적힌 봉투 두 개를 받지않고 거절했다고 증언했다.

이 대표는 2개의 봉투에 대해 “첫번째는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관한 소개와 SK가 수주할 수 있는 광고내역 등이 담겼고,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직접 전해온 두 번재 봉투엔 K스포츠재단과 더블루K, 비덱스포츠에 대한 사업소개서가 담겼다”고 진술했다.

그는 첫 봉투를 받은 지난해 2월16일 직후 지원요구의 뜻임을 알았지만, SK로서는 플레이그라운드 광고사업은 수익성과 명분이 없는 사업이기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안종범 전 수석은 이 대표에게 지난해 2월23일 두 번째 봉투를 전달했는데, 6일 후 K스포츠재단 측은 실무진인 박영춘 SK전무와 만난 자리에서 K스포재단에 89억원을 지원하고 그 중 50억원은 최순실 씨의 독일 회사인 비덱스포츠에 송금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재판부는 16일에는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과 박영춘 수펙스추구협의회 CR 팀장을 불러 신문한다. 특히 22일에는 최 회장을 소환해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에 대해 캐물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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