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후 신속하게 남북대화 추진에 나섰다. 미국이 여전히 ‘비핵화 선언’에 대화의 조건을 맞춘 것에 비해 ‘도발 중단’만 한다면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제의를 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15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할 경우 조건없이 대화하겠다”고 말해 남북대화 조건을 크게 완화시켰다. 여기에 미국을 방문 중인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는 17일 특파원들과 만나 “북한이 핵을 동결하면 한미군사훈련도 축소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한미군사훈련 축소 발언은 동맹국인 미국과 연관되어 있는데다 국내 보수 진영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어 정권교체 이후 대북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문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도 핵무기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호응할 가능성이 낮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정은은 일단 이달 말로 예정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정상회담과 이후 단행될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주시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도발 중단’에 이어 문정인 특보가 ‘한미군사훈련 축소’를 언급한 것은 이후에도 파격적인 대화 조건이 제시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선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신중한 행보를 밟아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야권에선 문 특보의 이날 발언에 대해 “사드 때문에 한미동맹이 깨지면 그게 동맹이냐”는 같은 날 발언과 함께 성급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본격적인 외교를 하기도 전에 속내를 다 드러내 실익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 등 민감한 주제는 대화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한 바 있지만 한미 양국 정상이 만나 냉냉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마친다면 이로울 게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문 특보의 이런 발언은 6.15선언 기념식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북미관계의 정상화”나 첫 국제무대 데뷔였던 AIIB 연차총회에서 내놓은 “남북철도 연결” 발언과 연관되는 것으로 대북정책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문 특보는 DJ의 햇볕정책의 이론적 틀을 만든 인물이다.

하지만 문 특보를 비롯해 서훈 국정원장과 조명균 통일부장관 후보자 등 문 대통령의 통일외교정책을 이끌 면면을 볼 때 앞으로 문제인 정부는 세 번째 정권에 걸치는 대북정책을 펼칠 전망이다. 정부는 일단 북측이 대화에 응할 유인책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그동안 북측은 문재인 정부 들어 5차례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등 협상카드를 단단히 손에 쥔 모양새다. 여기에 북측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머지 않았다”고 했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성명을 통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따라서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문재인 정부의 대북 협상력이 주목된다. 이미 보수정권 10년동안 국민들 사이에서 ‘무조건 퍼주기’로 일관하는 대북정책에 반감이 형성된 상황이다. 또 개성공단 재개나 금강산 관광 재개도 천안함 폭침 사건의 후속으로 취해진 대북제재 조치인 5.24조치를 명분 있게 풀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동시에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조건으로 ‘비핵화 선언’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최근 북한에 억류됐다 코마 상태로 석방된 웜비어 미국 대학생 사건으로 북미 양국 관계는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사드 논란에 이어 웜비어 충격까지 한미정상회담은 ‘산 넘어 산’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 향방이 곧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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