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 개발권 집단떼법 방해는 재산권 침해, 자신 땅에서 공동체해라

   
▲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
마을공동체의 성지라고 불리는 마포 성미산 동네에서 수년간 분쟁이 계속되고 있더군요. 홍익대학교와 홍익 초중고등학교를 세운 홍익학원 측이 그 동네에 학생용 기숙사를 만들려고 하는데요, 공동체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 소유의 땅에 기숙사를 짓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지요. 마포구청이 신중히 검토해서 개발행위허가도 내주었습니다.

그러나 워낙 공동체 사람들의 반대가 심하다 보니 정작 마지막 단계인 건축허가는 내주지 않고 있답니다. 홍익학원 측에서는 답답한 노릇이죠. 서울시는 한술 더 떠서 개발행위 허가를 내 준 마포구청 공무원들을 징계조치까지 했습니다. 그러자 구청 공무원들이 우리가 뭘 잘못했냐며 서울시에 재심청구를 했다는군요. 곧 법원 판결이 날 모양인데, 그런다고 해결될 문제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집단 민원 앞에서는 법 같은 것은 아무 쓸모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니까요.

성미산 공동체 사람들과 홍익학원 측과의 갈등은 몇 년전 그곳에 홍익 초중고등학교를 지을 때에도 이미 경험한 바입니다.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건축을 하는데도 주민들이 공사를 막아섰죠. 명분이 무엇이었든 불법적인 업무방해였습니다. 현장에 체포가 가능한 불법행위들이 버젓이 이루어지는데도, 경찰도 못본체하고, 구청 직원들도 애써 외면만 했습니다. 법원으로부터 공사방해중지가처분 결정을 받아 온 후에야 겨우 공사를 재개할 수 있었답니다. 합법적인 건축행위를 불법적으로 방해하는데도 공권력은 무력하기만 합니다.

반대의 명분은 학교가 환경과 주거환경을 파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학교가 들어서고 나서는 동네의 환경이 오히려 더 좋아졌답니다. 예전에 반대에 동참했던 기존 주민들이 이번의 기숙사 들어오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며 서울시장에게 탄원서를 내기까지 한 것은 예전의 그 경험 때문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조용한 탄원서는 소용 없습니다. 공동체 사람들이 반대를 거두지 않는 한 아마도 홍익대 학생들이 새 기숙사에 들어가서 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마포구 성미산 자락에 있는 마을공동체 주민들이 홍익대가 소유한 땅에 기숙사를 짓는 것에 대해 환경파괴와 주민피해라는 명분을 내걸고 극렬반대하고 있다. 마을주민들의 이같은 방해는 재산권행사를 침해하는 명백한 행위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면서 성미산 마을공동체를 방문해 주민의 소리를 듣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성미산은 박원순시장의 마을공동체 성지로 부각되면서 각종 민간의 개발이 중지상태에 있다.

저는 이 사건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동체 운동의 미래 속사정을 보여주는 것 같아 착잡하고 걱정입니다. 자신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시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위력으로 방해하는 일 말입니다. 그 지역의 모든 것이 마치 자신들의 것인양 여기는 행동 말입니다. 성스럽다고 생각하는 자신들의 대의를 위해서 다른 시민의 의견이나 권리 재산권 따위는 희생해도 상관없다는 태도 말입니다.

공동체, 좋습니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오순도순 사는 모여서 사는 것은 자유시민이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이고 자유입니다. 밥상 공동체를 만들어 같이 식사를 할 수도 있다면 삭막한 현대 도시 생활에 따듯함을 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육아공동체를 만들어 직장맘들이 돌아가며 서로의 아이를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그런데 공동체를 하더라도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공동체에 속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또 공동체에 방해가 된다고 남의 재산을 침해해서는 안됩니다. 공동체를 하고 싶다면 원하는 사람들끼리, 자신들의 돈으로, 자신들의 땅에서 해야 합니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어느 정도의 공동생활을 원하지요. 하지만 그 취향과 방식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같은 종교를 가진 교인과 공동체가 되고 싶고, 어떤 사람은 학교 동창들과도 그렇게 하고 싶어합니다. 동네 사람들과 친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취미가 같은 사람과 동호회 정도가 좋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성미산 공동체의 사람들처럼 사회에 대한 이념이 비슷한 같은 사람들끼리 만드는 공동체도 있죠. 각자가 원하는 취향과 방식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자유지만, 어떤 경우든 자기의 재산으로, 자기 땅 위해서 해야 합니다. 그것을 넘어서면 그 때부터는 공동체가 아니라 약탈이 됩니다. 공동체는 인민공사가 되고 소비에트가 되고, 콤뮨이 됩니다.

마을공동체가 본산지인 성미산을 넘어서 인천으로, 퇴촌으로, 강원도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힘이 느껴집니다. 새누리당의 남경필 의원도 마을공동체를 경기도 지사 선거의 공약으로 삼겠다고 합니다. 마을공동체가 정부의 정책과제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공동체들이 자발적인 공동체이길 바랍니다. 거기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눈치보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성미산 방식이 아니라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사회생활을 할 자유가 지켜지길 바랍니다.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