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꼬리 잡기 대신 언론 정도(正道) 놓고 시시비비 가려야
   
▲ 조우석 주필
그중 볼만한 게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라더니 정치인 홍준표와 중앙일보-jtbc 사이의 연이틀 싸움이 치열하다.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와, 메이저 언론 사이의 분쟁인데, 뜯어 말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언론환경과 언론의 정도(正道)라는 명분을 둘러싼 시각차에서 벌어진 싸움이라면, 차제에 잘잘못을 제대로 가려봐야 옳지 않을까?

문제의 계기는 18일 전당대회 출마회견이다. 그날 홍준표는 "지난 대선이나 탄핵 과정에서 신문·방송을 (문재인 정권에) 갖다 바치고, 조카 구속시키고 청와대 특보 자리 겨우 얻는 그런 언론도 있더라"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 그게 문제였다.

문제의 발언이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을 겨냥했다는 게 명백하자 중앙일보-jtbc가 발끈했다. 이튿날인 19일 중앙일보는 '홍준표 전 지사 발언에 대한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입장'을 실었다. 공개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으름장이다. 동시에 연이틀 사설을 통해 자기 사주(社主) 비판을 막말 정치로 사납게 몰아붙였다.

조중동의 일탈(逸脫)을 우린 기억한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언론의 정도를 걸어왔다고 자부한다"는 듣기 민망한 자기변명도 잊지 않았고(19일), 신문을 갖다 바쳤다는 건 전혀 사실과 다른 모함(20일)이라고 흥분했다. 일단 여기까지인데, 이 싸움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리고 누구 입장이 옳은 것일까?

한마디로 홍준표는 응당 해야 할 말을 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사안을 책임있는 정치인으로 재확인해준 것이지, 중앙일보 지적처럼 막말한 것만은 아니다. 당초 그가 겨냥했던 건 언론환경 전체와 방향 잃은 언론의 정도 문제였다. '기울어진 운동장' 언론상황을 홍준표야말로 대선 국면에서 체감했기 때문에 발언한 것이다.

그게 뭐가 문제인가? 사실 지난해말 이후 대통령 탄핵과 대선과정에서 중앙일보를 포함한 조중동의 일탈(逸脫)을 우리는 잘 안다. 저들은 객관적 정보전달자가 아닌 정치판의 선수 자격으로 뛰고 있다는 느낌까지 줬다. 언론이 기획세력으로 변질한 것이다.

   
▲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중앙일보-jtbc 싸움이 치열하다. 홍 전 지사는 중앙일보가 연이틀 거칠게 나오자 그가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였는데, 그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차제에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는 게 좋다. /사진=

그 때문에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국회개혁과 함께 언론개혁 문제가 화두였다. 조중동 절독운동이 벌어진 것도 우연이 아니고, 신뢰도 위기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jtbc는 타블렛PC 의혹을 아직도 해소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건 빙산의 일각이다. 촛불 시위를 시민혁명으로 포장했던 중앙일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을 버렸다는 느낌마저 줬다.

그걸 중앙일보는 애써 부인하려 하겠지만, 그건 국가정체성 훼손에 가까운 일탈이었다. 결정적으로 그런 석연치 않은 기획활동의 정점에 홍석현이 있다는 합리적 의구심을 적지 않은 이들이 품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홍 전 지사의 발언은 그걸 지적한 것이다.

대중정치인 상당수가 되도록 언론과 각을 세우지 않으려 하는데, 그의 발언은 비록 투박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는 시도다. 때문에 그런 지적에 자성해야 할 언론사가 홍준표에게 공개사과하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은 우리는 동의하기 어렵다. 사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직후 홍석현이 중앙일보-jtbc 회장 자리를 내놓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홍석현이 무모하게 움직이다가 사고를 쳤다는 삼성가(家)의 분위기를 무시 못했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진 것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그렇다면 홍준표 발언에 뭐가 문제 있는가? 없다. 실은 요즘 신문 시장의 변화도 그쪽이다.

중앙일보는 유가부수에서 동아일보에 밀려 20여년 갖고 있던 신문시장 2위 자리마저 내놓은 걸로 얼마 전에 확인됐는데, 그 역시 회피할 수 없는 독자들의 경고가 아니겠는가? 말꼬리만 물고 늘어진 중앙일보의 태도도 당당하지 못하다는 것도 차제에 지적해둔다. 홍준표의 발언은 일견 거칠고 투박한 게 사실이지만, 사실관계와 어긋난 게 없다.

중앙일보, 왜 3위 신문으로 밀렸나

이른바 막말이란 미국 트럼프처럼 국민의 불만을 대중의 언어로 표현하는 주장을 그는 자기 책에서 한 바 있는데, 그게 외려 설득력 있다. "위선과 가식에 젖은 기존 정치인의 언어와 다르게 말한다고 해서 품위가 없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에 불과하다."(홍준표 지음 <홍준표가 답하다> 158쪽)는 것이 홍준표 언어의 특징이다.

이에 비춰 중앙일보가 연이틀 거칠게 나오자 그가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였는데, 그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차제에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는 게 좋다. 중앙일보는 19일자 사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정치인이라도 타인의 명예를 난도질할 면죄부를 갖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홍준표는 이렇게 중앙일보를 향해 되묻길 바란다. "어떤 언론이라도 언론의 자유를 빌미로 대한민국 국가정체성을 난도질할 면죄부를 갖고 있지 않다" 자, 이번 싸움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경고처럼 법적 대응 상황으로 발전할까? 그런 일은 없다. 설사 간다 해도 중앙일보가 유리하지 않다.

2008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게 진실이다. 막말을 포함한 이른바 "수사적인 과장 표현도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보다 넓게 용인될 수 있다"고 당시 대법원은 판시했다.

그렇다면 중앙일보도 차제에 스스로를 돌아보길 바란다. 사주 감싸기에 여념 없는 맹목적 태도에서 벗어나 그간의 지면에 무엇이 문제였나를 점검하는 게 독자에 대한 예의다. "언론의 정도를 걸어왔다고 자부한다"는 쉰목소리 주장이야말로 듣기 거북하다는 걸 새삼 밝혀둔다. /조우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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